[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영상 한희재 기자] 여자농구 국가대표 출신 센터 하은주(36, 202cm)가 재활 센터장으로 변신했습니다.

일본 무대를 거쳐 2006년 신한은행에 입단한 하은주는 국내 최장신 여자 선수로 프로 입단 때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죠. 세 차례 챔피언결정전 MVP(2008-09, 2010-11, 2011-12시즌)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오래 이어 가진 못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녀를 괴롭혀온 무릎이 문제였는데요.

“은퇴하기 3년 전부터 선수 생활을 그만하기로 결심했어요. 늘 시즌이 끝나면 은퇴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팀 상황 상 쉽게 그만두기 힘들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선수 생활을 세 시즌 더 한 게 잘한 일 같아요. 은퇴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었고 한 순간, 한 순간 운동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 선수들은 진로에 대한 고민에 빠집니다. 하지만 하은주는 달랐는데요. 은퇴 후 무엇을 해야 할지가 명확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에 재능을 보였고 흥미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하은주는 엘리트 선수도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일본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합니다.

“일본에서 운동생활을 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운동선수가 운동만 하면 안 된다는 거였죠. 일본은 엘리트 선수들도 학교 공부에 충실해요.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고 일정 점수 이상이 나와야 졸업을 할 수 있거든요. 저도 일본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재미를 느끼게 됐어요.”

▲ 하은주 ⓒ 한희재 기자
하은주는 신한은행 합류 후에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시즌이 끝나면 일본 대학을 오가며 수업을 들었는데요. 대학을 졸업한 하은주는 은퇴 후 국내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은 뒤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한국과 일본을 거쳐 미국까지. 학업을 모두 마친 하은주는 올 초 한국으로 돌아와 재활 센터를 차렸습니다. 오랫동안 공부한 스포츠 심리학을 부상 선수들이 재활하는데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재활 센터를)차릴만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웃음)? 선수 시절, 경기장에 가면 기자들이 항상 물어보던 게 있어요. '하은주 선수 무릎 어떠세요?'란 질문이었죠. 선수 생활 내내 안 아픈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부상을 달고 살았어요. 저처럼 부상에 지쳐있는 선수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어요.제가 누구보다 부상 선수들의 마음은 잘 알 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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