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협 제9대 이호준 전 회장. 그가 사퇴한 뒤 1년 8개월 동안 회장직은 공석이다. 누군가 선수 생명을 걸어가며 만든 이 조직이 정작 21세기 선수들에게는 남 일이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김선웅 사무총장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원래 오늘(3일) 차기 회장을 뽑으려고 했습니다만…."

한국프로야구 선수협회는 또 회장 없이 한 해를 마친다. 2017년 4월 3일 제9대 이호준 회장 이후 누구도 이 자리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만 재확인했다.

혹시나 했던 일이 벌어졌다. 이미 20개월, 600일 넘게 리더십 공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번 이사회-총회에서는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더 이상 회장 없는 공동 운영 체제가 계속돼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얘기도 들렸다. 그러나 결과는 또 실망감만 안겼다.

김선웅 사무총장은 후보가 없다고 했다. 내년 1월 2일 워크숍에서 꼭 후보를 정한다고 했다. 그 역시 난처한 상황일 것이다.

당초 선수협은 각 구단에서 후보를 정해 3일 이사회에서 솎아내고, 총회에서 투표로 결정할 계획이었는데 그 첫 단계부터 무산됐다. 소문에는 아직 '급'이 안 되는 선수를 후보로 낸 팀도 있다고 한다. 이 경우는 그나마 낫다. 어떤 팀은 후보 없이 이사회에 나왔단다. 합의를 깬 셈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안이다. 지금까지 모두 9대-8명의 선수협 회장이 모두 호평만 받은 것은 아니지만, 불명예 퇴진한 경우도 있지만 적어도 그들은 앞에 나서는 일까지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고인이 된 최동원 전 감독은 선수협 설립의 주역이다. 그는 "누군가가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다. 어려운 동료, 불우한 후배들을 돕자는 취지에서 저같이 연봉 많이 받고 여유 있는 선수들이 앞장섰다"고 했다.

지금은 누구도 이런 일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래서야 FA 금액 상한제도에 반대하는 선수협의 목소리가 진심으로 받아들여질 리가 없다. 이기심만 가득하다는 비난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자기 일도 아닌데 FA 금액 상한제도에 반대한 사람들은 바보가 됐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