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 안 베트남축구협회 사무국장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하노이(베트남), 취재 조형애, 영상 한희재·김태홍 기자] Q: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의 인기와 더불어 베트남 내 축구에 변화가 있는지요?

우리가 질문을 던졌을 때, 예상한 답은 이 정도였다. '대표팀 경기 티켓이 *분 만에 매진됐다', '베트남 어린이들이 축구 교실에 가입을 많이 하고 있다'.

하이 안 베트남축구협회 사무국장의 대답을 들었을 때 깨달았다. 얼마나 축구라는 공놀이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했는가를, 또 박항서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대단한 업적을 남기고 있는지를 말이다.

"이전에는 축구선수라는 것이 '직업'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선수로서 축구를 하면서 충분히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사회적인 인식'이 생겼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어린이가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 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이 안 사무국장은 취재진이 베트남축구협회를 찾은 15일, 연이은 회의로 눈코 뜰 새가 없었다. 막 미팅을 마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그에게 인터뷰를 위해 짬을 내달라 하기 미안할 수준의 노곤함이 엿보였다. 하지만 다시 옷매무새를 매만지고 카메라 앞에 서 준 그는 정성스러운 답변을 들려줬다. 베트남축구협회의 호황 중 호황. 그건 분명,'즐거운 노동'으로 보였다.

◆ 박항서의 아버지 리더십, 의심을 지우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박 감독을 향한 시선은 따가웠다. 베트남어는 1년여가 지난 현재도 '간단한 인사만 안다'며 두 손 두 발 다 든 박항서 감독이었지만 분위기는 모를 리 없었다. 박 감독이 담담하게 한 이야기는 이랬다. "냉소적인 반응도 베트남 내에서 많았습니다. 경력에 의문을 가진 사람도 있었고."

2018년 1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 아시안게임 4위 성적을 거둔 뒤 의심은 눈 녹듯 사라졌다. 하이 안 사무국장의 말이다.

"박항서 감독이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는 '저 사람이 뭘 할 수 있겠냐'는 의심어린 시선이 있었지만 베트남 축구를 위한 그의 헌신, 에너지, 그리고 집중력으로 인해 그런 의심은 사라졌습니다. 코치들과 협력으로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정신적인 면까지도 관리를 해줬습니다. 선수와 베트남 팬 모두 그를 존경합니다. 모두가 그를 좋아합니다."

▲ "재미있고,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웃음을 가진 사람". 하이 안 사무국장이 표현한 박 감독이다. ⓒ한희재 기자

본디 팩트 체크가 생명인지라 현지 통역을 도와준 팜 티 란 타잉 씨에게 물으니 별 고민하지 않고 동의했다. 분명 "축구 '별로' 안 좋아한다"던 그는 베트남이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2018에서 10년만에 우승을 노린다는 것도, 심지어 박항서 감독 통역이 교체된 사실까지도 알고 있었다. 현지 젊은 팬들이 박 감독을 부르는 애칭까지도 알려주며 다들 좋아한다 했다. (참고로 애칭은 캐릭터 '도라에몽'이란다. 동글동글 귀여운 게 닮았다고…)

◆ 선수들과 유대…사무국장이 전하는 '박항서라서 다른 점'

하이 안 사무국장은 베트남 선수들이 "이제야 비로소 이전 경험을 전술적으로, 그리고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감독을 만난 것 같다"고 했다. 박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노고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스카우팅에 얼마나 수고를 아끼지 않았는지, 또한 얼마나 많은 미팅을 했는지를 강조, 또 강조했다.

"박항서 감독과 그가 데려온 코치(이영진, 배명호)들은 베트남 리그를 포함해 많은 경기를 지켜보며 스카우팅에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선수 개인의 강점을 파악하기 위한 미팅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 그저 운이 아니라 실력으로도 아시아권 대회에서 '준결승전급'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그런 부분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박항서 감독이 가지는 강점으로 꼽은 건 단연 선수들과 가지는 '유대감'이었다. 마음을 함께 나누지 않은 유럽 감독들과 달리, 박 감독은 심지어 물리 치료를 하는 도중에도 선수들에게 다가가 선수들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귀띔했다.

"유럽 감독들은 팀을 전술적으로 어떻게 준비시키고 훈련시킬지에 관해서만 집중합니다. 훈련장 밖에서는 팀과 유대감이 없죠. 박항서 감독은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들을 대할 때 아버지처럼, 할아버지처럼 해줍니다. 선수들과 대화도 많이 나눕니다. 그런 점들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있습니다."

▲ 스즈키컵 조별 리그에서 가장 중요한 일전을 앞둔 박항서 감독. 상당한 긴장한 듯 보였다. ⓒ한희재 기자

◆ '축구선수' 인식을 바꾼 1년…스즈키컵 결승행? "운도 따라야죠"

박항서 감독 부임 1년여, 현지에서도 '기적'이라 부르는 연령별 대회 두 번의 성과는 "축구의 나라" 베트남을 들썩이고 있다. 하이 안 사무국장은 베트남 국민이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축구선수 위상은 전과 퍽 달라졌다. 

"축구선수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승리를 한다면 축구선수를 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구나'라는 인식으로 말입니다."

박 감독도 압박을 느끼는 기색이 역력했던 스즈키컵에 대해서는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는 듯 하이 안 사무국장은 말을 아꼈다. 조 1위와 2위, 분수령으로 불리는 운명의 말레이시아전을 앞두고 그는 10년만에 베트남이 얼마나 우승을 원하는지 말하지 않았다. 결승까지는 '운'도 따라야 하는 것이라면서, 싱긋 웃었다.

"이기고자 하는 태도를 유지하며 계획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결승전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약간의 운도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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