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권도 선수 출신 야이르 로드리게스는 한국 취재진에게 살갑게 대했다. ⓒ덴버,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덴버(미국), 김건일 기자] UFC 파이트 나이트 139 메인이벤트를 중계하던 베테랑 조 로건 해설위원이 순간 굳었다.

5라운드 마지막 1초에 말문이 막혔다. 로건 위원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맙소사(oh my god)"라는 말만 연신 되풀이했다.

11일(한국 시간) 미국 덴버 펩시센터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39 메인이벤트에서 5라운드 마지막 10초를 남기고 정찬성은 공격을 시도하다가 야이르 로드리게스의 팔꿈치에 걸려 실신했다.

경기가 끝나고 콜로라도 체육위원회가 공개한 채점표에 따르면 정찬성은 4라운드까지 앞서 있었다. 판정으로 간다면 5라운드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2-0 또는 2-1로 판정승을 거뒀다.

24분 59초를 뒤집은 1초. UFC 역사에 남을 역전 KO 버저비터였다. 로드리게스는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 보너스, 퍼포먼스 오브 더 나이트 보너스를 휩쓸어 무려 10만 달러를 챙겼다.

경기가 끝나고 현장에 있는 모든 취재진이 백스테이지로 달려갔다. UFC 역사에 남을 KO를 기록한 로드리게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취재진을 맞이한 로드리게스는 들것에 실려 있었다. 인터뷰가 어려웠다. 입을 굳게 다문 채 앰뷸련스로 갔다.

로드리게스는 옥타곤 인터뷰에서 1라운드에 발을 다쳤다고 고백했다. 고통을 참고 5라운드까지 나래차기, 뒤돌려차기, 뒤차기, 날아차기로 정찬성을 압박했으니 발이 성할 리 없었다.

들것에 실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로드리게스가 입을 열었다. 한국 취재진을 발견했을 때다.

로드리게스는 두 손을 모아 "미안하다(I'm sorry)"고 말했다. "미안하다(sorry)"고 한 번 더 반복했다.

앞서 로드리게스는 동료들의 부축을 받고 옥타곤을 빠져나갈 때도 한국 취재진을 발견하자 눈웃음을 지으며 가볍게 목례를 했다.

로드리게스는 어린 시절 올림픽 태권도 선수를 꿈꾸며 도복을 입었다. 태권도를 하면서 예의를 익힌 듯 이번 대회 프로모션 내내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 악수할 때면 두 손으로 손을 잡았다.

로드리게스는 유독 한국 취재진을 살갑게 대했다. 먼저 다가와 "잘 잤느냐", "밥은 먹었느냐" 등 말을 건넸다. 3년 전 한국에서 기억을 떠올리며 "한국이 너무 좋았다. 언젠간 꼭 가겠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상대였던 정찬성에게도 존중을 보였다. 한국은 물론 해외 취재진과 인터뷰할 때마다 "경기를 수락해 준 정찬성에게 고맙다"고 말했고 "존경한다"는 표현까지 썼다. 경기가 끝났을 때 정찬성을 향해 무릎을 꿇고 예의를 갖췄다.

앰뷸런스로 실려간 로드리게스는 병원에 입원했다. 다리에 기브스를 한 채 다시 한번 정찬성을 기억했다.

“이 경기를 위해 날 믿고 지지해 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정찬성을 향해선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체) 경기를 수락해 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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