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전 항상 마운드를 뒤적이던 제이크 브리검은 사랑하는 가족들의 이니셜을 새기고 있었다. 태어나지 못한 아이까지. ⓒ넥센 히어로즈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넥센 히어로즈 우완 투수 제이크 브리검이 지난 3월 아내의 유산으로 힘들어 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넥센 구단 공식 SNS에는 8일 브리검의 시즌 뒷 이야기가 올라왔다. 브리검은 지난해 5월 션 오설리반의 대체 선수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24경기에 나와 10승6패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한 그는 올해 31경기 11승7패 평균자책점 3.84로 리그 평균자책점 6위에 오르며 호투했다.

브리검은 올해 팀이 1선발로 영입한 에스밀 로저스가 부상으로 도중에 팀을 떠나고 국내 선발진이 불안정한 시기에도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9월 16일 롯데전에서는 9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완봉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런데 브리검에게는 숨겨진 아픔이 있었다. 구단은 "브리검은 올해 셋째 그레이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3월 너무도 안타깝게 유산으로 그레이스를 잃고 말았다. 가족들은 모두 미국에 있고 홀로 한국에서 딸을 잃은 슬픔에 브리검은 경기 중 이닝 교체 때마다 더그아웃 복도 벽에 기대 한참을 울었다"고 전했다.

유산 사실을 알게 된 구단은 경기에서 빼주겠다고 했지만 브리검은 마운드에서 투수로서 책임을 다하는 게 자신과 가족을 위한 최선이라고 말했다. 브리검은 경기 시작 전 아내(테일러)와 아이들(스텔라, 콥), 그리고 마음으로 품은 셋째 그레이스의 이름 이니셜을 마운드에 새기며 마음을 다잡았다.

구단은 브리검의 이야기를 SNS에 올리며 그의 강인한 책임감을 전했다. 브리검은 구단을 통해 "지난 플레이오프 5차전 경기처럼 어떤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는 나와 여러분이 되길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한다"며 시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스포티비뉴스' 취재 결과 대부분의 선수들은 브리검이 아이를 유산하며 슬픈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브리검을 지켜본 기자 역시 그가 가정사로 인해 힘들다는 것을 느끼지 못할 만큼 항상 유쾌하고 밝은 선수였다. 항상 인터뷰 때마다 아내에 대한 사랑을 전했던 브리검이기에 타지에 있어 더욱 마음이 아팠겠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철저하게 자신의 임무를 다 했던 에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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