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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CRITIC] “징계를 주는 일보다 징계를 안 받도록 일해야 한다”

기사승인 2018.11.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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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축구협회가 새 집행부 1년 간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협회의 일은 징계를 주는 것이 주가 아니라 징계를 안 받도록 하는 일이 주가 되어야 한다.”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일 장현수(27, FC도쿄)의 국가 대표 선발 자격 영구 박탈 징계가 내려지자 곧장 회의를 소집했다. 체육요원으로 병역 특례를 받은 선수들이 544시간의 사회 봉사를 수행하는 과정에 겪은 문제를 관리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에 즉각적으로 움직였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 장현수 징계 후 일주일이 채 되기 전에 단체와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봉사 활동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장현수에게 국가대표 선수 사상 최대 징계가 내려진 과정도 단호했지만, 후속 조치가 더 의미있다. 사태의 본질이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와 협회의 관리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라는 것을 간과하지 않은 것이다. 

장현수는 봉사활동 시간을 부풀린 변명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하지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선수 중 유일하게 2015년 7월 병역법 개정 이후 복무를 시작해 사회봉사가 적용된 첫 번째 케이스였다는 점에서 대응과 대처가 부실했던 상황의 문제도 있었다.

◆ ‘장현수 사태’ 징계보다 중요했던 후속조치

홍명보(49)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장현수에게 무거운 벌을 내렸지만 징계만이 능사가 아니다. 벙역특례 봉사활동에 대해 검토한 결과,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섭외를 하고 실제로 꾸준히 이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국내 활동 선수들보다 해외 활동 선수들의 경우 이러한 지원이 필요하다. 국내 체류 기간이 제한적이고, 해외에서 할 수 있는 축구와 연관된 봉사활동도 찾기가 쉽지 않다. 외국에서의 봉사활동은 272시간 이내만 인정되며, 해당 국가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대상자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모두가 544시간 사회봉사 활동을 해야 한다. 일년 내내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쁜 일정의 손흥민을 비롯한 해외파 선수들은 벌써부터 가능한 일정과 프로그램을 알아보고 있다. 개인이 알아보기에 한계가 있다. 

협회는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단체와 개인 프로그램을 병행하며 내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단체 프로그램은 대한축구협회가 취약계층과 유소년을 위한 축구 클리닉 행사 등을 직접 만들고, 병역특례 선수들이 단체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번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특례를 받은 선수들이 모두 프로선수임을 감안해 여름과 겨울 휴식기에 정기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징계는 엄했지만, 작별의 메시지는 따듯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대표팀에서 함께 할 수 없게 된 장현수에게 “소속 팀에서와 남은 선수 경력에 큰 행운이 있길 바란다”고 위로했다. 그리고 장현수와 같은 잘못이 생기지 않도록 발 빠르게 움직였다.

좋은 일도 많았지만, 논란도 적지 않은 1년이었다. 협회는 가시밭길을 헤쳐 나왔다. 홍 전무는 협회가 해야 하는 일의 주안점은 징계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징계를 받지 않도록 관리하고 지원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며 곧장 병역 특례 관련 사회 봉사 지원 계획을 수립한 이유를 짚었다. 장현수 징계와 병역 특례 선수 지원 방안 마련은 협회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 좋은 사례다.

▲ 정정용 U-19 감독,뮐러 기술발전위원장 , 벤투 A대표팀 감독,김판곤 위원장,김학범 올림픽 감독 ,최영준 감독,서효원 감독 ⓒ대한축구협회


◆ 김판곤~김학범~벤투~뮐러 선임, 인사가 만사다 

협회는 지난 해 11월 대대적 조직 개편과 인사 개편을 단행했다. 국가 대표 팀 주장이자 감독으로 현역 일선에서 일했던 홍명보 전무이사는 지난해 11월 8일 선임됐다. 정몽규 회장과 부회장 직급은 비상근이다. 상근직으로 행정을 총괄하는 실권을 잡았다. 

은퇴 이후 지도자보다 행정가를 꿈꿨고, 지도자로 일하면서도 행정가의 길을 놓지 않았던 홍 전무는 “지난 1년 간 많은 공부가 됐다”고 했다. 

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위기론에 시달리던 한국 축구는 부활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1년 사이 한국 축구 이미지는 꽤 많이 개선됐다. 새 집행부의 리더인 홍 전무도 “좋게 바뀌었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지난 10월 마무리된 국내 A매치 친선경기는 4경기 연속 매진됐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피치 위에서의 승리가 대표팀의 인기 회복으로 이어졌지만, 저절로 된 것은 아니다. 행정 측면에서도 투명한 결정과 즉각적인 대응, 활발한 소통이 이뤄졌기에 팬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

새 집행부의 특징 중 하나는 기술위원회의 역할 분담이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김학범 감독을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사단을 A대표팀에 안착시켰다. 국가대표선임위원회가 구축한 프로세스로 뽑힌 두 감독은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로웠다. 

독일 출신 미하엘 뮐러는 기술발전위원장으로 한국 축구 유소년 훈련 체계를 만들고 있다. 홍 전무가 홍콩에서 국제 감각을 쌓은 김 위원장을 선임했고, 박지성 유스전략본부장이 비상근올 일하며 뮐러 위원장을 직접 면담해 낙점했다. 두 선임은 팬들의 갈증과 현장의 요구를 해소해준 결정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한국 축구의 기술 파트 최일선을 책임지는 라인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협업하고 있다.

▲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지만 소통은 시작됐다. ⓒ대한축구협회


◆ 여전히 산적한 한국축구의 숙제, 해결의 첫 걸음은 활발한 소통

대표팀이 잘되고 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홍 전무는 “대표팀이 잘 되면 안좋은 일들이 묻히고, 대표팀이 잘 안되면 잘하고 있는 것도 질타를 받는다”며 대표팀 운영 정상화와 더불어 협회가 장기계획을 뚜렷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부임 1년 차에 가장 강조한 것은 소통. 출발점은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협회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홍 전무는 “밖에 있을 때는 몰랐던 일들이 있다. 협회가 열심히 일하고도 잘 알리지 못한 일들이 있고, 협회의 노력만으로 바꾸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며 소통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선수 시절 큰 인기를 누렸던 홍 전무는 협회가 현장과 더 원만하고 부드러운 소통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됐다.

홍 전무는 “지난 1년 간 많이 다녔다. 해외보다는 국내를 주로 다녔다”며 협회에 상근하는 전무이사지만 현장과 접촉에 신경 썼다고 했다. 축구인과 축구팬의 생각과 괴리된 의사 결정과 불통으로 지탄받던 협회가 달라진 것은 만남의 접점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홍 전무는 초등, 중등, 고등 및 대학 등 연령별 대회 현장을 빠짐없이 찾았고, 언론과 소통의 문도 열었다. 

▲ OB축구회를 방문한 김학범 감독과 코칭스태프 ⓒ대한축구협회


지난 6월까지는 러시아 월드컵 총력 체제였다. 월드컵 이후 8월 새 대표팀 감독을 선임했고, 9월과 10월에는 축구팬과 직접 소통을 위해 서울과 대전에서 대표팀 분야, 유소년 분야 등 주제를 정해 한국축구정책간담회도 열었다. 홍 전무는 현장에서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참가자들의 제언을 듣고 질문에 답했다. 11월에 3차 간담회를 예정하고 있다.

협회가 직접 운영하는 대표팀 레벨은 순항 중이지만,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K리그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홍 전무는 청와대 앞에서 열린 축구인궐기대회 현장에도 직접 참석해 아산 무궁화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연맹의 일이 결국 협회의 일이고 한국축구의 일이다. 당연히 나서서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이 궐기대회가 국무조정실의 움직임을 끌어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8시즌 K리그2 우승으로 얻은 승격권에 대해 19일까지 경찰청과 아산무궁화 구단의 답을 기다리기로 했다.

한국 축구의 인기 회복에 결정적 역할을 한 2018년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들과 스태프는 연말을 맞아 의미 있는 후원을 했다. 축구원로 단체인 한국OB축구회 사무실을 방문해 1,500만원 후원금을 전달했다. 급성 백혈병으로 투병중인 아시안게임 사이클 금메달리스트 이민혜 선수에게 후원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후원금은 대한축구협회로부터 받은 금메달 포상금을 선수와 감독, 코치진이 갹출해 마련했다. 원로가 모인 OB축구회에는 김학범 감독을 중심으로 한 코칭스태프가, 이민혜 선수(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사이클 종목 2회 연속 금메달)에겐 선수 대표로 조유민과 황현수가 방문했다. 

김학범 감독은 "축구 원로분들의 성원 덕분에 우리 선수들이 좋은 기운을 받아 금메달을 딴 것 같다. 2020년 도쿄 올림픽 대표팀에도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국OB축구회 최길수 회장은 "OB축구회에서 투병 중인 축구 원로들의 병원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번 후원금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 백혈병으로 투병 중은 사이클 금메달리스트 이민혜 선수를 방문한 조유민과 황현수 ⓒ대한축구협회

지난 여름 이민혜 선수의 사정을 소개한 기사를 읽은 홍 전무와 김학범 감독이 의견을 나누고 이민혜 선수에 대한 후원을 진행했다. 이민혜 선수는 “병실에서 이번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의 활약을 지켜봤다. 다른 종목 선수들임에도 찾아주어서 정말 고맙다. 더욱 용기를 내 병마를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최근 행보는 협회를 질타하던 축구계 여론을 환기시켰다.

첫 걸음은 잘 뗐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축구는 살얼음판 위에 있다. 홍 전무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했다.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항상 대비해야 한다”며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고 했다. 

지난 1년은 한국 축구가 갖고 있던 숙제를 풀기에 충분할 수 없었다. 홍 전무는 “긴 시간을 갖고 해야 하는 일들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 축구의 풀뿌리라고 할 수 있는 유소년 축구와 K리그는 여전히 어두운 터널 속에 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지속적인 소통과 치밀한 계획,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 2002년 4강 신화를 까먹기만 했다는 지적을 받던 한국축구. 거꾸로 가던 시계를 다시 앞으로 돌리기 위해 아직 갈 길이 더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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