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준환 ⓒ 곽혜미 기자

-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챔피언이지만 10명 안 되는 출전자 가운데 우승

- 지난해보다 기술 구성 및 프로그램 수행 능력 향상

- 쿼드러플 점프 두 개 성공률 높이는 것이 과제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4년 전,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실내아이스링크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스케이트 끈을 매던 어린 소년이 유독 시선을 사로잡았다. CF 광고 출연 경험도 있다고 밝힌 이 소년은 "피겨스케이팅 외에 아는 운동은 별로 없다. 또래들은 (야구나 축구 같은) 다른 운동을 좋아하지만 나는 이 종목이 가장 재미있다"며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당시 13살 초등학생이었던 차준환은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유망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혔다. 김연아(28) 이후 여자 싱글 지망생들은 적지 않게 늘어났지만 남자 싱글은 그렇지 못했다. 국내 대회에서는 늘 10명이 안 되는 선수들이 경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지난 1월 국내 최고 권위 대회인 종합선수권(KB금융 코리아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8)대회 남자 싱글 시니어부 경기에 출전한 인원은 총 9명이었다.

이런 열악한 선수층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이가 등장하기는 힘들다. 김연아 이후 여자 싱글의 미래를 이끌어갈 '제2의 김연아'는 기대했지만 '남자 김연아'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차준환은 김연아가 빙판을 떠난 뒤 한국 남녀 싱글을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그는 2016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2연속 우승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해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지난해 그는 부츠와 부상 문제로 시련을 겪었다.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지만 처음 출전한 시니어 그랑프리(스케이트 캐나다)에서는 9위에 그쳤다.

지난 2월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는 15위를 차지했다. 부상과 부츠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뒤 첫 올림픽 무대에 선 그는 나름 선전했다. 그러나 남자 싱글의 높은 벽도 실감했다.

평창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은 역대 최고의 '점프 전쟁'이 펼쳐졌다. 4회전 점프가 남자 싱글의 '필수 요소'가 된 것은 오래 전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무대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았다.

▲ 차준환 ⓒ 스포티비뉴스

올 시즌을 앞두고 한층 성장해서 돌아온 차준환

지난해 차준환은 혹독한 성장통을 겪었다. 부츠와 부상 문제로 발목이 잡힌 그는 올림픽을 힘겹게 준비했다. 이 시기는 그에게 시련의 시간이었지만 성장을 위한 밑거름도 됐다. 올 시즌을 앞둔 차준환은 새로운 4회전 점프인 쿼드러플 토루프 완성도에 집중했다.

또 지난 시즌까지 뛰었던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루프 대신 트리플 러츠 + 트리플 루프로 3+3 콤비네이션 점프를 업그레이드했다. 후속 점프인 트리플 토루프는 기초 점수가 4.2점이다. 반면 루프는 4.9점이다. 에지 점프(스케이트 날[에지]을 활용해 뛰는 점프)에 강점이 있던 차준환의 장점도 살렸다.

프리스케이팅에서 그는 4회전 점프를 두 번 시도한다. 평창 올림픽에서 그는 '모험'보다 '안정'을 선택하며 쿼드러플 살코만 프리스케이팅에서 뛰었다.

올 시즌 그는 첫 점프로 쿼드러플 토루프를 구사한다. 그다음 점프는 쿼드러플 살코다. 경기 초반 두 번의 4회전 점프를 뛴 뒤 트리플 러츠 + 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이후 트리플 악셀을 두 번(한 번은 더블 토루프를 붙인 콤비네이션 점프) 시도한다.

이어지는 점프는 트리플 플립 + 싱글 오일러 + 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다. 마지막 점프인 트리플 루프까지 기술의 난이도를 한층 높였다.

차준환의 장점과 가능성은 비점프 요소에서 나타난다. 그는 매 대회에서 꾸준하게 스핀에서 최고 등급인 레벨4를 받고 있다. 스케이팅의 유연함도 정상급 선수들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다. 17살이라는 어린 나이를 잊게 만드는 빼어난 표현력도 한층 돋보였다.

▲ 차준환 ⓒ 곽혜미 기자

두 개의 4회전 점프 성공률 높이는 것이 과제

올 시즌 차준환의 두 번의 ISU 챌린저 대회와 시니어 그랑프리 2개 대회(스케이트 캐나다, 스케이트 헬싱키)에 출전했다. 총 네 번의 국제 대회에 나섰지만 아직 프리스케이팅에서 두 개의 4회전 점프를 모두 완벽하게 뛴 적은 없었다.

또한 4회전 점프 외에 몇몇 점프에서는 회전수 부족으로 언더 로테이티드(Under rotated : 90도 이상 180도 이하로 점프 회전수 부족) 판정이 지적됐다.

회전수 부족은 점프의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부츠, 부상 문제 혹은 당일 컨디션과 집중력에 따라 나타난다. 차준환은 지난주 2차 대회를 바친 뒤 캐나다에서 핀란드 헬싱키로 이동했다. 아직 새 프로그램 적응 중인 그는 프로그램 클린에 실패했다.

시즌 초반에는 상당수 선수가 제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한다. 올 시즌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부터 3차 대회까지 정상급 선수 대부분은 개인 최고 점수를 넘어서지 못했다.

차준환은 2차 대회 동메달에 이어 3차 대회에서도 3위에 입상했다. 사실 쟁쟁한 선수들이 많이 출전한 3차 대회 메달은 힘들게 여겨졌다. 차준환의 동메달은 행운도 따랐다. 우승을 차지한 하뉴 유즈루(일본)와 우승 후보로 꼽혔던 진보양(중국)은 점프에서 잦은 실수를 하며 5위에 그쳤다.

▲ 차준환 ⓒ 곽혜미 기자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동메달리스트인 미하일 콜야다(러시아)도 실수를 연발하며 4위에 그쳤다. 콜야다와 진보양은 지난해까지 차준환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이들을 제치며 시상대에 올라섰다.

차준환은 내년 세계선수권대회까지 현재의 기술 구성을 가지고 갈 가능성이 크다. 상황에 따라 간간이 연습 중인 쿼드러플 루프를 넣을 수 있지만 지금은 두 개의 4회전 점프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차준환은 이번 시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렸다. 정상급 스케이터들을 상대로 선전한 17살 소년의 반란은 동메달 획득으로 이어졌다.

그랑프리 시리즈를 마감한 차준환은 캐나다 토론토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으로 돌아가 훈련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는 오는 12월 21일 열리는 회장배 랭킹 대회에서 국내 팬들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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