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현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다. 왼쪽(검지)은 2001년 애리조나 시절, 오른쪽은 2004년 보스턴 시절 우승 반지. ⓒ 김병현 인스타그램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이제 우승 반지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김병현은 19일 인스타그램(kimbyunghyun_49)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두 개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사진을 올리면서 "17년 전 이맘 때 힘들 게 얻은 것^^ 하나는 원플러스 원"이라고 설명했다. 팬들과 지인들은 '말로만 듣던 전설의 반지', '옛날 생각이 나네요', '신이었던 사나이'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과거를 추억했다.

김병현은 한국인으로는 유일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보유자다. 그것도 두 개나 간직하고 있다. 하나는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 하나는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획득한 우승 반지다.

김병현은 21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애리조나 시절 우승 반지는 힘들 게 얻었고, 보스턴 시절에는 보너스처럼 얻은 반지라 1+1로 써 놓은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이날 자신의 뒤를 이어 월드시리즈에 진출을 확정한 후배 류현진(31·LA 다저스)을 향해 "걱정할 필요 없다. 아프지만 않다면 미국에 있는 한국인 선수 중에 가장 걱정하지 않아도 될 선수다"라며 믿음과 응원을 보냈다.

▲ 김병현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2002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행사에서 찍은 기념 사진. 김병현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보다가 문득 생각난 MLB 올스타 게임. 사진이 너무 잘 나온 거 같아 한번 올려본다. 실물은 이렇게 안 생겼는데 ㅋㅋㅋㅋ"라고 썼다. ⓒ 김병현 인스타그램
김병현이 말하는 우승반지의 추억

1999년 애리조나에 입단하자마자 초고속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병현은 '프리즈비 슬라이더'와 '업슛'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메이저리그에 충격파를 던졌다. 2000년 마무리투수 매트 맨타이가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소방수 보직을 이어 받아 각종 신기록과 진기록들을 써내려가던 그는 2001년 생애 처음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세인트루이스 상대)와 챔피언십시리즈(애틀랜타 상대)에서 4경기에 등판해 6.1이닝 무실점의 역투로 3세이브를 올린 그는 그러나 뉴욕 양키스와 맞붙은 월드시리즈에서 2경기에 등판해 홈런 3방을 맞고 블론세이브 2개를 기록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애리조나가 7차전 접전 끝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김병현은 악몽을 떨치고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받는 영광을 안았다.

당시 5차전 9회말 스콧 브로셔스에게 동점 투런포를 맞고 마운드에 주저앉은 장면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김병현은 이에 대해 "홈런을 맞은 것 자체보다 마이크 모건이 생각 나 주저앉았던 것이었다"고 회상하면서 "당시 은퇴를 앞둔 베테랑 투수 모건이 날 무척 예뻐했다. 나보다 스무 살 위(1959년생)인데 내가 태어나기도 전(1978년)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불펜에 같이 있으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했는데 드디어 우승 반지를 받고 은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좋아했다. 동점 홈런을 맞는 순간 다른 것보다 모건의 얼굴이 떠올라 주저앉았던 것이었다"고 과거를 돌이켰다.

김병현은 2003시즌 도중 보스턴으로 이적한 뒤 2004년 다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받았다. 그런데 그해엔 어깨 통증으로 월드시리즈 25인 로스터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 시즌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된 팀원으로서 우승 반지를 받은 것이었다. 그래서 김병현은 보스턴 시절의 우승 반지는 "보너스"라고 표현한 것이었다. 아무튼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2개 보유는 한국인 선수뿐 아니라 일본 선수를 포함한 동양인으로서는 최초의 일이었다.

김병현에 이어 2009년 박찬호가 필라델피아 필리스 유니폼을 입고 불펜투수로 활약하면서 월드시리즈에 올랐지만 뉴욕 양키스에 눌려 준우승에 그쳤다. 현재로서는 김병현이 한국인으로는 유일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보유자인 것이다.

그런데 김병현은 한때 우승반지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지인이나 기자들이 물어도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할 뿐이었다.

김병현은 “원래 물건을 소중하게 다루지 않는 편이라 반지를 어디에 뒀는지 기억을 하지 못했다”면서 “분실한 줄 알았는데 광주에 계시는 아버지가 다행히 나중에 찾아주셨다. 지금도 우승 반지를 끼고 다니는 건 아니고, 그냥 지금은 일산 집에 잘 보관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과거 입었던 야구 유니폼이나 물품도 간직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다만 2010년 결혼하면서 아내가 챙겨 놓은 기념품 몇 개가 있다고 했다.

"류현진은 한국인 선수 중 가장 걱정할 필요없는 선수"

류현진은 24일부터 보스턴 레드삭스와 7전4선승제 월드시리즈를 치른다. 김병현과 박찬호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는 주인공이 됐다. 김병현과 박찬호가 불펜투수로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지만, 류현진은 한국인 최초 월드시리즈 선발투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병현은 월드시리즈에 나서는 류현진에 대해 "모든 경기를 다 챙겨보지는 않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던지는 걸 봤다. 굉장히 잘 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더라"고 말했다.

▲ 류현진
둘은 대표팀에서도 같이 뛰어본 적이 없고, 야구를 같은 무대에서 한 적도 없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로 평소 친분을 쌓아왔다. 올 초 김병현은 애리조나 창단 20주년 기념 '올타임 올스타'에서 역대 애리조나 마무리투수 부문 1위에 올라 4월 초에 애리조나 홈구장 체이스필드에 초청돼 시구를 하기도 했다. 당시 LA 다저스가 체이스필드로 방문했고 류현진이 선발등판해 의미를 더했다.

김병현에게 '류현진에게 조언해줄 게 없느냐'고 묻자 "잘 하고 있는데 내가 무슨 조언을 하느냐"며 웃더니 "걱정할 필요 없다"며 굳은 믿음을 보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 호투를 이어가던 류현진은 20일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열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 선발등판해 3이닝 5실점 부진으로 조기강판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병현은 "투수와 타자가 자주 만나면 타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날은 류현진이 초반에 너무 편하게 들어간 것 같다. 처음부터 전력투구를 하지 않았다. 상대 타자들은 초구부터 류현진이 편하게 카운트 잡으러 오는 공을 노리고 들어간 느낌이었다"고 진단했다.

류현진은 2013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보스턴을 딱 한 차례 상대했다. 2013년 8월 25일 다저스타디움에서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4실점 7탈삼진으로 패전 투수가 된 바 있다. 펜웨이파크 등판은 한 번도 없었다. 보스턴 시절 홈구장 펜웨이파크 마운드를 자주 오른 김병현은 "류현진이 펜웨이파크에서 등판할지는 모르겠지만 투수가 굉장히 던지기 편한 마운드다. 구장이 옛날 분위기가 나고 좋다. 시야가 편하다. 다만 투수가 타격을 하지 않고 지명타자가 있는 아메리칸리그라 내셔널리그에서 경기할 때보다는 투수가 좀 더 힘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스턴 팬들은 극성이다. 상황에 따라 펜웨이파크 마운드에 서야 한다면 보스턴 극성 팬들의 야유를 참아낼 수도 있어야 한다. 김병현은 "류현진은 팬들 야유가 거슬렸으면 지금처럼 미국에 가서 잘 던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것은 걱정 안 해도 될 친구다. 지금까지 굉장히 잘 해 왔고, 또 잘 할 것으로 믿는다. 아프지만 않다면 미국에 있는 한국인 선수 중에 가장 걱정하지 않아도 될 선수가 바로 류현진"라며 월드시리즈 활약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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