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대전, 한희재 기자]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8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20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경기 전 팬들이 취소표를 기다리고 있다.
▲ [스포티비뉴스=대전, 한희재 기자]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8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20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스포티비뉴스=대전, 김건일 기자]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지난 19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엔 12400석이 모두 팔렸다. 지난 12일 '예매 전쟁'에서 이긴 승리자들이었다.

테이블 석에 일행 3명과 함께 자리를 잡은 한 50대 남성 관중에게 "예매가 어렵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조심스레 "사실 암표를 샀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 2자리, 반대쪽에 5자리를 샀다. 이곳 2자리는 한 장에 17만 원이다. 일행이 한 명 안 온다고 해서 반대쪽 5자리 가운데 하나는 4만 5천 원에 팔았다. 계산을 해보니 72만 원 정도를 더 쓴 것 같다"고 애써 웃었다.

또 다른 중년의 관중도 암표를 사서 들어왔다고 털어놓았다. 천안에서 왔다는 한화 팬 B씨(49)는 "딸과 함께 예매를 했는데 실패했다. 순식간에 자리가 사라졌다. 꼭 경기장에서 야구를 보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암표를 샀다"고 했다.

암표상은 개인이 아닌 조직이다. 티켓을 예매하고 웃돈을 얹어 재판매해 이익을 챙긴다. 암표 거래는 온 오프라인 상에서 이루어진다.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와 티켓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일부 사이트에서 웃돈을 얹는다. 웃돈은 경기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이다.

그러나 현행 법률상 인터넷을 이용한 암표 매매 행위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암표 매매 단속은 경범최 처벌법을 따르는데 현장에서 웃돈을 팔고 다른 사람에 되팔 경우만 단속 대상으로 규정한다.

▲ [스포티비뉴스=대전, 한희재 기자]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8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20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야구장 입장을 위해 경기장 앞에 모인 팬들의 모습.

한화는 11년 만에 가을 야구에 올랐다. 19일과 20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엔 경기 전 표를 구한 관객뿐만 아니라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들로 뒤엉켰다. 표를 못 구한 관객들 사이엔 암표상들이 끼어 있었다. 오프라인에서 암표 거래는 은밀하다. 경기장을 지나다니다 보니 한 남성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표 있어요"라고 말을 건넸다. 가격을 물으니 그는 3만 원짜리 티켓에 7만 원을 부르며 "사람들이 이 가격에 못 구해서 난리"라고 말했다.

경찰들은 경기장 입구, 매표소 등으로 구역을 나눠 암표상을 찾았다. 경찰 신분을 감추고 표를 구하는 관중으로 위장한 사복 경찰도 있었다. 그러나 실효성은 거의 없다. 20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암표를 단속하던 경찰은 "어제(19일)는 한 명도 못 잡았다"며 "암표상들이 흩어져 있어 잡기가 어렵다. 신고가 있으면 잡을 수 있는데 정작 암표를 구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KBO는 수년 전부터 성행해 온 암표 거래를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티켓 예매사이트 인터파크는 아이디 하나당 티켓 구매를 4개로 제한했다. 또 자동 문자 입력 방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기존의 무통장 입금 방식을 없애고 오로지 신용 카드로 거래할 수 있게 했다. 아이돌 콘서트에서 암표를 줄였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또 KBO는 불공정 거래와 암표상의 폭리를 막기 위해 지난해 리세일(Resale)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도입했을 때 최대 판매 금액을 130%로 제한해 판매자와 구매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했다. 판매자가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 논란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KBO는 "궁극적인 목적은 암표상들의 이득과 구매자들의 피해 금액 줄이기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KBO에 따르면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리세일 애플리케이션에선 많은 거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올해 KBO는 리세일 애플리케이션의 판매 금액을 100%로 낮췄다. 국회가 리세일 애플리케이션이 또 다른 암표 거래를 조장하는 게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거래가 눈에 띄게 줄었다. 반대로 암표상들은 늘어났다. 암표를 뿌리 뽑을 수 없는 현행 제도에서 근절하는 방안마저 제한된 셈이다.

KBO 관계자는 "KBO도 암표 문제 특히 포스트시즌에 불거지는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현행법으론 암표를 없앨 수 없다. 지금으로선 소비자들의 올바른 선택이 암표 근절을 이끄는 방향"이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