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이강유 기자] "내년은 올림픽 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해입니다. 올림픽 예선전이 열리는 데 여기서 지면 그다음은 없어요. 반드시 올림픽 예선에서 출전권을 따야 하기에 가장 중요한 해입니다."

터키로 떠나는 배구 여제의 표정은 밝았다. 자신을 배웅해주러 늦은 밤 공항을 찾은 많은 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근심어린 표정도 역력했다. 올해 기나긴 국가 대표 일정을 보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연경(30, 터키 엑자시바시)이 11일 밤 터키로 출국했다. 그는 올 시즌 명문 구단인 엑자시바시의 유니폼을 입는다. 김연경은 새 구단에서 새 출발 한다는 설렘과 걱정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 또 국가 대표에 걱정의 끈도 놓지 않았다.

출국 전, 취재진을 만난 김연경은 "이번을 기회로 얼마 남지 않은 올림픽 예선을 위해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배구에 전념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돌아오면 모든 것이 잘 정리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국가 대표 팀은 처음 전임 감독제를 시행했다. 또 대표 팀 훈련 기간은 그 어느 때보다 길었고 모든 국제 대회에 출전 선수 엔트리 14명을 채워서 출전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준결승전에서 태국에 발목이 잡혔다. 가장 중요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인 태국과 아제르바이잔에 모두 무릎을 꿇었다.

1라운드에서 1승 4패에 그친 한국은 44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출전했던 대회라 이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다.

한국이 최악의 성적표를 받을 때 세계 최강 중국은 물론 '숙적' 일본은 선전했다. 중국은 8승 1패로 3라운드에 진출했다. 일본도 홈의 장점을 살려 7승 2패로 3라운드 무대를 밟았다.

김연경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터키에 가고 싶었다"고 털어 놓았다. 아시아 팀들의 선전에 대해 그는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 배구가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서 희망을 느꼈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우리도 앞으로 더 준비해서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성적을 냈으면 한다"는 말도 남겼다.

한국 여자 배구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위해 전임 감독제를 실시했다. 또 다른 어느 해보다 준비 기간도 길었고 선수 차출도 큰 잡음이 없었다.

그러나 주전 선수들의 혹사와 엔트리 14명의 적절하지 못한 활용으로 기대했던 성적을 내지 못했다. 모든 대회에 엔트리 14명을 꽉 채워서 나갔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 있던 선수들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주전 선수들의 혹사는 계속됐고 가장 중요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여기에 지난 9월 진천선수촌에서 지도자가 팀 스태프를 성추행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협회는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 김연경(가운데)를 비롯한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 FIVB 제공

협회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됐다. 대표 팀 지도자 및 스태프는 그 누구보다 검증된 이가 맡아야 한다. 그러나 '내 제자, 혹은 내 사람'을 챙기는 패거리 문화는 여전했고 올해 꾸려진 대표 팀도 이런 적폐는 여전했다.

검증되지 못한 지도자와 코칭 스태프들은 결국 한국 여자 배구의 행보에 발목만 잡았다. 이런 일들을 사전에 막지 못한 협회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전 국가 대표 출신인 한 배구인은 "(김)연경이만 보면 안타깝다. 매번 얼굴을 보면 말라 있더라. 이번에도 만났을 때 보니 안쓰러웠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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