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레인전 돌파를 시도하는 나상호(11번)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역대급 공격진'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번 대표 팀 공격수 중 가장 인지도가 낮았던 나상호(21, 광주 FC)는 금메달이라는 결과물에도 아시안게임에 대해 내내 "아쉽다"고 했다. 무엇이 그의 마음속 아쉬움으로 남았을까.

10일 오후 '스포티비뉴스'는 나상호와 연락했다. 나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전에는 '2부 리그 득점 선두', '김학범 감독의 숨은 해결사'라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황의조의 맹활약과 주장 손흥민의 존재감, 이승우 결승전 활약에 묻혔다. 

본인도 1차전 바레인과 경기까진 "몸 컨디션도 좋고 골도 넣고"라고 했지만, 이내 "자신감을 잃었다"고 했다. 선발보다는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아시안게임 이후에 소속 팀 광주로 돌아온 나상호. 첫 3경기 동안은 무득점에 그쳤다. 그 사이 팀은 3연패 수렁에 빠졌다. 우리가 알던 나상호가 돌아온 건 30라운드. 서울이랜드전 멀티 골로 팀의 4-1 대승을 이끌었다. 이어 31라운드 부천 FC와 경기 후반 추가 시간 극장 골로 팀의 패배(1-1 무)를 막았다. 5위 광주(승점 40점)는 4위까지 주어진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위해 남은 정규 리그 5경기 결과가 중요한 상황. 

나상호에게 아시안게임에서의 아쉬움과 득점왕, 광주의 승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K2를 지배하는 광주의 나상호 ⓒ한국프로축구연맹

다음은 나상호와 일문일답. 

-잘 지내요?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 

-기대를 가지고 출전한 아시안게임,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

일단은 첫 경기(바레인전) 때는 몸 컨디션도 좋고 골도 넣고. 좋았던 경험이었다. (하지만) 갈수록 자신감이 떨어지고 여유가 부족했다고 느꼈다. 플레이에서 자꾸 실수하다 보니 더 그랬다. 보여주지 못하고 제 자신도 만족하진 못한 아시안게임이었다. (Q.정확히 자신감이 떨어진 시점은?) 저도 정확하게는 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불안하고 자신이 없고 갑자기 그런 마음이 들었다. 조금 더 자신 있게 하려고 했지만, 마음이 급했다. 3차전(키르기스스탄전)이 기점, 그쯤인 거 같다. 

-바레인전엔 투톱으로 나서 득점도 하면 괜찮았다. 이후 사이드(3차전부터 포백으로 전환)에서 뛰는 시간이 늘었다. 포메이션이 바뀌면서 경기력에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포백으로 포메이션이 변하면서 사이드로 뛰는 시간이 늘었다. 바레인전(3-5-2)은 옆에서 같이 뛰는 공격수가 있어서 익숙했다. 하지만 사이드로 뛰면서 어려움이 있었다. 마침 그때(3차전) 플레이에서 실수가 이어지다보니 자신감이 떨어졌다. 제 경기력도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금메달을 땄다. 

결과적으로 좋았지만, 제 자신의 경기 내용도 만족했더라면 더 기억에 남고 좋았을 것이다. 결과는 냈다. 한편으로는 경험을 쌓게 해 준 아시안게임이지만, 기억에 남고 더 만족했던(활약) 대회였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고는 있다.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 이승우라는 역대급 공격진과 함께 뛰면서 많은 것을 배웠을 것 같은데.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이어서 그런지 볼이 오면 '여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편하게, 급하지 않게. 저도 맨날 소속 팀에서 매번 듣는 말을 '급하다'는 것이다. 형들이랑 해외파는 보면 급하지 않고게 잡고, 정확하게 패스한다. 실수를 줄여야 자신감을 찾을 수 있다.(Q.손흥민이랑 같은 방을 썼다. 따로 득점 비법 등을 전수해주진 않았나.) 방에서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장난으로 '내일 경기 이기면 말해주겠다'고 했다. 이겨도 경기 끝나면 기쁨이 좋아서. (제 질문이) 이야깃거리로 돌아오진 않았다. 

▲ 대회 내내 나상호와 같은 방을 썼던 주장 손흥민 ⓒ연합뉴스

-AG 전에는 '손흥민 선배님'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좀 어떤가? 친해졌나? 

대회 때 선배들을 모두 형이라고 불렀다. 이전보다 조금은 편해지긴 했지만 아직은 좀 조심스럽지 않나 생각한다. (손흥민을 부르는 호칭이) 형이라고 바뀌긴 했다. 어려운 선배다. (Q. 요즘에도 연락하는지) 대회 끝나고 조금 하다가, 그냥 지금은 뜸해지긴 했다. 

-아시안게임 전에 본선에서 득점을 많이 하고, 금메달을 목표로 했고, 해외 진출에 대한 조그만 포부도 말했다. 금메달 땄다. 리그에서도 활약이 좋다. 생각하는 게 있을까. 

(그런 생각보단) 일단 리그에서 마지막이 가장 중요하다. 팀의 승격을 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팀만 생각한다. 시즌 끝나고 상의하면 될 문제다. 지금은 (이적에 대한) 생각이 없다. (Q.선호하는 해외 리그, 구단은 있을 거 같다) 해외를 경험하고 싶은 게 있다. (하지만) 감독님과 저의 스타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타일이 맞아야 제가 좋게 평가받을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 자주 보는데, 이번에 (황)희찬이가 분데스리가2를 가서 그 경기도 많이 본다. 팀은 첼시와 토트넘 홋스퍼 경기를 많이 본다. 제가 세르히오 아구에로 선수를 좋아하는데, 체구도 비슷하고. 피지컬이 두껍고, 스피드도 빠르고 결정력도 좋다. 롤모델로 삼고, 훈련할 때 많이 노력한다. (Q.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훈련을 하는지) 골 결정력은 감독님도 말씀하시지만 정확한 목표 설정을 해서 차야 한다. 막무가내로 찬다기보다 정확성 높이는 훈련을 한다. 밀어 넣고, 한 박자 빠른 슈팅, 그런 내용을 한다. 

-AG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축구보다는 공부한 것 같다. 한 인생을 배웠다. 내가 알지 못한 축구를 배웠다. 


-아시안게임 명단 발표 시기. 19경기에서 9득점 1도움을 기록했다. 발표 이후 20R 1골, 21R 1골 넣었다. 11골 1도움으로 아시안게임에 갔다. 아시안게임 복귀 이후 부진했다(3경기 연속 무득점, 팀도 3연패). 최근 2경기 연속 골을 기록하며 득점력, 팀도 살고 있다(30R 서울E전 멀티 골, 31R 부천전 1골). 

일단 아시안게임 다녀와서 자신감이 떨어져서 왔다. 자신감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께서도 제 플레이 하는 것을 보고 '좀 더 성숙해져야하고 여유로워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3경기 동안 부진하고 그런 말씀을 해주시니깐 스스로 '떨쳐내고 이겨내야겠다' 마음먹고 이랜드전에선 여유 있게 했다. 계속 여유를 가지고 침착하게 경기하니깐, 자신감을 되찾은거 같다. 멀티 골(이랜드전)을 계기로 자신감을 찾았다.  

-보통 스피드는 선천적인 능력이 중요하다고 한다, 나상호 하면 스피드도 좋지만 라인 깨는 게 '예술'이다. 이것도 선천적인가?

선천적이라기보단, 배움으로 배운 거 같다. 초등학교인지 중학교 때인지 코치님과 경기를 보면서 라인을 컨트롤 하는 공격수에 대해 이야기 하셨다. 보고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그때부터 스스로 라인 깨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안 되더라도 도전하자'하고 연습했다. 그런 경험이 있다. 루이스 수아레스도 라인 컨트롤도 잘해서 배우고 싶다. 경기에 써 보니깐 되더라. 어느 순간부터 몸에 익숙해졌다. 후천적이다. 

▲ 스피드, 결정력, 침투 능력을 갖춘 나상호 ⓒ광주 FC

-득점왕 욕심이 있을 거 같다. 

득점왕 욕심이 없진 않다. 욕심이 생기는데, 1부 말컹(32라운드 마친 상황에서 25골로 득점 선두) 선수 보고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나상호는 14호 골로 2부 리그 득점 선두). 그래서 좀 더 넣고 싶고 그런 마음이 생긴다. 뒤에서 쫓아온다는 게 의식이 되지만, 내 갈길을 가면 안 따라 잡힐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득점 대부분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그리고 오른발로 주로 많이 넣더라, 더 발전하려면 왼발 사용이나, 중거리 슛 등 연마해야 할 점도 있지 않을까?

여기서 지금 코치님이나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게 큰 박스 안에서 슈팅을 만들어야 하는데, '너무 완벽하게 하려는 습관이 있다'고 하신다. '슈팅 타이밍이 오면 중거리도 때리라'고 하신다. 완벽하게 만들 수 있지만, 확률이 떨어진다. 거기서 저도 많이 느껴서 바꿔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훈련 때도 왼발 사용하고 있는데, 오른발보단 정확도, 자세도 이상하고. 그래도 왼발이 공중 볼 맞추는 임팩트는 더 좋다. 힘이 덜 들어가고 그런다. 그런데 땅에 있을 때는 임팩트는 안 좋아서. 떠 있는 볼을 왼발로 찰 때가 있다. 

-정규리그 마감까지 이제 5경기 남았다. 4위 부산 48점, 5위 광주 40점, 6위 안양 37점. PO 진출권을 위해 광주의 향후 일정이 중요할 텐데. 

5경기를 전승한다는 목표를 두고 한 경기라도 안 중요한 경기가 없다. 이번에 성남 FC를 잡으면 그 위를 추격할 수 있다. 그다음 경기 수원FC, FC 안양전도 있다. 그런데 저희를 잘못되면 순위가 떨어질 수 있다. 이기면 올라갈 수 있다. 어느 팀이든 다 중요한 경기다. 어느 팀이 준비를 잘 하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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