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너 맥그리거는 판을 흔드는 소스라면 취사선택 없이 강행한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전선을 넓혔다. 상대 선수는 물론 코치와 아버지, 국가 지도자까지 '디스' 테이블에 올렸다.

코너 맥그리거(30, 아일랜드)에게 성역은 없다. 

판을 흔드는 소스라면 취사선택 없이 강행한다. 성역 없는 '힐난'은 맥그리거라는 인물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뿌리다.

맥그리거는 지난 21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UFC 229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0, 러시아)를 저격했다.

MMA 관련 내용만 입에 올리지 않았다. 상대 정치적 '구린내'까지 건드렸다.

도화선은 누르마고메도프 에이전트인 알리 압델아지즈. 압델아지즈는 현 MMA 시장에서 가장 큰 권력을 지닌 에이전트로 꼽힌다.

누르마고메도프뿐 아니라 UFC 플라이급 챔피언 헨리 세후도, 전 밴텀급 챔피언 코디 가브란트, 전 라이트급 챔피언 프랭키 에드가까지 전담 관리하고 있다.

알뎁아지즈는 최근 맥그리거를 꾸준히 비판해 왔다. 지난 7월 "(버스 난동 사건으로 사회봉사 5일 처분을 받은 맥그리거에게) 차라리 감옥 안이 더 안전할텐데, 왜 기어이 기어나와 다치려 하나"라며 조롱을 날렸다.

이후에도 끊임없이 언론 인터뷰와 트윗으로 맥그리거 신경을 건드렸다.

▲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왼쪽)과 코너 맥그리거는 지난 21(한국 시간) 미국 뉴욕에서 날선 '토크 공방전'을 펼쳤다.
맥그리거가 발끈했다. 그는 21일 사전 기자회견에서 "한 마디만 하겠다. 제발 입 좀 다물어라, 알리. 난 네가 이슬람 과격 단체와 뉴욕 경찰청(NYPD), 연방수사국(FBI) 사이에서 이중첩자 노릇을 한 과거를 알고 있다. 밀정 주제에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압델아지즈는 2002년 FBI와 NYPD 정보원으로 특채된 바 있다. 이민국 심사에서 서류 위조 혐의로 수감 중이던 그는 자신을 풀어주는 대가로 무슬림 조직 내 극단주의자 정보를 빼오는 조건부 석방을 받아들였다.

실제 압둘아지즈는 미국 버지니아주에 근거지를 둔 '무슬림스 오브 아메리카(MOA)'에 위장 잠입해 정보를 빼내왔다.

그러나 동행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8년 FBI는 압델아지즈를 기소했다. 

무슬림 단체에 미국 국가 기밀을 되팔았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압둘아지즈가 MOA를 비롯한 무슬림 조직에 거꾸로 포섭돼 이중첩자로 활동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이 과정은 맷 아푸조와 아담 골드만이 쓴 '내부의 적(Enemies Within)'이란 책에 자세히 나와 있다. 맥그리거 역시 이 책에 적힌 문장을 인용해 압둘아지즈를 비판했다.

이 책에는 "(압둘아지즈를 상대로) 확실한 승소를 거두진 못했다. 그러나 정황상 FBI와 NYPD가 농락 당했다고 보는 게 진실에 가깝다. 두 단체는 압둘아지즈를 국외 추방하고자 동분서주했으나 불완전한 노력에 그쳤다"고 쓰여 있다.

일부 과격 무슬림 단체가 주도하는 총기 테러, 폭력 시위는 미국민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 중 하나다. 2001년 9·11 테러,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상흔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맥그리거는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옥타곤 바깥에서도 누르마고메도프를 공격하는 모양새다. 챔피언을 전방위로 옥죄는 말폭탄을 꾸준히 던지고 있다. 

무슬림이면서 러시아 연방 다게스탄 공화국 출신인 누르마고메도프 '색깔'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 코너 맥그리거는 옥타곤 안에서만 뛰어난 파이터가 아니다. 밖에서 마이크를 쥘 때도 상대를 압도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맥그리거는 러시아 산업·금융 재벌(올리가르키) 지야부딘 마고메도프, 러시아 남부 체첸 공화국 수반 람잔 카디로프 이름까지 입에 올렸다.

누르마고메도프와 러시아 간 연관성을 두드러지게 하는 효과를 겨냥했다. 

자신이 악당인 '척'하는 파이터라면 현 챔피언은 보복이 두려워 옳은 길로 방향을 틀지 못하는 겁쟁이 프레임을 씌웠다.

맥그리거는 "(지난 4월 범죄 조직과 연관돼 20억 루블 횡령 혐의로 기소된) 마고메도프가 징역 20년 형을 선고 받기 전까지 누르마고메도프는 자기가 무슨 마피아 두목이라도 되는양 거들먹거렸다. 네 뒤를 봐줬던 재벌이 경제 사범으로 전락했는데 기분이 어떤가. 캠프 차릴 비용은커녕 (고향에 있는) 가족들 뒷바라지도 힘들지 않나. 자기 나라 돈 뒤로 빼돌린 사람의 (더러운) 지원을 받고 커리어를 키운 파이터, 러시아를 등진 배신자, 그게 바로 너"라며 비아냥댔다.

이어 "누르마고메도프 일가는 체첸 독재자 카디로프와 매우 절친한 사이다. 세계에서 가장 악질적인 광인(狂人)과 친분을 과시하는 우를 몇 년 동안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도 (카디로프와 찍은) 사진 한 장을 올리지 않았나. 제정신이 아닌 가족들"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누르마고메도프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아버지한테서 늘 싸우고나서도 상대에게 존경 받을 수 있도록 예의를 갖추라고 배웠다. 맥그리거는 자기 아버지한테 무엇을 배웠는진 모르겠지만 난 그렇게 가르침을 받았다. (아버지에 관한 논란은) 더 대꾸하고 싶지 않다. 입을 닫고 오직 케이지 안에서만 대화하며 (맥그리거를) 손봐줄 것"이라고 답했다. 

맥그리거 말은 투박하지만 유효했다. 심정적으로 챔피언을 압박했다. 

누르마고메도프 표정이 시간이 흐를수록 급격히 굳었다. 이중첩자 의혹이나 WSOF 부사장 시절 비위 논란 등으로 잡음이 많은 압둘아지즈를 언급하면서 부아를 돋웠고, 마고메도프와 카디로프 이름까지 떠벌린 건 강수였다. 

맥그리거 입(口)엔 성역이 없다. 몰아세울 수 있는 카드라면 남김없이 탁자 위에 꺼낸다. 그래서 결말이 더 궁금해진다. 실질적 1라운드에선 맥그리거가 웃었다. 

'SB네이션'은 "맥그리거가 성공적으로 뉴욕 원정을 마쳤다. 누르마고메도프가 한 방 먹었다. 과연 옥타곤에선 울고 웃는 자가 그대로 유지될지, 아니면 표정이 뒤바뀔지 기대를 모은다. 기대치를 확실히 끌어올린 첫 상견례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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