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두산 영건 이영하가 데뷔 첫 10승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이영하는 20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삼진을 7개나 잡아내며 6피안타 3사사구 3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이 승리로 시즌 9승(3패)에 도달하며 10승 고지에 1승만을 남겨 놓게 됐다.

이영하는 장점이 많다. 빠른 패스트볼의 회전력을 앞세워 힘 있는 투구를 한다. 변화구 구사 능력도 수준급이다.

구종별 분포도를 보면, 빠른 공이 가장 많고 그 다음 구종은 슬라이더를 선택했다는 걸 알 수 있다.

패스트볼은 56%로 가장 많이 던졌고 슬라이더가 21%로 뒤를 이었다. 여기서 뺴놓을 수 없는 구종이 바로 스플리터다. 이영하는 스플리터를 18%나 섞어 던지며 제3의 구종으로 활용하고 있다.

구사 비율은 세 번째지만 위력은 첫손 꼽히는 공이 바로 스플리터다. 스플리터를 던졌을 경우 안타를 거의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영하는 힘 있고 묵직한 패스트볼을 던지지만 제구가 완벽한 투수는 아니다. 아무리 회전력이 좋고 릴리스 포인트가 높아도 가운데로 몰리는 공은 여지 없이 맞아 나가게 마련이다.

때문에 이영하의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다소 높은 편이다. 올 시즌 3할1푼7리의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슬라이더도 구사 비율에 비해선 맞아 나가는 비율이 높았다.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3할5푼4리나 된다. 이 역시 제구 문제로 해석할 수 있다. 간혹 슬라이더가 손에서 빠지며 높게 걸리는 경우들이 적지 않았다는 걸 뜻한다. 

스플리터는 다르다. 언터처블의 위력을 갖고 있다. 스플리터 피안타율은 1할5푼4리에 불과하다.

과연 이영하의 스플리터에는 어떤 위력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해답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른 투수들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큰 낙폭의 스플리터가 위력을 발휘했다는 것을 데이터가 증명하고 있다.

이영하는 스플리터를 던질 때 릴리스 포인트가 가장 높다. 패스트볼도 1.92m로 평균인 1.79m보다 높게 형성되는 이영하다.

스플리터는 이보다 더 높은 곳에서 형성된다. 스플리터의 릴리스 포인트는 무려 1.96m나 된다.

스플리터를 주 무기로 사용하는 롯데 박세웅(1.57m)보다 40cm 가량 높은 곳에서 공을 때리고 있다. 스플리터를 나름대로 높은 곳에서 뿌린다는 LG 차우찬의 스플리터 릴리스 포인트도 1.77m에 불과하다. 역시 이영하가 20cm 가량 높다.  

타자 처지에선 릴리스 포인트가 높으면 시야를 위로 향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높게 보고 공을 쳐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시야를 잔뜩 높여 놓은 뒤 땅으로 떨어지는 궤적을 그리는 스플리터는 그 위력이 배가될 수 밖에 없다.

이영하표 스플리터의 위력을 높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찾을 수 있는 이유다.

또한 종으로 떨어지는 궤적의 슬라이더도 스플리터의 위력을 더해 주는 효과를 갖고 있다. A구단 전력 분석원은 "이영하의 슬라이더는 궤적이 좋을 때 마치 스플리터처럼 떨어진다. 타자로서는 전혀 다른 회전으로 날아오는 공이 비슷한 궤적으로 떨어지니 헷갈릴 수 밖에 없다. 이영하의 슬라이더는 종종 스플리터의 위력을 높이는 데 힘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영하의 10승 도전이 어떤 결말로 끝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1할대 피안타율의 스플리터가 큰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남들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스플리터의 각도 속에 그 힘이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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