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제천·KAL컵 남자 프로배구 대회에서 우승한 삼성화재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기나긴 정규 시즌과 단기전인 컵 대회는 매우 다릅니다. 정규 시즌 막판까지 흔들리지 않고 상위권을 유지한 팀이 강팀이죠"

배구 관계자들은 장기 레이스인 정규 시즌과 단기전인 컵 대회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의견을 모았다. 컵 대회는 정규 시즌을 앞두고 팀 전력을 점검해 보는 기회다. 전력을 다해 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모든 구단은 정규 시즌에 맞춰 팀 전력을 끌어올린다.

지난 16일 충북 체전에서 막을 내린 2018 제천·KAL컵 남자 프로 배구 대회에서 4강에 오른 팀은 삼성화재, KB손해보험, 현대캐피탈, 우리카드였다. 이들 팀들은 컵 대회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이 팀은 정규 시즌에서도 상승 곡선을 그릴지는 미지수다.

삼성화재는 9년 만에 컵 대회에서 우승했다. 외국인 선수 타이스 델 호스트(27, 네덜란드) 없이 이룬 성과라 의미가 특별했다. 이번 컵 대회에서 삼성화재는 박철우(33)는 물론 새롭게 가세한 송희채(26)의 활약에 탄력을 받았다. 외국인 선수가 뛰지 않았던 컵 대회에서 삼성화재의 성적은 좋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국내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치며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은 승패를 떠나 정규 시즌을 앞두고 모든 팀과 경기를 치른 점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정규 시즌을 앞두고 이렇게 많은 팀과 경기를 해 본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며 "기본기가 탄탄한 일본 팀과 맞붙은 경기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기본기와 조직력을 늘 강조한 팀이었다. V리그에서 8번이나 우승했지만 2013~2014 시즌 이후 우승 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삼성화재만의 탄탄한 조직력은 점점 사라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번 컵 대회에서 삼성화재는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들의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정상에 올랐다.

▲ 송희채 ⓒ 한희재 기자

특히 송희채의 가세는 삼성화재의 어깨에 날개를 붙였다. 그는 수비와 리시브는 물론 공격에서도 맹활약했다. KB손해보험과 맞붙은 결승전에서는 팀 최다인 17점을 올리며 대회 MVP로 뽑혔다.

현 전력에서 타이스가 들어오면 삼성화재는 한층 무서운 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희채는 "타이스가 들어오면 이렇게 볼을 많이 때리지는 않을 것 같다"며 "공격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팀 사정에 맞춰 경기할 생각이다. 지금 몸 상태를 유지하면 타이스와 (박)철우 형의 공격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세터 김형진(23)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신 감독은 "(정규 시즌에서) 기대는 하지 않겠지만 김형진은 앞으로 계속 경기를 하면 할수록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KB손해보험은 이번 대회에서 강한 서브와 조직력이 돋보였다. 준결승전에서는 조별 리그에서 3전 전승을 거둔 우리카드를 세트스코어 3-0으로 무너뜨렸다. 강한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든 점이 승리로 이어졌다. 그러나 보완할 문제점도 나타났다.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에서 나오는 결정타가 아쉬웠다.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은 "공격에서 득점이 나와야 할 때 터져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아쉬웠다"고 털어놓았다.

▲ 리버맨 아가메즈 ⓒ 곽혜미 기자

현대캐피탈은 다가오는 2018~2019 시즌에서도 유력한 우승 후보다. 한국 남자 배구를 대표하는 공격수인 문성민(32)과 전광인(27)이 버티고 있고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크리스티안 파다르(22, 헝가리)를 데려왔다.

뛰어난 공격수는 많아졌지만 팀 살림꾼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수비와 리시브를 책임져 줄 살림꾼에 대해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우선은 문성민과 전광인을 모두 살리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노재욱(26)의 이적으로 공백이 생긴 세터도 최 감독의 고민거리다.

우리카드는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외국인 선수 리버맨 아가메즈(33, 콜롬비아) 없이 대한항공을 잡았다. 우리카드는 승부처에서 상대 팀에 밀리는 약점이 있었다. 그러나 신영철 감독이 부임하면서 선수들은 자신감을 얻었고 고비처에서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이 향상됐다.

신 감독은 "정규 시즌을 앞두고 서브 리시브는 물론 2단 연결 등에서 보완할 과제가 생겼다. 선수들이 우리가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기 레이스에서 중요한 것은 선수층과 관리다. 늘 벤치 멤버가 부족하거나 선수 관리가 안 된 팀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컵 대회에서 전력을 가다듬은 남자부 7개 구단 가운데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팀이 있다. 반면 KB손해보험과 우리카드는 국내에서 훈련할 예정이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현대캐피탈은 아직 준비 중인 것 같고 컵 대회를 보니 우리카드와 OK저축은행이 많이 보강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도 많이 좋아졌다 지난 시즌보다 평준화가 더 많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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