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레전은 오히려 배운 점이 많았다. 아쉬워하는 손흥민. ⓒ곽혜미 기자
▲ 벤투호는 이제 막 출항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목표는 아시안컵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다. 시작은 활기 차야 했지만 동시에 너무 들떠서도 곤란했다. 성과와 과제를 모두 확인한 벤투호의 첫 A매치 2연전이 괜찮았던 이유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난달 한국 축구 대표 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러시아 월드컵을 마치고 기나긴 후보자 탐색 과정을 거친 뒤였다. 시간은 많지 않았다. 선수들을 직접 확인할 시간이 부족해, 일부 선수들은 기술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선발했다. 훈련 기간도 10일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전은 2-0으로 시원하게 승리를 거뒀다. 첫 경기에서 마수걸이 승리를 기록하면서 좋은 시작을 알렸다.

경기 내용도 좋았다. 벤투 감독이 펼칠 축구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국은 공간을 활용해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미드필더들이 2선 침투와 측면 이동을 활발하게 했다. 풀백들도 적극적으로 전진했다. 패스도 공간을 향해 투입됐다. 자연스레 속도감이 느껴졌다. 보는 이들의 눈이 즐거울 경기였고 결과까지 잡았다.

다만 코스타리카라는 상대를 고려해야 했다. 코스타리카는 러시아 월드컵 이후 '리빌딩'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정식 감독도 없다.케일로르 나바스와 조엘 캄벨 등 주축 선수들도 이번 A매치에는 소집되지 않았다. 밀집 수비 자체를 효과적으로 공략한 것은 높이 살 만하나, 코스타리카의 전력이 딱히 강하진 않았다. 코스타리카의 역습이 조금 더 세밀했다면 경기 양상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

경기 뒤 남태희는 "수비 라인과 미드필드 라인에서 선수들이 일대일로 맞서는 상황이 오면 이겼기 때문에 쉬운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한국의 전력이 코스타리카에 비해 앞서면서 경기를 쉽게 풀었다.

▲ 코스타리카전에서 선제골을 기록한 이재성 ⓒ곽혜미 기자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칠레와 맞대결은 한국의 현 주소를 냉정하게 돌아보게 되는 경기였다. 칠레가 비록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지만 한국보단 월등히 강한 상대다. 코파아메리카를 2번 연달아 우승하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12위를 달리고 있다. 아르투로 비달(FC바르셀로나), 차를레스 아랑기스(레버쿠젠), 가리 메델(베식타시) 등은 유럽에서도 잔뼈가 굵은 선수들이다.

한 수 위 팀을 만나 정면 상대를 했다. 칠레는 최전방부터 강하게 누르면서 주도권을 되찾았다. 한국은 최후방부터 빌드업에 애를 먹었다. 후방부터 공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니 공격적인 색채를 보여주기도 어려웠다. 골키퍼 김진현은 "방 빌드업은 전방에 가기 위한 첫 시발점이다. 가기도 전에 후방에서 끊기다보니 앞에 있는 선수들이 할 게 없었다"며 "4년 뒤를 바라보자면 이런(칠레처럼 강한) 팀들을 만나 대응하고 헤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 스타일을 유지할 때 만날 수 있는 어려움을 미리 겪었다. 이제 보완하고 가다듬어야 한다. 벤투 감독은 "후방부터 빌드업하는 스타일은 100% 계속된다"고 밝혔다. 평가전에서 미리 경험한 것이 약이 될 수 있다. 정우영 역시 "평가전이다. 이런 강한 팀과 상대했을 때 발전하는 단계라고 말씀하셨다. 평가전이라 위험을 안고서라도 빌드업을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코스타리카전은 기분 좋게 이겼다. 칠레전은 고전했지만 무승부로 끝이 났다. 들뜨지도, 침체되지도 않은 채 A매치 기간이 막을 내렸다. 선수들은 벤투 감독에 대한 신뢰,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보완점을 생각하면서 소속 팀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다음 소집 땐 더 발전한 경기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2연전을 1승 1무로 마쳤다는 점은 경기장 바깥에서도 힘으로 돌아올 것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촉발된 축구에 대한 관심을 당분간 이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팬들의 목소리는 선수들을 한 발 더 뛰게하는 원동력이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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