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개 숙인 손흥민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반둥(인도네시아), 유현태 기자] 손흥민이 투입되고도 한국의 공격은 답답했다.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한국은 17일 인도네시아 반둥 시잘락하루팟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E조 리그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1-2로 패했다. 이번 패배로 조 1위가 좌절됐다.

무기력했다. 특히 공격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69% 점유율로 완벽하게 경기를 손에 틀어쥐고도 졌다. 한국은 90분 동안 슈팅 14개를 시도했는데 2개만 유효 슈팅이다. 대체 공격에 무슨 문제가 있던 것일까.  

우선 말레이시아의 수비가 좋았다. 5-4-1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가동했다. 공간을 최대한 줄였다. 또 후반전 중반부터 쥐가 나는 선수가 속출할 정도로 많이 뛰었다. 하지만 한국이 못 넘을 상대는 아니었다. 우승을 하고 싶다면 밀집 수비를 뚫어야 했다.

"정말 세밀한 부분인데 포지션이 잘 맞지 않았다. 선수들이 높은 위치, 좋은 위치에서 공격적으로 했어야 했다. 급해지다보니 킥 미스도 늘고 뒤로 내려가고 말았다." - 황희찬

공격진은 조직력에서 문제를 노출했다. 나상호를 제외하면 공격수는 전부 새 얼굴이다. 황의조와 손흥민은 와일드카드고 황희찬과 이승우도 김학범호는 처음이다. 당연히 김학범 감독 아래서 상세한 전술을 배우고 익힐 기회는 없었다. 각자가 위협적인 카드지만 말레이시아 수비를 넘으려면 조금 더 많은 것들이 필요했다.

밀집 수비 사이에서 혼자가 힘들다면 함께 수비를 뚫어야 했다. 합류 직후부터 톱니바퀴처럼 맞을 순 없지만, 서로에 대해선 알고 경기해야 한다.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떻게 패스를 받는 걸 좋아하는지. 그래야 우리 편을 활용한 움직임을 할 수 있고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실제 경기에서 황의조는 페널티박스 근처에 머무르고, 황희찬은 폭넓게 움직이면서 공을 받으려고 했다. 

전반 17분 황희찬-황의조로 이어지는 장면, 후반 19분 황의조-황희찬으로 공격 전개에서 나온 슛은 위협적이었다. 앞으로 호흡을 맞춘다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공격수들도 유기적인 움직임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 황의조

중원 조합의 지나친 로테이션도 문제를 부채질했다. 김정민-이진현을 앞에 두고 뒤에 김건웅을 배치해 '역삼각형' 형태로 섰다. 패스 타이밍이 느려 말레이시아를 제대로 흔들지 못했다. 중원 싸움에서 밀리면서 공격수가 고립됐다. 윙백과 연계도 좋지 않았다. 한국은 후방에서 단번에 뒤를 노리는 단순한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황인범이 후반전 시작과 함께 투입되고, 후반 12분엔 손흥민까지 피치를 밟았다. 교체된 것은 차례로 김건웅과 김정민이었다. 중원의 경기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이후 공격에 조금 숨통이 틔였지만 이미 2골을 뒤진 상황에서 한국의 선수들 전체가 조급해진 상황이었다.

"한 번에 흔들어 놓지도 않고 공략하려는 패턴이 보였다. 그러니 공을 쉽게 빼앗기고 상대는 우리 뒤 공간으로 갔다." - 김학범 감독

교체 투입된 손흥민은 할 것이 많지 않았다. 일단 공을 잡는 횟수가 많지 않았다. 동시에 공을 잡더라도 주변에서 도와줄 동료가 없었다. 황희찬과 황의조와 함께 3명이 발을 맞추는 것은 처음이다. 서로 어떻게 움직이고, 상대를 어떻게 교란할지, 눈에 띄는 전략이나 전술은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 개인 돌파 뿐이다. 대신 손흥민이라고 해도 11명 말레이시아 모두를 쓰러뜨릴 순 없다. 기대를 모았던 손흥민을 투입하고도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다.

패배에서도 배울 점은 있다. 이번 대표 팀을 '우승 후보'로 만들어준 결정적인 요소는 손흥민의 와일드카드 합류다. 하지만 손흥민 역시 모든 것을 다 해낼 순 없다. 일단 먼저 좋은 팀이 되야 하고 여기에 손흥민이 잘 녹아들 때 그 진가가 나온다. 공격에도 분명 짜임새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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