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최주환은 상식을 깨는 타자다. 왼손 타자인데도 왼손 투수 상대 OPS가 1이 넘는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어쩌면 잘못된 만남이었다. 오른손 타자에게 오른손으로, 왼손 타자에게 왼손으로 던지던 스위치 투수 팻 밴디트는 2008년 마이너리그 싱글A 경기에서 스위치타자 랄프 엔리케스를 만났다.

둘은 계속 움직였다. 밴디트가 왼손으로 던지려 하면 엔리케스가 오른손으로 방망이를 잡았다. 밴디트는 다시 글러브를 왼손에 꼈다. 그러면 엔리케스는 왼쪽 타석으로 옮겼다. 무려 20분 동안 실랑이가 이어졌다. 이후 미국 야구는 "투수가 먼저 던질 손을 정하고 다음에 타자가 타석을 정한다"는 이른바 '밴디트 법'을 제정했다.

투수와 타자의 유형은 먹이사슬처럼 엮여 있다. 왼손 타자는 오른손 투수에게 강한 대신 왼손 투수에게 약하며, 반대로 오른손 타자는 왼손 투수를 잘 공략하는 대신 오른손 투수 또는 언더핸드스로·사이드암스로 투수를 상대했을 땐 비교적 장점이 떨어진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왼손 타자가 오른손 투수를 상대했을 때 OPS는 0.824인데 왼손 투수를 상대론 0.759로 떨어진다. 지난 2년간 기록도 같다. 지난해 왼손 타자가 오른손 투수 상대했을 때 OPS가 0.807, 왼손 투수를 상대로 0.738이었고, 2016년엔 오른손 투수에게 0.818, 왼손 투수에게 0.767를 기록했다.

그러나 왼손 투수에게 강한 왼손 타자들, 다시 말해 이론을 깨는 타자들이 있다. 최주환(두산)이 대표적이다. 그는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이 0.409로 리그 왼손 타자들 가운데 가장 좋다. 오른손 투수 상대 타율이 0.295, 잠수함 투수 상대 타율이 0.263인 점과 비교해 월등하다. 이정후도 마찬가지다. 좌투 상대 타율이 0.395로 우투 상대 타율 0.366보다 높다.

이 밖에 오재원(0.376), 최형우(0.370), 김혜성(0.364), 이명기(0.354), 김재환(0.341), 구자욱(0.336)도 왼손 투수를 상대로 호락호락하지 않은 왼손 타자다.

올 시즌 부진에 빠져 있는 두 왼손 투수 장원준과 유희관(이상 두산)은 천적 관계를 이겨 내지 못했다. 우타 상대 피안타율이 각각 0.360, 0.333에 이른다.

반대로 오른손 타자에게 강한 왼손 투수들이 있다. 강윤구(NC)는 왼손 투수인데도 오른손 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185에 그친다. 신재웅(SK)이 0.211, 오주원(넥센)과 함덕주(두산)가 나란히 0.213로 뒤를 잇는다.

먹이사슬을 깨는 옆구리 투수들도 있다. 임창용(KIA)은 왼손 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212로 리그에서 가장 좋다. 박종훈(SK)이 피안타율 0.254, 이재학(NC)이 0.260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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