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 친다’ 원조 장효조, 그의 선수 시절은 어땠을까(4)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프로 야구에서는 1983년 신인왕과 1985년 시즌 최우수선수 연속 탈락의 불운을 겪었지만 장효조는 1979년 프로 리그나 다름없는 실업 야구 리그에서 신인왕에 오르며 최고 타자의 실력을 인정받았다.
1979년 실업 야구는 춘계 리그와 하계 리그, 추계 리그, 지방 리그 그리고 3차 리그격인 제1회 실업야구연맹회장기 대회 등 5차례 리그를 벌여 각 리그 상위 팀들이 벌이는 코리안 시리즈를 치렀다. 또 11개 팀을 라이온스 리그와 타이거 리그로 나누는 등 프로 리그 수준의 시즌을 펼쳤다.
코리안 시리즈 결승에서는 롯데가 포철을 11회 연장 끝에 8-6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개인상은 리그별로 따로 뽑았는데 시즌 타율 3할4푼7리(72타수 25안타)를 기록한 장효조는 라이온스 리그 신인왕으로 뽑혔다. 프로 출범 3년 전에 장효조는 성인 야구 최고봉인 실업 야구 신인왕에 올랐으니 1980년을 전후한 최고의 신인이었다.
1987년 삼성 라이온즈는 한국시리즈에서 해태 타이거즈에 일방적으로 밀리며 4패로 주저앉았다. 힘 한번 제대로 써 보지 못하고 전해에 이어 또다시 준우승에 그쳤다. 후기 리그 2위로 가까스로 포스트시즌에 나선 해태는 OB 베어스와 겨룬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1승2패로 몰린데다 4차전에서도 9회 말 투아웃까지 2-3으로 뒤져 탈락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OB 유격수 유지훤의 실책으로 동점을 만든 뒤 연장 10회 말 OB 투수 최일언의 끝내기 폭투로 기사회생한 뒤 3승2패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1985년 삼성이 전·후기 리그 우승을 휩쓸며 한국시리즈를 없애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86년 전·후기 리그 1, 2위 팀에 각각 한 장의 포스트시즌 출전권을 줘 두 장을 얻으면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고 한 장을 획득하면 플레이오프에 나서는 것으로 포스트시즌 경기 방식을 바꿨다. 이전에는 전·후기 리그 1위 팀이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전·후기 1위를 차지하며 그해 최고 승률을 올린 삼성으로서는 불만스러울 수 밖에 없는 한국시리즈 결과였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제도는 제도였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억세게 상복이 없었던 장효조는 팀의 불운 속에 그해 프로 생활 가운데 최고의 영광을 누렸다. 한국시리즈가 열리기 하루 전인 10월 20일 진행된 기자단(31명) 투표에서 장효조는 1위(10점) 28표, 2위(5점) 3표를 얻어 팀 동료이자 경쟁자인 김시진과 김성래를 제치고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장효조는 그해 타율 1위(3할8푼7리), 출루율 1위(0.461), 타점 6위(58), 장타율 4위(0.493)에 오르며 맹활약했다. 그해 기준 프로 데뷔 이후 5년 연속 3할대 타율에 출루율 1위, 10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장효조는 한국시리즈가 일찍 끝나는 바람에 적지인 광주에서 상금 200만 원과 승용차를 받아야 했지만 그에게는 더할 수 없는 영광이었다.
그런데 그해 장효조가 시즌 MVP가 된 데에는 약간의 행운이 따랐다. 1984년 시즌 MVP와 신인왕을 뽑는 투표를 한국시리즈가 끝나는 날 하는 바람에 7차전에서 역전 결승 홈런을 친 롯데 자이언츠 유두열(21타수 3안타)이 한국시리즈 MVP,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을 올리고 페넌트레이스에서 27승을 거둔 최동원이 시즌 MVP가 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국내 프로 야구 최초의 타격 3관왕인 이만수가 시즌 MVP가 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후 시즌 MVP와 신인왕 투표는 정규 시즌이 끝난 뒤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만수가 시즌 MVP가 되지 못한 건 롯데 홍문종과 경쟁한 타율 1위 싸움에서 페넌트레이스 막판 결장했기 때문에 투표권을 갖고 있는 기자들의 외면을 받은 이유도 있었다.
장효조는 대구상고와 한양대, 포철 등 그 무렵 최고의 팀에서 활약했다. 장효조가 1982년 서울 세계야구선수권대회를 마치고 이듬해 프로에 데뷔했을 때 그의 소속 팀 삼성은 요즘 말로 '드림팀'이었다.
1982년 3월 27일 열린 프로 야구 원년 개막전 대진은 프로 출범을 앞두고 최고의 관심사였다. MBC 청룡은 홈 팀이니 자동적으로 출전하고 상대 팀이 어디가 되느냐에 나머지 5개 구단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국야구위원회도 역사적인 개막전에 어느 팀이 나서야 할지를 고심을 거듭했다.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삼성이었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가 내놓은 보도 자료에는 삼성이 아마추어 국가 대표 출신이 가장 많아 좋은 경기 내용이 기대되기에 개막전 출전 팀으로 선정됐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실제로 그랬다.
1982년 2월 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창단식을 가진 삼성의 원년 멤버 가운데 이선희 황규봉(이상 투수) 이만수(포수) 배대웅 천보성(이상 내야수) 등은 국가 대표로 각종 국제 대회에서 한국 야구를 빛냈고 권영호 성낙수 박영진(이상 투수) 함학수 김한근 오대석 서정환(이상 내야수) 정현발 허규옥 장태수(이상 외야수) 등은 실업 야구와 대학 야구를 대표하는 우수 선수들이었다.
여기에 1983년 장효조와 김시진이 가세했다. 그러나 장효조가 삼성에서 6시즌 활약하는 동안 이 멤버들은 한번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1983년과 1988년에는 한국시리즈에 나서지도 못했다.
1985년 김영덕 감독이 전기 리그 1위에 이어 내처 후기 리그 1위를 겨냥해 6총력전을 펴 통합 우승을 하지 못했다면 장효조는 삼성 유니폼을 입고 단 한번도 우승의 기쁨을 누리지 못할 뻔했다.
1987년 시즌이 끝난 뒤 한바탕 트레이드 소동을 겪었고 결국 1988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삼성과 이별한 장효조는 1989년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선수 생활 마지막 해인 1992년 롯데에서 프로 생활 가운데 유일한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이때 장효조는 36살로 그 무렵에는 은퇴가 당연시되는 나이였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장효조가 요즘처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프로 무대를 밟는 시절에 야구를 했다면 좀 더 많은 우승 경험과 좀 더 뛰어난 개인 기록을 남겼을 것이다.
구단의 간판 선수로 트레이드라는 충격적인 일만 겪지 않았어도 10년 연속 시즌 3할 타율의 대기록을 세웠을 가능성이 컸다. 장효조는 프로 10년 동안 두 차례 3할대 타율을 롯데에서 기록했다.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을 친다." "장효조가 치지 않으면 볼이다."는 등 타격과 관련한 여러 재미있는 얘기들은 장효조가 있었기에 나올 수 있었고 아직도 야구 팬들 인구에 회자되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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