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16강전을 치를 것으로 유력한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의 잔디는 길고, 전체적인 느낌이 푹신했다.
▲ 경기 전 잔디 정비 작업을 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자카르타(인도네시아), 유현태 기자] 김학범호의 금메달 도전에 가장 결정적인 외적 변수로 꼽혔던 잔디 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우려한 정도로 '떡잔디'는 아니지만 상태가 좋다고 보긴 어려웠다.

"여기는 잔디가 너무 좋다. 잔디가 안 좋은 곳으로 가야 할 것 같다." 김학범 감독이 지난 2일 파주스타디움에서 훈련을 진행하며 던진 농담 섞인 말이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이어 2회 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 팀의 도전에도 '잔디'는 중요 변수로 꼽혔다. 이른바 '떡잔디'가 문제다. 1년 내내 고온다습한 기후 속에서 자라는 잎이 넓고 옆으로 자라는 잔디를 뜻한다. 선수들은 평소보다 발이 깊이 빠져 체력이 빨리 빠진다고 입을 모은다. 잔디는 1경기의 결과와 연결되지만 단기간 내에 7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선 대회 내내 체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고르지 않은 표면 때문에 불규칙 바운드 등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라오스와 홍콩은 현지 시간으로 10일 오후 4시 인도네시아 버카시 패트리어트찬드라바가스타디움에서 A조 리그 1차전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경기에 앞서 일찌감치 경기장을 직접 방문했다. 자원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피치 근처까지 내려가 잔디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 멀리서 보이면 잔디가 파인 곳이 적잖다는 것을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 군데군데 파인 곳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살펴본 결과 전형적인 '떡잔디'는 아니었다. 잎의 넓이는 한국에서 보던 잔디와 비교해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관리 수준이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한국보다 빽빽하게 잔디가 자란데다가 전체적으로 잔디의 길이가 길었다. 한눈에도 발이 빠지는 것이 보일 정도. 라오스-홍콩전을 지켜본 바에 따르면 패스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 경기를 유리하게 운영한 홍콩 쪽에서 잔디 때문에 패스가 잘 나가지 않아 좌우 방향 전환에 애를 먹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전체적인 잔디의 관리 상태도 완벽하지 않다. 경기장 중간에 잔디가 충분히 자라지 않아 생긴 공백들을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한국과 만나는 팀들은 모두 같은 잔디에서 경기를 치른다. 하지만 경기 운영 방식에 따라 유불리의 정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공격적인 경기를 예고한 김학범호는 '말끔하게 정리된' 잔디가 분명 유리하다. 잔디가 좋지 않으면 수비에서 공격으로의 전환, 또 좌우로 공격 방향 전환에서 애를 먹을 수도 있다.

김학범호는 이미 그 문제를 알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2일 "(잔디) 관리 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다. 16강 경기장이 새로 잔디를 깔았지만 예선전을 치르면 다시 일어날 것이다. 이번에 우리 코치들이 갔는데 역시 그대로"라면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바로 잔디를 새로 깔았다는 '16강 경기장'이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이다. 한국이 조 1위에 오르면 16강전을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치른다. 다른 경기장에서도 만족스러운 잔디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제 김학범호는 잔디를 그저 '변수'로 만들고 우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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