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시에서 바라보는 자카르타 시내 풍경. 여기도, 저기도 차가 보인다.
▲ 개막까지 남은 시간을 알리는 홍보물.
[스포티비뉴스=자카르타(인도네시아), 유현태 기자] 도로 위가 바쁘고 혼잡한 인도네시아에서 오히려 한 박자 쉬는 법을 느끼고 있다.

기자가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것은 8일 밤. 아시안게임 운영이 미숙한 탓에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했다. 남탓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 남자 축구 대표 팀을 따라다닐 계획이었다. 김학범호가 속한 E조에 아랍에미리트연합이 추가되면서 한 경기가 늘었다. 당초 김학범호는 8일 밤 입국할 계획이었다. 당연히 비슷한 시간에 입국하는 항공편을 찾아야 했다. 

이미 발권이 모두 끝난 상태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이 C조로 이동했다. 이라크가 급작스럽게 불참을 선언해 C조엔 3개국밖에 배정이 되지 않아 조 재배정은 불가피했다. E조에는 한국 외에 바레인, 말레이시아. 키르기스스탄만 남게 됐다. 김학범호로서는 한숨 돌렸겠지만, 이미 항공권 발권을 마친 기자의 출장 일정은 쉽게 바꿀 수가 없었다. '인도네시아에 가서 뭐하지?' 8일 그대로 출국하기로 결정된 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며칠 동안 마냥 쉴 수도 없고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첫 발을 내딛은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에서 출구를 나오자마자 본 것은 도로를 가득 메운 택시와 버스 그리고 승용차들이다. 쉴새없이 울리는 경적이 울리고, 택시와 버스를 찾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크다. 그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정신이 없다. 방금 환전한 돈 봉투를 가방 어딘가에 넣어두고 일단 숙소까지 어떻게 가야할지 알아봐야 했다. 인도네시아 첫날부터 '교통체증'을 만나는 순간이다.

인도네시아는 교통체증이 심한 나라라고 한다. 한국 축구 대표 팀이 조별 리그를 치르는 반둥까진 일반적으로 3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고 하는데, 주말에 길이 밀리기 시작하면 기약이 없단다. 거리에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가 많아 눈치를 봐서 건너야 하고, 차들은 서로 밀고밀리며 자리 잡기를 한다. 함께 취재를 나온 일행은 "참 운전 잘하네. 한국이라면 벌써 몇 번이나 사고 났겠다"며 혀를 내두른다.

▲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 개회식 준비에 한창인데 들어가도 딱히 제지를 하지 않는다.

9일 인도네시아 일간지 '라키아트 메르데카'의 무함마드 아데 알카우사르 기자를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 근처에서 만났다. 교통 정체가 심하다고 했더니 "지금은 2부제 시행"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2부제를 영어로 설명하기 어려워 애를 먹기에 옆에 있는 자동차 번호판들을 짚어가며 서로의 뜻을 확인했다.

택시를 타고 같은 곳을 오가더라도 운전기사마다 다른 길을 택한다. 숙소에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인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 갈 때는 유료 고속도로를 지나갔다. 헌데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도심 지역을 지나서 온다. 당연히 택시 요금도 다르다. 처음 와보는 자카르타. 길눈이 밝은 편이라도 단박에 알아채기 어려운 도로망, 시시각각 변하는 도로 사정은 현지인이 아니고서야 알기가 어렵다.

예상치 못한 이유로 조금 먼저 도착한 자카르타에서 하루 만에 느긋한 마음을 먹는 법을 배운다. 몸도, 마음도 바쁘지만 또 느긋하게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언제 도착하나' 마음을 졸이고 있어봐야 막히는 도로에 들어서면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움직인다. 잠시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어느새 창밖 풍경은 빠르게 뒤로 지나간다. 그러길 반복하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다. 

세상만사 마음만 급하다고 빨리 되는 일이 얼마나 있겠나. 때론 마음을 편하게 먹고 기다리는 편이 오히려 나을 때도 있다. 이렇게 장기간 벌어지는 대회에 출장을 나온 것은 또 처음.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많지만 마음 먹는다고 모든 게 뜻대로 될 순 없다. 때론 치열하지만, 때론 느긋하게. 남은 출장에 임하는 자세를 가다듬는다. 대회 개막을 코앞에 두고 불참을 선언해 일정을 뒤흔든 이라크에 감사를 표할 것은 아니겠으나, 전화위복이라는 말은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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