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세 북한 신성 함유성이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대전, 취재 조형애·영상 이강유 기자] "북한 여자 선수들 같은 경우는 실력이 한국 선수들과 비슷하면서도 기본기와 움직임이 더 좋다. 남자 경우에도 한국 선수들이, 기술면에서 위축 돼 있지 않나 생각한다. 국제 경험이 없어 그렇지 북한 선수들이 기술이나 경쟁력에서는 한 수 위인 것 같다."

국제탁구연맹(ITTF) 2018 신한금융 코리아오픈 이틀째 경기를 모두 챙겨 본 '한국 탁구 전설'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의 말이다. 그는 듣는 이가 깜짝 놀랄 정도로 북한 선수들 실력을 높게 평가했다.

실제로 18일 열린 2018 코리아오픈 두 번째 날은 북한 탁구의 돌풍이 일었다. 북한 선수가 나선 19경기 가운데 13번 승전고가 울렸고, 21세 이하 남자 단식에서는 '신예' 함유성(19)이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대전 한밭체육관을 달궜다.

남북 경기에서도 북한이 더 많이 웃었다. 18일 남북 선수가 만난 세 경기 가운데 두 번을 북한이 이겼다. 북한 편송경(세계 랭킹 364위)이 대전 대표로 나선 구교진(호수돈여고)을 세트스코어 4-0으로 꺾었고 뒤이어 북한 김설송(세계랭킹 269위) 역시 접전 끝에 한국 상비 1군 이시온(미래에셋대우)을 4-3으로 물리쳤다. 남북 경기에서 처음 웃은 한국 선수는 김민혁(한국수자원공사)이었다. 김민혁은 '북한 남자 탁구 왼손 에이스' 박신혁(세계랭킹 115위)에게 4-2 역전승을 거뒀다.

누구보다 18일 가장 주목을 많이 받은 이는 19세 북한 탁구 기대주 함유성(세계 랭킹 585위)이었다.

▲ 경기 도중 함유성은 해맑은 미소를 짓기도 했지만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지했다.
▲ 함유성 우승에 북한 선수단 전체가 깜짝 사진 촬영에 응했다.

함유성은 일본 선수들을 연달아 물리치며 결승행 확정해 은메달을 확보하더니 결승전에서도 비교적 손쉽게 정상에 올랐다. 삼베 고헤이(일본)를 세트스코어 3-1(11-9, 10-12, 11-6, 11-7)로 눌렀다.

함유성은 '우리는 하나다', '우리 선수 최고다'라는 걸개를 건 응원단의 응원 속에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 갔다. 응원은 북한 응원단에서만 나오지 않았다. 현장 한국 스태프도 함유성 득점엔 박수를, 실점엔 숨죽여 낮은 탄식을 보내기도 했다.

2세트를 내주며 흔들리는 듯했으나 함유성은 침착했다. 3,4세트를 내리 따내며 우승을 확정 지었고 그제서야 진지하던 표정도 다소 풀어졌다. 한국 취재진의 '잘했다'는 칭찬에는 슬며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승 뒤 함유성은 천지난만한 소년 같았다. 곧바로 응원해 준 북한 동료들을 찾아 기쁨을 나눈 뒤 시상식에서도 방긋방긋 잘 웃었다. 함유성을 지도한 북한 코치는 얼른 캠코터를 들고 나타나 먼발치에서 함유성을 담기 시작했다. '축하한다'는 취재진의 말에는 "쟤(함유성)가 우승했지, 내가 한 게 아니다"면서도 퍽 흐뭇해 했다.

▲ 북한에 첫 우승을 안긴 함유성이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조촐한 시상식 뒤에는 깜짝 북한 선수들의 세리머니도 있었다. 함유성에게 재차 축하를 보내다, 취재진과 대회 스태프의 권유에 흔쾌히 단체 사진 활영에 나선 것이다. 북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자연스럽게 함유성을 중심으로 모였고, 힘찬 '파이팅'을 외치며 대회 두 번째 날 쾌거를 자축했다.

국제 대회 경쟁력을 확인하고 있는 북한 선수단은 19일 본선 무대에 나선다. 북한 탁구 간판 김송이를 중심으로 코리아오픈 또 다른 우승을 노릴 전망이다. 종목별 결승은 21일부터 치러진다. 21일에는 혼합복식이, 22일에는 남녀 복식·남녀 단식 결승전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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