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수돈여고 구교진

[스포티비뉴스=대전, 취재 조형애·영상 이강유 기자] 대전 한밭체육관 인근에 조금만 있다보면 인공기가 낯설지 않아진다. 북한 선수들이 자유롭게 왔다갔다 하고, 북한 선수 경기라도 있으면 바로 옆에서 서서 함께 지켜 볼 수도 있다. 물론 속삭이듯 '인터뷰 되느냐'는 질문에는 말 없이 손으로 '엑스표'를 만들었지만 말이다.

국제탁구연맹(ITTF) 2018 신한금융 코리아오픈은 17일 부터 한밭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다. 대회 두 번째 날인 18일에는 예선 마지막이 한창 치러지고 있었다.

월드투어 플래티넘급 대회로 격상된 이번 코리아 오픈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북한팀의 참가 때문이다. 2011년부터 매해 열리고 있는 코리아오픈에 북한 선수들이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면면도 화려하다. 박신혁을 비롯한 남자부 8명과 김송이, 차효심을 비롯한 여자부 8명이 참가했다. 김송이는 2016 리우올림픽 동메달리스트로 박신혁과 함께 지난달 23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올림픽의 날' 이벤트 4개국 친선 탁구대회에도 출전한 경험이 있는 간판급 선수다.

체육관에 다다르자 북한 선수들의 참가는 곧바로 실감됐다. 한반도기가 길거리에 펄럭였고, 체육관 인근에 다다르자 인공기를 가슴에 단 선수 여럿을 볼 수 있었다. 체육관 안은 북한 응원단 응원 열기로 뜨거웠다. '우리는 하나다', '우리 선수 최고다'라는 걸개를 걸고 응원단은 입맞춰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 걸개를 걸고 응원하는 북한 응원단

북한과 한국 선수의 맞대결은 단연 관심사였다. 취재진이 몰렸고, 북한과 한국 관계자들도 눈여겨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는 북한 편송경(세계랭킹 364위)의 승리였다. 대전 대표로 나선 구교진(호수돈여고 3학년)이 분전했지만 0-4로 무릎을 꿇었다.

씩씩대며 분해하던 구교진은 카메라 앞에서는 다시 해맑은 고등학생으로 돌아왔다. "북한 선수랑 마주보고 처음 경기해봐서 새로웠다. 느낌이 남달랐다"면서 "부족해서 졌다"고 패배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한국 선수와 맞대결에 부쩍 북한 선수 응원 소리가 잦아들었지만, 구교진은 의식이 됐는지 "아니요!"라면서 "북한 선수들에게 응원을 많이 해주는 것 같았다"면서 웃어보였다.

북한 선수들과 관계자들도 경직된 분위기는 아니다. 공식적으로 인터뷰엔 응하지 않지만 보다 편한하게 대회에 임하고 있다. 한국 선수, 코칭스태프들과 에피소드도 벌써 여럿 생겼다.

구교진은 '에피소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북한 측에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우승팀을 물었다고 전하며 미소를 지었다.

"월드컵 결승 누가 이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같이 있던 분한테 물어봤을 때 저도 옆에 있었어요. 프랑스-크로아티아 누가 이겼냐고… 프랑스가 이겼다고 하니 '아 그러냐'고 그랬어요."

▲ 호수돈여고 최주성 코치

먼저 북한 측에서 말을 걸어온 건 이때가 처음이 아니다. 구교진을 지도한 호수돈여고 최주성 코치 역시 북한 선수와 사연을 전하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회 첫날에 이다은 선수가 연습하는데 한 선수가 와서 말을 걸길래 중국 선수인줄 알았어요. 다은이에게 '왜 파트너 없다고 하냐'고 물었더니, 그 선수가 북한 말로 '파트너 저기 있습네다'라고 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먼저 와서 말을 하길래 북한 선수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북한 모든 선수가 그렇진 않은데 외향적인 선수가 있어요."

북한 선수와 맞대결하는 선수를 지도하며 서로 말을 알아 들으니 고충 아닌 고충이 있었다는 최 코치는 여러 생소한 경험에 웃어 보이며 다음을 기약했다.

대회는 계속 이어진다. 본선은 19일부터 충무체육관에서 펼쳐진다. 각 종목별 결승은 21일 혼합복식이, 22일에는 남녀복식, 남녀단식 결승전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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