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이 뛰면 상대 수비수들 모두 뛰어야 한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기술적인 면은 체력과 연관될 수 있다. 더운 상황에서 무턱대고 뛴다고 될 일이 아니다." - 김학범 감독,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국 축구가 오는 8월 2연속 아시안게임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 2014년 고 이광종 감독이 이끈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 팀은 '안방' 인천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28년 만에 다시 따낸 금메달이었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김학범 감독은 "팀이 하나가 되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하겠다. 모든 책임은 감독인 제가 질 것"이라며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밝혔다.

김학범호가 조심해야 할 것은 상대 팀 뿐 아니다. 경기가 벌어지는 인도네시아의 환경에도 잘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도네시아는 한국보다 더 덥고 습도가 높다. 기온을 따져도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국의 최근 날씨와 비슷하다. 

잔디 문제도 있다. 지난 6월 인도네시아 전지훈련엔 참가했지만 최종 명단에선 탈락한 한승규는 "떡잔디는 두껍다. 밟으면 깊숙이 들어간다. 푹푹 빠져서 약간 늪같은 느낌이다. 체력이 많이 빠진다. 더운 날씨까지 더하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동남아 잔디에 익숙하지 않으면 체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김학범 감독은 '기후 문제'와 함께 '기술'을 거론했다.

김 감독의 대응책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뛰는 것이다. "더운 상황에서 무턱대고 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일정도 빡빡하다. 17일 동안 7경기가 될지, 8경기가 될지 모른다. 골키퍼 2명 빼면 18명이다. 완전 로테이션을 시키지 않으면 굉장히 어렵다. 최고의 팀을 꾸릴 수 있는 구성을 했다."

김 감독은 구체적으로 "더운 상황에서 무턱대고 뛴다고 될 일이 아니"라며 "기술적인 면은 체력과 연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을 뽑아 체력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뜻. 기술과 체력은 관련이 없는 축구의 덕목같지만, 사실 기술이 뛰어나면 체력을 아낄 수 있다.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했던 주세종(아산 무궁화)은 '체력 문제'에 대해 "상대가 공을 움직이는 대로 11명이 전부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수비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공을 빼앗아도 공격으로 나갈 힘이 떨어진다. 그래서 힘들다"고 말했다. 경기를 충분히 주도할 수 있다면 체력을 아끼면서 공격할 수 있다. 대신 전제 조건이 있다. 실수로 역습을 허용한다면 한국의 체력이 더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 기술이 좋은 선수들을 선발한 의미는 최대한 실수를 줄여 체력을 아끼겠다는 복안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1대1 싸움에서 유리한 것도 체력과 연관이 있다. 압박하는 선수들을 상대로 공을 지킬 수 있다면, 또는 혼자서 수비 1명을 제칠 수 있다면 상대 선수 여러 명의 체력을 뺄 수 있다. 주세종은 "1대1 싸움에서 이기면 뒤에서 다른 선수가 나와야 한다. (상대) 선수 1명이 나오면 우리 선수 1명이 빈다는 거고. 숫자 싸움에서 유리하다. 한 명씩 제쳐지면 그 사이에 구멍이 생기고 수비 조직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공격수 1명의 돌파로 상대 수비수 여럿의 체력을 뺄 수 있다는 뜻이다.

전력상 한국은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 수비에서 김민재(전북 현대)가 A 대표 팀에서 맹활약했고 러시아 월드컵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골키퍼 조현우(대구FC)도 와일드카드로 합류했다. 하지만 무게는 공격진에 실린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비롯해 나상호(광주FC), 황희찬(레드불 잘츠부르크), 이승우(엘라스 베로나),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승선했다. 유럽파가 무려 3명이고 이들은 모두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했던 선수들이다. 

김학범호는 단점을 감추기보다 장점을 극대화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소집 훈련 당시에도 부천FC와 연습 경기에서 수비 라인을 높이 끌어올린 상태로 전방 압박하며 경기를 운영했다. 체력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경기 주도권을 쥐고 공격하겠다는 뜻이다. 기술적인 선수들을 뽑았다고 밝힌 이유기도 하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