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상호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조형애 기자] 지난 16일. 나상호(21·광주FC)는 뜬 눈으로 밤을 샜다. 수원FC전을 마치고 광주로 돌아오는 버스서 자는 둥 마는 둥 뒤척였고, 새벽 3시 겨우 숙소서 잠이 들었지만 그마저도 자꾸 깨다 잠들다를 반복하다 아침을 맞았다.

그날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명단 발표 당일. 동료의 방문에 겨우 눈을 뜬 나상호는 오전 10시 30분이 되서야 '휴-'. 가슴을 쓸어내렸다.

*공격수(FW): 황의조 손흥민 나상호 황희찬 이승우

"뽑히고 싶은 마음이 굉장했다"는 나상호는 마치 명단 발표 당시로 돌아간 듯 들뜬 말투였다. '기대하지 않았나'는 질문에는 "꾸준하게 팀에서 잘하자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예상했다기 보다…"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올시즌 K리그2 최다 득점 1위(19경기 9득점 1도움), 경기 MVP 선정 1위(6회). 기록이 나상호의 발탁을 말하고, 그는 이후를 이야기했다. 이제 나상호는 발탁을 넘어 자신을 국민들과 국제 무대에 알릴 기회마저 잡고 싶다고 했다.

▲ 나상호 ⓒ한국프로축구연맹

◆ 아시안게임 발탁, 아버지의 전화 "고맙다"

나상호는 초등학고 3학년 즈음 축구를 시작했다. "축구 해볼 생각 없어?" 아버지의 부탁 아닌 부탁에 당시 그토록 좋아하던 "드라이브 한 번 시켜주면 생각해 볼게"라고 튕겼는데, 바로 다음날 아버지는 어린 나상호를 데리고 한바탕 드라이브를 즐겼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축구 인생이 시작됐다.

'2013 아디다스 올인 챌린지리그' 득점 1위, '2014 아디다스 올인 K리그 주니어' 최우수선수 겸 득점왕에 빛나는 금호고 에이스. 당시 황희찬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나상호의 대학 진학도 아버지와 상의한 결과였다. 이후 광주FC에 입단해 초반 부침을 이겨내고 두 번째 시즌 활약과 아시안게임 발탁이 이어지자 아버지가 가장 반색한 건 어쩌면 당연했다.

나상호는 '주변 반응을 들려달라'고 하자 단연 부모님, 그리고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아버지가 표현이 서툰 분이신데 갑자기 '고맙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아직 효도가 멀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제 시작이다' 그런 말 드렸습니다."

드라이브의 대가로 곧장 축구부가 있는 학교로 옮겼다는 초등학교 3학년생은 이제 축구를 좋아했지만, 사정상 축구 선수 꿈을 키우지 못한 아버지의 꿈을 함께 이루는 청년이 됐다. 현재는 '효도'를 위한 자신감도 부쩍 차오른 상태다.

◆ '축구 밖에 모르는 바보' 나상호의 자신감…"차면 들어갈 것 같아요"

나상호는 누구보다 축구를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광주 관계자는 "축구 밖에 없다. 진짜로, 정말로 축구만한다. 오직 축구"라면서 나상호를 '축구만 아는 바보'라 했다. 한 계단 한 계단 성장한 데는 나상호의 태도가 그 바탕에 있었다.

"보통 프로 입단하면 두 가지 종류 선수가 있다. 입단 자체가 좋은 선수, 목표와 욕심있는 선수. 상호는 처음부터 그랬다. '여기에서 잘해야 된다' 그런 게 있었다. 생각도 깊고 훈련에서도 성실하다. 정말 프로다운 선수다. 뭐랄까 애늙은이 같기도 하고…"

▲ 서울E를 상대로 골을 넣은 나상호. 앙투앙 그리즈만 세리머니가 즉흥적으로 생각났다한다. ⓒ광주FC

나상호는 시원스레 인정했다. "원래 진지하다는 말 많이 들어요. '노잼'이라고들 해요"라면서 웃었다. 하지만 이젠 어느정도 과거의 이야기다. '나상호=진지'를 강조하던 광주 관계자도 "그러고 보니 올시즌들어 활발해졌다. 그게 달라진 점"이라고 귀띔했다.

나상호는 프로 입단 뒤 공격수가 공격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몸소 깨달았다고 했다. 많은 활동량, 헌신적인 플레이는 원래 스타일이 아니라 만들어간 것이다. 성격도 마찬가지. 낯도 많이 가리고 부끄러움도 많지만 재밌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대학때는 공격적으로 엄청 많이 했어요. 그런데 프로와서는 공격수도 수비를 잘해야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수비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또 내 스스로 재미를 찾고 옆 사람에게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이제 생각해요. 그래서 숙소 생활도 활발하고 하고 있어요. 일부러 하다보니 성격도 바뀌는 것 같아요."

스스로 준 변화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시즌 초반 조급하던 마음을 침착하게 다스린 뒤 나상호는 노력의 성과를 얻고 있다. 득점력에 관한한 일가견을 일찌감치 인정받은 나상호는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득점은 노력의 성과라고 생각해요. 광주FC 감독·코치님도 다 도와주셔서 득점 1위하고 있다고 봐요. 일단 득점 기회가 생기면 두렵지 않고 뭔가 밀어 넣으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느낌이 드니까 실제로 잘 들어가는 것 같아요."

▲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나상호. 수원FC전 득점에 성공했다. ⓒ광주FC

◆ 황희찬과 라이벌?…'제 갈 길 가는' 나상호, 다음 목표는 '금메달'

태극 마크를 달고 뛰는 첫 메이저 대회. 나상호의 임무는 막중하다. 해외파인 손흥민 황희찬 이승우의 합류 시기가 분명하지 않아 사실상 조별 리그 공격을 이끌어 가야 할 핵심 공격수로 꼽히고 있다. 상황은 인지 하고 있는 나상호. 마음의 준비를 단단하고 하고 있었다.

"제겐 기회일 수 있으니까 국민들 앞에서 인정받고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손흥민 선배님은 세계적인 선수예요. 배울 수 있는 부분은 배우고 싶어요. 흥민 선배님, 희찬이 등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고 싶어요. 뒤처지지 않고."

정겹게 '희찬이'로 부르는 이는 고교 시절 라이벌로 통했던 잘츠부르크의 황희찬이 맞다. "이제 보면 서먹할 것 같다"는 과거의 라이벌은 실상 나상호에게는 의식 대상이 아니다. 광주 관계자는 "상호는 누군가를 라이벌로 생각하는 선수 자체가 아니다. '누군가를 이겨야겠다' 보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스타일"이라고 했고, 나상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상호는 본인에게 집중하고 제 갈 길을 차근차근 밟고 있다. 빛고을 광주를 홀리며 '빛'상호라는 애칭을 갖게 된 지금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바라 본다. 그 이후 스텝은 해외 진출과 A대표팀 발탁. 천천히 본인이 그린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것이다.

"계속 리그에서 꾸준하게 활약한 뒤에 (이적 제안이 오면) 생각하고 싶어요. 하지만 일단 해외 경험은 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아시안게임 경기 출전한다면 골 넣는 게 목표예요. 가장 큰 목표는 금메달이고요. 궁극적으로는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돼서 한자리 꿰차고 골도 많이 넣는 선수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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