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이천웅은 17일 동안의 1군 공백기에 대타 임무에 대한 부담을 떨치고 돌아왔다. 그리고 복귀전 뒤 전반기가 끝나기까지 타율 0.364, 리그 6위에 해당하는 좋은 성적을 올렸다. ⓒ 한희재 기자
▲ LG 이천웅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LG 선수단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류중일 감독의 취임은 곧 선수들에게 시작부터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는 압박이었다. 

포수 유강남이나 지명타자 박용택처럼 슬럼프에도 자리를 지키며 반등한 이들이 눈에 띄는 건 류중일 감독이 초반 구상을 그만큼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 또 한 명의 압박과 싸운 선수가 있다. 외야수 이천웅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이형종, 채은성과 우익수 경쟁을 벌인 끝에 왼손 대타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4월 23일까지 13경기 16타수 3안타 타율 0.188에 그친 채 1군에서 말소됐다. 

복귀는 5월 11일 잠실 SK전. 곧바로 선발 출전한 그는 2루타 2개 포함 5타수 3안타로 복귀 신고식을 장식했다. 복귀 후 타율은 0.364, 이 기간 리그 6위, LG에서는 김현수(0.367) 다음이다. 아도니스 가르시아의 공백이 공격에서만큼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건 이천웅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천웅을 두고 이형종이 "타신이다"라고 말하는 건 농담 반 진담 반이다. 다음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이천웅과 나눈 이야기다. 

▲ LG 이천웅 ⓒ 곽혜미 기자
- 시즌 초반 대타 임무를 버거워했던 것 같다.

"대타는 출전 기회, 타석 자체가 적다. 대타는 득점권에 자주 나가는데 거기서 못 치면 그만큼 팀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그 순간들이 힘겨웠고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퓨처스 팀에서 타격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았다. 대신 마음을 비우는 훈련을 많이 했다. '다시 올라가도 대타를 해야 한다, 그러니까 비우자'는 마음으로. 야구는 욕심보다 마음을 비우는 게 중요하다는 말도 있지 않나. 우연히 첫 경기부터 선발로 내보내주셨고, 거기서 결과가 좋아서 다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생각은 스스로 했는지, 아니면 누군가의 조언인지.

"내 생각도 있었지만 이천에서 최동수, 황병일 코치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 내가 해야하는 게 뭔지,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는지, 그 욕심으로 타격 폼이 달라지지는 않았는지 얘기했다. 역시 달라진 게 있었다. 스윙이 짧게 나와야 하는데, 시즌 초반 대타로 나갈 때는 힘이 들어가면서 스윙이 퍼졌다. 당연히 맞을 공도 안 맞고, 빗맞은 타구가 나왔다."

"그래서 비우기로 했다. 하체에 신경 쓰면서 마음을 비우는 노력을 했다. 결과를 신경 쓰기 전에 내 스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맞아야 좋은 결과도 나오는 거니까."

- 작년에는 발사각을 의식해 스윙을 바꿀 생각이 있다고 했는데.

"힘을 써서 멀리 보내려고 하다 보니까 팔이 벌어졌다. 작년에는 땅볼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공을 띄우려고 교정을 했는데 그게 독이 된 것 같다. 타구 질은 아직 100% 만족하지는 못한다. 외야로 치고 싶은 생각은 있다."

- 그럼 개막 전에는 홈런에 대한 목표가 있었나. 

"예전에는 홈런에 대한 목표가 없었다. 치다 보면 나오겠거니 하는 정도였다. 올 초에 캠프 때 10개만 치자 생각했는데 그게 독이 됐다."

▲ LG 이천웅 ⓒ 한희재 기자
- 가르시아가 돌아왔지만 선발 출전 기회는 사라지지 않은 듯하다. 

"그건 잘 모르겠다. 다만 감독님의 기용 방식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일 나가고 싶은 건 모두가 같은 마음일 거다. 선발 출전한다는 건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다. 앞으로도 계속 내보내주신다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책임감을 갖겠다."

- 요즘도 대타로 나갈 때가 있다. 

시즌 초와 지금은 대타 상황 때 마음이 다르다. 전에는 급했다. 준비도 타격도 다 급했다. 그러다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되면서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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