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의조와 이강인(왼쪽부터)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오는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U-23(23세 이하) 축구 대표 팀 명단 발표의 가장 큰 화두는 황의조(26, 감바오사카)의 발탁과 백승호(21, 지로나), 이강인(17, 발렌시아)의 제외였다. 

김학범 U-23 축구 대표 팀 감독은 16일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아시안게임에 나설 20인 명단을 공개했다. 아시안게임은 20명으로 꾸린다. 골키퍼 2명과 필드 플레이어 18인으로 구성한다. 이중 24세 이상 선수(와일드카드) 3명이 전력을 보태는 식이다. 김학범 감독은 손흥민(26, 토트넘 홋스퍼)과 조현우(27, 대구 FC), 황의조를 와일드카드로 낙점했다. 

와일드카드의 부족한 포메이션을 보강하고, 전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필살기'다. 어떤 포메이션의 선수를 선발하고, 배치하는지에 따라 성적이 요동칠 수 있다. 이번 대표 팀은 '손흥민 금메달' 이슈, '역대급 공격진'으로 관심이 큰 대표 팀이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지 않으면 내년엔 군 복무를 위해 국내로 복귀해야 한다. 마지막 기회다.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하는' 대회다 보니 선수 선발 자체가 큰 이슈였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 나선 대표 팀도 '학연과 지연으로' 선수를 선발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이번 대표 명단 발표는 모두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봤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명단은 없겠지만, 황의조 선발과 백승호-이강인 제외는 논란이 됐다. 이 선택에 담긴 김 감독의 속내는 무엇일까. 

▲ 김학범 U-23 대표 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김학범 감독이 밝힌 황의조 선발 이유

손흥민, 이승우(21, 엘라스 베로나), 황희찬(22, 레드불 잘츠부르크)이 버틴 공격진은 '역대 최강'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김은중 코치도 "(공격진은) 역대 최고라고 생각한다. 개개인 득점력이 좋기 때문에 저 나름대로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들의 대표 팀 합류 시점이다. 손흥민, 황희찬, 이승우 모두 유럽파다. 유럽 리그는 8월에 시작하고 이미 프리시즌에 돌입했다. 아시안게임은 '강제 차출'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소속 팀 협조가 절실하다. 

김 감독은 "손흥민, 황희찬, 이승우의 합류 날짜가 불분명하다. 인도네시아 기후는 적응이 필요하다. 최대한 빨리 합류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면서도 "(유럽파가) 자칫 조별리그에 뛸 수 없을 경우, 공격수는 나상호 한 명뿐이다. 그래서 와일드카드로 황의조까지 공격수 2명을 뽑았다"고 설명했다. 

황희조는 김 감독이 잘 아는 선수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성남 FC에서 감독과 주전 공격수로 호흡을 맞췄다. 황의존느 2015시즌 K리그1(클래식)에서 15골을 넣은 공격수다. 지난해 여름 J리그 감바 오사카로 이적한 황의조는 현재 리그에서 7골을 기록해 최다 득점 공동 3위에 위치했다. 현재 경기력도, 몸상태도 준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리 슈틸리케 전 대표 팀 감독체제에서 A대표로 뛴 경험도 있다. 

프랑스를 러시아월드컵 우승으로 이끈 디디에 데샹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 팀 감독은 카림 벤제마를 제외한 선수 선발이 비판을 받자 "저는 프랑스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선수 23명을 뽑는 게 아닙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구성원 안에서 선수가 가진 장점을 모아 발할 시너지가 더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김 감독도 "(선수 선발이) 생각의 차이가 있기에 분명히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하지만 팀을 하나로 만들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힘을 다할 것이다"며 합을 이뤘을 때 구성원의 시너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 부상 여파가 대표 팀 발탁에 걸림돌이 된 백승호 ⓒ한희재 기자

◆백승호-이강인 탈락: 이유는 다르지만, 소신은 확실

또다른 기대주 백승호와 이강인도 탈락했다. 백승호는 이번 연령별 대표에서 미드필드 중심으로 여겨진 선수였고, 이강은은 톨룽컵에서 맹활약을 펼쳤고 나이를 초월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선수다. 국민이 손흥민과 함께 가장 발탁을 원했던 선수였다. 

김 감독은 두 선수를 과감하게 제외했다. 이유는 달랐지만 김 감독의 소신은 확실했다. 아시안게임 축구는 8월 14일(대회 개막은 18일)부터 시작한다. 결승에 진출한다고 가정하면 조편성에 따라 7~8경기를 치러야 한다. 2~3일 마다 한 경기를 뛰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도네시아의 뜨거운 기후와 빡빡한 경기 일정을 고려 했을 때 김 감독은 선수의 몸상태와 특성을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백승호는 지난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전지훈련에서 햄스트링을 다쳤다. 4주 진단이 나왔지만, 재활을 빠르게 했고 마무리 단계였다. 

백승호의 재활을 돕기 위해 스페인 현지로 떠난 박정우 선수 트레이너는 11일(한국 시간) '스포티비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백승호는 현재 통증도 없고 가벼운 조깅이 가능한 상황이다. 다음주면 부상 회복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감독은 "백승호는 굉장히 열심히 했고 기량이 좋았다. 하지만 부상으로 회복 여부가 불분명하고, 회복이 되도 현지 더위 탓에 로테이션이 문제가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었다. 

이강인 탈락에 대해선 "툴롱컵이 끝나고 선수를 체크 하려고 했다. 훈련 명단에 포함해 구단에 공문을 발송했지만 유소년 정책상 보낼 수 없다고 했다.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간접 비교만으로는 부담이 큰 대회에 넣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툴롱컵에서 4살 어린 이강인은 나이를 초월한 활약으로 극찬을 받았다. 그에게 이번 대회에서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김 감독은 직접 점검하지 못한 선수를 팀에 녹여내야 하는 게 위험하다는 '현실'을 고려해 이강인을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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