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트피스와 공격 전환 속도가 강점인 프랑스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 세트피스와 공격 전환 속도가 강점인 프랑스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전 세계가 축구로 뜨거웠던 32일이 끝났다. 국가 대표 축구의 인기가 식었다는 우려를 불식시킨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세계 축구의 현 주소와 발전상을 스포티비뉴스가 요점만 정리했다. <편집자 주>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점유율을 바탕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8강전에서 파라과이(1-0 승)를 상대로 60-40, 결승전에서도 네덜란드(1-0승)를 상대로 57-43으로 앞섰다. 준결승에서 만난 독일(1-0승)에도 51-49로 점유율에서 우위를 지켰다. 유일하게 패했던 조별 리그 스위스전에서도 스페인은 63-37로 압도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점유율을 높인다는 것은 곧 공격 기회를 많이 취하고, 또 상대의 공격 기회를 최소화한다는 뜻이다. 스페인은 이른바 '점유율 축구'로 세계 최정상에 섰다.

8년이 지난 이번 대회에선 확연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크게 떨어지는 팀들도 강호들을 상대로 끈끈하게 저항했다. 수비 전술이 이전에 비해 발전했기 때문이다. 8년 전 우승 팀 스페인은 16강전에서 '개최국' 러시아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패했다. 스페인은 러시아전에서 무려 75%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는 이전과 확연히 다른 축구가 대회 전반을 관통했다.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는 모두 공수 전환 속도와 세트피스에서 강점을 보였다. 수비 축구를 펼치는 팀을 상대론 세트피스로 골문을 열었다. 상대가 공세로 나설 땐 수비적으로 내려섰다가 빠른 역습으로 득점했다. 두 가지 전술적 키워드에서 모두 강점을 보였다.

▲ 평균 점유율 2위를 기록한 스페인은 16강전에서 러시아에 패했다.

◆ 수비 전술 우세의 시대

점유율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이번 대회 내내 검증됐다. 스페인 외에도 포르투갈도 61% 점유율을 기록하고 우루과이에 1-2로 졌다. 한국 역시 수비적으로 물러나고 역습을 노려 독일을 2-0으로 잡았다. 한국의 점유율은 채 30%도 되지 않았다. 더이상 점유율이 승리를 연결되지 않는다.

결승전도 통계가 같은 결론을 말한다. 승리한 프랑스의 점유율은 고작 38%였다. 슈팅 수에서도 8개로 15개를 기록한 크로아티아에 비해 크게 뒤졌다. 하지만 프랑스는 모두 6개 유효 슈팅을 기록해 크로아티아(3개)에 크게 앞섰다. 점유율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입증한 경기였다.

두 줄 수비가 등장한 것이 계기였다. 공간을 허용하지 않고 촘촘하게 조직을 갖추면 전력 약세를 최대한 감출 수 있었다. 개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는 협력 수비로 막고, 스페인처럼 패스가 강점인 팀들에게도 공간을 허용하지 않아 후방으로 밀어냈다. 골이 주로 터지는 중앙을 허용하지 않고 버티기가 가능했다. 이젠 단순히 약팀의 '버티기 전술'이 아니다. 우승한 프랑스도 익숙하게 두 줄 수비를 썼다.

▲ 결승전에서도 VAR이 힘을 발휘했다.

◆ '견고한 두 줄 수비'와 'VAR의 등장' 세트피스가 중요했다

수비 전술이 우세하지만 '무실점 경기'가 거둘 수 있는 최고의 성과는 '무승부'다. 결국 골을 터뜨려야 승리할 수 있다.

두 줄 수비에 맞서도 골을 기록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공격 방식은 세트피스였다. 공이 멈춰 있는 상황에선 킥과 움직임에 따라 얼마든지 위협적인 공격을 할 수 있다. 수비수 견제 없이 정확한 킥으로 득점 가능 지역으로 공을 투입할 수 있고, 순간적인 움직임에 따라 수비를 떨쳐내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대회는 그야말로 '세트피스'가 중요했던 대회였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터진 골은 모두 169골. 그 가운데 73골이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역대 최다 세트피스 득점이다. 이전까진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터진 62골이 세트피스 최다 골 기록이었다.

우승 팀 프랑스는 결정적인 고비마다 세트피스 득점으로 냈다. 벨기에와 4강전에서도 앙투안 그리즈만의 프리킥을 받아 라파엘 바란이 결승 골을 터뜨렸고, 결승전에서도 그리즈만의 프리킥이 마리오 만주키치의 자책골로 연결되고 코너킥에서 이반 페리시치의 핸드볼 반칙이 나오면서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4강까지 오른 잉글랜드도 비결은 세트피스였다.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12골 가운데 9골을 '데드볼 상황'에서 기록했다.

세트피스 득점의 증가는 비디오판독시스템(VAR) 도입과 연관이 있다. 러시아 월드컵은 역대 최다 페널티킥 기록이 나왔다. 이번 대회 페널티킥은 무려 29골이었다. 결승전에서 페리시치의 핸드볼이 지적된 것도 VAR 이후였다. 

▲ 속도가 중요했다. 더 브라위너의 질주.

◆ 공수 전환 속도가 또 하나 핵심

수비를 허물 수 있는 또 다른 키워드는 속도다. 역습은 수비가 조직을 갖추기 전에 공격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다. 선수 개인의 주력의 문제라기보단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속도, 그리고 공을 전진시키는 속도다. 수비 조직을 갖춘 상태라면 지속적인 공격을 해도 효과적인 공격은 쉽지 않았다.

프랑스가 결승전 후반 기록한 결승 골이 빠른 공수 전환에서 나왔다. 후반 14분 폴 포그바가 측면으로 내주는 스푸패스가 발이 빠른 킬리안 음바페 발에 연결되면서 공격이 시작됐다. 뒤로 물러나는 크로아티아 수비수들은 프랑스의 공격수들을 모두 마크하지 못했다. 그리즈만을 거쳐 포그바에게 연결될 때 크로아티아 수비 조직은 완전히 무너진 상황이었다. 포그바의 첫 슈팅은 수비에 걸렸지만 왼발로 끝내 득점에 성공했다. 

벨기에 역시 3위 결정전에서 잉글랜드를 '속도'에서 앞서며 압도했다. 전반 4분 만에 토마 뫼니에는 왼쪽 측면에서 나세르 샤들리가 오버래핑 이후 올려준 크로스를 앞으로 잘라 움직이면서 마무리했다. 공간을 빠르게 찾아 움직인 것이 주효했다. 후반 37분에도 공간을 활용해 추가 득점했다. 케빈 더 브라위너가 속도를 올리면서 돌파를 시도한 뒤 공간으로 넣어준 패스를 쇄도하는 에덴 아자르가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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