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FC 팬들. ⓒ연합뉴스
▲ 팬들과 사진 촬영하는 조현우.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조현우로 받은 관심을 이제 대구FC를 향한 애정으로 돌려놔야 한다. 이제 경기장을 찾게 하는 데는 성공했으니, 지속적으로 경기장으로 끌고 오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대구FC는 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휴식기를 마치고 재개한 직후 치른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클래식) 15라운드에서 FC서울과 2-2로 비겼다.

대구FC에 8일 FC서울전은 특별한 경기였다. 대구FC의 홈 경기에 12925명의 유료 관중이 들어찼다. 지난 13, 14라운드에선 채 1000명도 오지 않았던 관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시민 구단으로 예산이 풍족하지 않아 스타플레이어라고 할 선수가 없고, 대구에는 삼성 라이온즈가 있어 야구 인기가 매우 높다. 대구에도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은 수없이 많겠으나 대구FC를 향한 관심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대구의 인기가 급격히 오른 것일까. 부정할 수도 없이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친 조현우 덕분이다. 조현우는 스웨덴, 멕시코, 독일전에 모두 선발 출전해 멋진 선방을 펼치면서 한국 축구 팬들의 마음 속에 '저장'됐다. 실제로 경기에서 조현우가 공을 잡기만 해도 환호가 쏟아졌다. 조현우 스스로도 "제가 경기할 때 공을 잡을 때 호응해주시고, 이름이 많이 들려서 놀랍다"고 말할 정도였다.

대구FC 구단도 이번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스웨덴전 조현우가 맹활약을 펼친 이후로 구단을 알릴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상주 상무,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를 떠나있는 동안 직원들도 드디어 숨 고를 짬을 얻었다고 한다. 월드컵 직후 치르는 FC서울전에 구단이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 조현우 미니 등신대를 비롯해 각종 상품을 제작해 평소와 달리 구단 관련 굿즈를 파는 매장도 북적였다는 후문이다. 1만 명이 넘는 관중이 모인 것은 이미 수많은 노력의 결실이다. 

▲ 조현우가 2골을 줬지만, 동료들이 2골을 만회했다. 축구란 이런 것. ⓒ연합뉴스

"(팬들의) 믿음에 경기력으로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 조현우

월드컵에서만 보던 조현우가 어떤지 실제로 볼 기회였다. 팬들로 북적인 경기장은 즐기는 팬들에게도,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영화관이 즐거운 이유도 같은 영화를 보고 함께 울고 웃기 때문이 아니던가. 믹스트존에서 만난 세징야는 "정말 큰 힘이 됐다"면서 2골 뒤진 상황에서 쫓아간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제 대구는 높아진 관심을 어떻게 지속적인 애정으로 바꿀지 고민해야 한다. 조현우는 "(승리했다면) 다음 경기 때 많은 관중들이 좋을텐데라고 생각한다. 경기력으로 보여드리면 더 많이 오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구FC의 열기가 올라와서 큰 걱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말은 걱정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급작스럽게 오른 인기가 거품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조현우로 '입덕'한 팬들을 대구FC 팬들로 만들어야 한다. 월드컵도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는 마당에 화제성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현우는 유럽 진출을 노려보겠다고 에둘러 의지를 표현했고, 그전에 병역을 해결하려면 군경 팀에 가야할 수 도 있다. 그가 없다면 대구는 다시 인기가 떨어지는 것인가. 조현우를 보러 축구장에 오는 것은 일회성 행사가 될 수 있다.  조현우 때문에 경기장에 왔다가 대구FC의 경기력에 매료돼 경기장을 떠난다면 다음에도 또 경기장을 찾을 터. 팬들을 '축구'로 사로잡으려면 멋진 경기력을 펼쳐야 한다. 

▲ 세징야는 벌써 대구에서만 3번째 시즌을 보내는 선수다. 성적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김태홍 기자

"조현우를 보기 위해 많은 분들이 오셨다는 걸 알고 있다. 조현우 덕분에 대구FC가 많이 알려질 것이다. 이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다. 조현우 덕분에 관심을 많이 받지만, 다른 선수들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주시기 바란다. 그리고 현재 선수들도 좋은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 안드레 감독

대구의 팀 컬러를 알고 보면 대구의 경기를 더 즐길 수 있다. 대구는 K리그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젊은 선수를 기용하고 기르는 팀이다. 당장 빛나는 스타플레이어보다 미래에 성장할 선수가 많다. 전술적으론 수비에 무게를 뒀다가 외국인 선수들을 바탕으로 펼치는 역습이 위협적이다. 대구는 외국인 선수를 뽑는 눈이 탁월하다. 수원 삼성에서 활약했던 조나탄도, 지금 FC서울에서 뛰는 에반드로도, 울산 현대의 주니오도, 성남FC의 공격수 에델도 모두 대구FC에서 뛰었던 선수들이다. 젊은 선수들이 많아 활기차고 끈끈하게 축구하고, 외국인 선수들의 기술을 보는 맛이 있다.

전반기 극도에 부진에 빠졌지만 대구는 서울전에서 희망을 보였다. 새로운 외국인 공격수 에드가와 조세가 합류하면서 전방에 힘이 생겼다. 전방에서 공을 지켜주고 공격해주니 수비적으로도 한결 여유가 생기는 법. 이제 공수 밸런스가 잡혔다. '에이스' 세징야도 이제 컨디션이 올라왔다. 세징야는 "기술은 어디 도망가지 않는다. 월드컵 기간 동안 체력적으로 준비하면서 컨디션이 올라왔다"고 밝혔다. 브라질 공격수 삼총사는 대구FC의 무기력했던 경기력에 힘과 속도, 그리고 골을 더할 수 있다. 후반전 에드가와 조세가 수많은 찬스를 놓치면서 결정력 측면에서 아쉬운 것이 옥에 티. 그래도 경기 내용에선 합격점을 줄 만했다.

국내 선수들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했다. 또 다른 월드컵 스타 고요한과 맞대결을 펼친 정우재가 서울전에선 눈에 띄었다. 후반 41분 쥐가 나서 교체될 정도로 활발하게 움직였다. 수비도 적극적이고, 공격 가담에서 폭발적인 주력을 자랑하는 것도 좋았다. 전반 26분 만에 교체로 투입돼 도움을 기록한 고재현 역시 주목해야 할 어린 선수다. 고재현은 한국 20세 이하(U-20) 대표 팀에 꾸준히 이름을 올릴 정도로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 이번 시즌에도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으면서 팀의 주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구가 갖고 있는 중요한 문제가 해결을 앞두고 있다. 육상 트랙이 넓게 깔린 대구스타디움은 축구를 위한 경기장이 아니다. 관중석에서 피치까지 거리가 멀어서 현장감을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대구는 현재 대구역 근처인 시내 한복판에 새 경기장을 건설하고 있다. 규모는 12000명. 접근성도 좋고 경기장 크기도 알맞다. 7,8000명의 관중만 들어차도 경기장은 북적북적한다. 지금처럼 휑한 경기장에서 경기를 볼 일은 없다. 서울전에 찾았던 관중이 온다면 만원 관중이다. 대구FC가 중요한 기회이자 고비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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