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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군대에선 호날두였던 한국 남자들, 월드컵에 영광할 수밖에

기사승인 2018.07.0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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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팬들이 그렇듯, 한국 남자들도 월드컵에 열광한다.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2018년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이 종반에 접어들었다.

11일 새벽(이하 한국 시간) 프랑스-벨기에, 12일 새벽 크로아티아-잉글랜드 준결승 2경기와 14일 밤 3위 결정전, 16일 새벽 결승전 등 4경기만 남겨 놓고 있다. 올림픽에 버금가는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 월드컵이 일주일 뒤에는 2022년 카타르 대회를 기약하며 21번째 대회를 마무리한다.

“자기 나라 경기도 아닌데, 왜 저렇게 관중이 많아?”

대회 초반, 축구는 물론 스포츠를 썩 좋아하지 않는 아내가 한국-스웨덴의 조별 리그 경기를 보다가 불쑥 던진 말이다. 이 경기가 열린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는 4만2,300명이 입장했다. 수용 규모가 4만8,999석[이번 대회 적용 4만3,319석]이니 만원 관중이나 다름없었다. 경기를 보면서 몇 가지 설명을 했는데 아내가 이를 이해했을지는 의문이다.

같은 날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는 7만8,011명이 독일-멕시코 경기를 지켜봤다. 수용 규모 8만1,000명인 이 경기장에는 FIFA가 적용한 숫자 그대로 정확하게 관중이 들어찼다. ‘만원사례’였다.

이번 대회 경기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는 크로아티아-잉글랜드 경기와 결승전이 예정돼 있다. 이 경기에서도 만원 관중일 테니 이번 대회 이 경기장에서만 일곱 경기에 54만6,077명이 2018년 월드컵을 즐긴 것으로 세계 축구사에 남게 될 것이다.

구장 규모에 따라 3만~4만 명 정도가 들어온 경기도 있지만 월드컵 한 경기 한 경기에 쏠리는 전 세계 축구 팬들 관심도는 관중 수와 관계없을 터다.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월드컵뿐만이 아니다. 유로, 코파 아메리카, 네이션스 컵, 아시안 컵, 골드 컵 등 대륙별 축구선수권대회는 물론 올림픽을 비롯한 대륙별 지역별 종합 경기 대회 축구 종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농구 배구 등 다른 단체 구기 종목들을 압도한다.

세계 축구계에서는 대략적으로 200개 이상 나라에서 2억5,000만 명 정도 선수가 활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한국 ‘조기 축구’ 같은 수준의 경기를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숫자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지구촌은 축구에 열광하는가. 범위를 확 좁혀서 유럽이나 남미 나라들에 견줘 축구 열기가 그리 높지 않은 국내 환경에서 살펴보자.

일반적인 한국 남성 가운데 공 한번 차 보지 않은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든 동네 공터에서든 부대 연병장에서든 사내 체육 대회에서든. 이게 축구의 장점이다. 공만 있으면 언제 어떤 곳에서든 경기할 수 있다. 골대가 없으면 골키퍼 키에 대충 맞추면 된다.

‘러닝셔츠와 팬츠 그리고 공만 있으면 축구 팀을 만들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는 축구가 골프나 야구 등에 견줘 돈이 아주 적게 드는 운동이라는 말과 연결된다. 이 또한 축구의 장점이다.

축구 열기와 관련해 남성 독자들 대부분이 경험했을 일화 두어 가지를 소개한다.

글쓴이가 10살 무렵 살았던 시골에서는 해마다 봄이 되면 면 대항 초등학교축구대회가 열렸다. 선수들은 대회를 앞두고 열심히 연습했는데 이때 몇몇 풍경이 지금도 또렷이 떠오른다. 먼저 축구공에 바람을 넣는 장면이다. 자전거 타이어에 공기를 넣는 기계를 이용해 수시로 축구공에 바람을 넣어야 했다.

처음에는 자전거를 수리하는 가게에 가서 바람을 넣었지만 워낙 공이 자주 쭈그러지다 보니 가게 주인에게 기계를 빌려 학교에 놓아뒀다. 그 무렵 축구공 제작 기술력이 딱 그 수준이었다.

또 하나는 강한 바람이 불어 흙먼지가 일면 바람 반대 방향으로 서서 잠시 연습을 중단하던 장면이다. 봄만 되면 바람이 세게 불곤 했다. 맨땅인 학교 운동장은 앞을 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숨이 차서 잠시 입을 벌리면 입안에 모래 먼지가 씹혔다. 요즘에는 인조 잔디가 깔려 있는 운동장을 갖고 있는 초등학교가 꽤 있다

선수가 아닌 아이들은 봄바람이 불어올 때쯤이면 벼 그루터기가 삐죽삐죽 나와 있는 학교 앞 논바닥에서 조그만 고무공을 차며 놀았다. 그루터기에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무르팍에 생채기가 나곤 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해가 서녘 산등성이에 걸릴 때까지 공을 차며 놀았다.

​중학교 때는 학교에 축구부가 없었다. 흔하디흔한 축구 골대도 없었다. 야구부 선수들이 연습하다 다칠까 봐 아예 골대를 세우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들은 점심시간만 되면 공을 차고 놀았다. 정식으로 경기를 한 게 아니고 축구공 2개를 그냥 몰려다니면서 찼다.

고등학교 때도 축구부가 없었지만 제법 그럴듯한 팀을 만들어서 공을 찼다. 목표는 서울시교육감배대회에 나가는 것이었다. 후보 선수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훈련했다. 그때 중학교 때까지 선수 생활을 한 친구에게 들은 얘기를 스포츠 기자가 된 뒤에 여러 차례 써먹었다.

“슈팅은 마지막 패스다.” 그 친구는 ‘슛을 세게 하려 하지 말고 골대 구석을 보고 정확히 차라’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던 것이다.

​군대 축구 얘기는 밤새 해도 모자랄 듯하다. 글쓴이는 전방 ○사단 신병교육대 조교로 복무했다. 후방 부대에서 6주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신병을 받아 4주 동안 주특기 교육을 하고 예하 연대로 보냈다.

그런데 기수마다 200여 명의 신병을 받으면 신기하게도 초등학교든 중·고등학교든 아니면 실업 팀에서든 선수 생활을 했던 신병이 한두 명씩은 꼭 있었다. 그래서 그럴듯한 팀이 꾸려졌고 교육 일정이 끝날 무렵 조교들과 ‘브라보콘’ 내기 경기를 했다.

복교한 뒤에는 복학생 팀으로 재학생 팀과 경기를 했다. ‘군대 체력’만 믿고 달리다가 10분도 못 뛰고 헐떡거리며 교체된 일, 기자협회 축구 대회 때 동기 녀석이 무리하다 발목이 부러진 일들은 요즘도 심심찮게 술안주가 되곤 한다. 이 정도 축구 관련 일화는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것. 그러니 축구에, 월드컵에 열광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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