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시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한때 '지우개'라던 마스체라노는 모드리치도, 라키티치도 지우지 못했다.
▲ 한때 '지우개'라던 마스체라노는 모드리치도, 라키티치도 지우지 못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더니 아르헨티나의 스타 공격수들도 홀로 고립되니 힘을 쓰지 못했다.

아르헨티나가 22일 오전 3시(한국 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D조 2차전 크로아티아와 경기에서 0-3으로 졌다. 1차전 아이슬란드 1-1 무승부에 이은 또 하나의 아픈 결과다. 아르헨티나는 단 2경기만 치르고 짐을 쌀 위기에 처했다.

애초에 아르헨티나가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진 않았지만 조별 리그에서 탈락할 것이란 예상은 많지 않았다. 바로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를 비롯해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시티), 파울로 디발라, 곤살로 이과인(이상 유벤투스) 등 공격진의 무게감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크로아티아 역시 아르헨티나의 공격력을 염두에 두고 경기 초반을 운영했다. 루카 모드리치(레알마드리드)-이반 라키티치(FC바르셀로나) 중원 조합에 더해 마르첼로 브로조비치(인터밀란)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해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크로아티아 중원은 한 수 위의 기술과 영리한 움직임, 압박이 들어올 때마다 나오는 원터치패스로 아르헨티나 미드필더진을 압도했다.

크로아티아 중원이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면서 아르헨티나는 주로 측면을 공략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공격 전개에서 중원의 몫은 없었다. 3-4-2-1 포메이션을 세운 아르헨티나는 메시가 공격 2선의 오른쪽에, 메사가 왼쪽에 배치됐고 아쿠냐와 살비오가 공격적으로 전진했다. 전반 13분 오른쪽 측면에서 메시-살비오-메사로 이어지는 공격 전개나 전반 30분 아쿠냐의 침투와 크로아티아 수비진의 실수로 얻어낸 기회 역시 모두 측면을 노리면서 만든 장면이었다. 두 번의 찬스에서 모두 득점에 실패한 것은 아르헨티나에게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수치에서도 중원의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나타난다. 아르헨티나가 점유율이 높았고 터치 수에서 693개로 569개인 크로아티아에 앞선다. 단순 수치 비교보다는 팀 내에서 어떤 포지션의 선수들이 터치를 했는가를 따져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니콜라스 타글리아필코(99회), 니콜라스 오타멘디(86회), 하비에르 마스체라노(71회) 순으로 많은 터치를 기록했다. 주로 공이 후방에서 돌았다는 뜻이다. 공격수들의 터치 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메시는 팀 내에서 8번째인 49회 터치를 기록했다. 차례로 중앙 공격수에 기용됐던 아구에로(16회), 이과인(10회)의 경우는 더욱 처참한 수치다. 

삼파올리 감독은 경기 뒤 "아르헨티나 선수단이 메시의 탁월한 경기력을 가리고 있다. 메시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 팀이 제대로 손발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메시의 경기력을 동료들이 살려주지 못했다는 게 삼파올리 감독의 생각이다. 전 아르헨티나 대표 선수이자 프리미어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파블로 사발레타도 "(공격 지역에서) 메시가 고립됐다"고 평한 이유다.

반면 크로아티아는 중원의 선수들이 가장 많은 터치를 기록했다. 1위 브로조비치(69회)를 시작으로 모드리치(62회), 라키티치(61회)까지 모두 미드필더가 많은 터치를 기록했다. 중원에서 경기를 자신있게 운영했다는 뜻이다.

후반 9분 윌리 카바예로(첼시) 골키퍼의 치명적인 실수가 나오면서 경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크로아티아의 경기 운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아르헨티나가 다급해졌다. 무리하게 측면에서 윙백들이 1대1 돌파를 시도하면서 공격을 풀려고 했다.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더라도 신체 조건이 좋고 헤딩을 잘하는 공격수가 없는 아르헨티나의 공격은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다. 발밑이 강한 공격수들은 중원에서 패스를 받지 못하자 더욱 고립되기 시작했다. 

교체 카드는 이러한 상황을 심화시켰다. 에베르 바네가(발렌시아)라는 드리블과 패스 능력을 갖춘 미드필더가 있지만, 득점이 필요한 삼파올리 감독은 드리블러 크리스티안 파본과 이과인, 디발라를 투입했다. 모두 공격수로 분류되는 선수들. 중원을 메사와 마스체라노가 지켰지만 역시 공격적인 패스를 전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사실상 후방과 전방이 분리됐다. 이따금 나오는 빈틈으로 찔러넣는 패스들이 나오긴했지만 아르헨티나의 공격은 전체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전 잉글랜드 대표 공격수 앨런 시어러는 "아르헨티나가 계획이 없다"며 "완전히 엉망진창"이라고 평가했다.

중원은 흔히 엔진에 비교되곤 한다. 최전방, 측면, 최후방을 연결하는 위치기 때문이다. 수비력과 공격력을 두루 갖춰야 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중원은 수비적으론 안정적일지 모르지만, 공격을 연결하는 임무는 거의 수행하지 못했다. 지난 아이슬란드전에서도 마찬가지다. 메시는 4-3-3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는데, 메시를 제외하면 공격을 전개하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아르헨티나에는 '패스를 주는 선수'를 찾아보기 어렵고 '패스를 받는 선수들'만 대거 포진했다.

초호화 공격진에 비해 중원의 무게감이 크게 떨어진다. 공격 전개에서 활력소가 돼야 할 측면 수비수들도 아쉬움이 남긴 매한가지. 제 아무리 뛰어난 공격수들이라도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니 힘을 쓰지 못했다. 메시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아르헨티나의 부진은 축구가 11명이 함께하는 팀 스포츠란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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