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BA 최고 블루워커 스티븐 아담스가 한국을 찾았다.
[스포티비뉴스=용인, 맹봉주 기자·영상 편집 김태홍 기자] 블루워커. 스포츠에서 자주 쓰는 말로 주인공은 아니지만 궂은일에 능해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를 말한다.

한국에서 ‘아이유 친구’(1993년생으로 동갑내기지만 사뭇 다른 얼굴 때문에 붙여진 별명)로 유명한 스티븐 아담스(25, 213cm)는 NBA(미국 프로 농구) 최고의 블루워커다. 괴물들이 모여 있는 NBA에서도 아담스는 한 덩치를 자랑한다. 스피드와 운동능력까지 갖췄다. 공격에선 한계가 뚜렷하지만, 수비와 스크린, 몸을 던지는 허슬 플레이, 상대와 기 싸움 등 팀 내 보디가드 임무를 완벽히 수행한다. 덕분에 소속 팀 오클라호마시티 선더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료가 됐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만 14시즌을 뛴(전신인 시애틀 슈퍼 소닉스 포함) 닉 콜리슨은 “아담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다”며 “그는 올해 정말 멋진 시즌을 만들었다. 여전히 어리고 배우려는 마음이 큰데 최근엔 자신감이 붙으며 더 좋아졌다. 이젠 코트 위에서 여유까지 느껴진다”고 아담스를 칭찬했다.

러셀 웨스트브룩도 “아담스가 NBA에 처음 왔을 때가 기억난다. 정말 미숙했다. 하지만 어렸고 단점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대단했다”며 “그런 그가 이제는 팀의 주전 센터가 됐다. 아담스가 훌륭한 선수로 커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도 좋다”고 아담스의 발전을 대견해 했다.

2013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오클라호마시티가 전체 12순위로 그를 지명할 당시만 해도, 아담스가 지금같이 성장할 거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데뷔 시즌 평균 14.8분 출전에 그치며 평균 3.3득점 4.1리바운드를 기록했던 아담스는 그 다음해부터 크게 오른 출전 시간과 더불어 뛰어난 생산력을 보였다. 5년 차를 맞은 이번 시즌엔 경기당 32.7분 출전에 13.9득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는데 모두 커리어 하이였다.

특히 공격 리바운드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평균 9리바운드 중 공격 리바운드가 5.1개로 수비 리바운드보다 많았다. NBA가 공격 리바운드를 집계한 이래 한 시즌 평균 5개 이상의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낸 선수는 아담스가 10번째다.

이는 타고난 신체 조건이 큰 몫을 했다. 아담스 본인도 “큰 사이즈에서 오는 이점을 누리고 있다”고 말할 정도. 18남매 중 막내인 아담스는 이미 중학생 때 키가 2m를 넘었다. 뉴질랜드 출신답게 어릴 때부터 럭비를 통해 몸싸움 능력을 키운 것도 힘이 됐다.

또 형과 누나 모두 장신들로 남다른 유전자 덕도 컸다. 아담스의 누나인 발레리 아담스는 투포환 국가대표로 올림픽 금메달 2개와 세계선수권 금메달 4개를 보유한 뉴질랜드 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유명하다.

▲ 스티븐 아담스가 훈련 후 서울 삼성 선수들과 어울리는 모습 ⓒ 서울 삼성
▲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개인 훈련 중인 스티븐 아담스(위) ⓒ 서울 삼성
하지만 타고난 신체 조건만으로 이 자리에 온 건 아니다. 후천전인 노력도 뒷받침 됐다. 지난 14일 여행 차 한국을 방문한 아담스는 쉬는 중에도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기 위해 한국 여행 중에 운동할 곳을 알아봤고 결국 서울 삼성의 배려로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매일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평소 게임을 좋아해 한국 PC방 문화에 빠져들었다는 아담스. 자신의 인스타그램엔 민속촌에 다녀온 영상을 올려 한국 팬들의 관심을 사기도 했다. 친하게 지내던 한국인 친구의 권유로 한국을 찾은 아담스는 24일 출국한다.

다음은 21일 삼성트레이닝 센터에서 만난 아담스와 일문일답.

Q.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운동한다고 들었다. 이곳 시설은 어떤가?

굉장히 좋다. 선수들도 운동을 열심히 한다. 전체적으로 좋은 문화를 갖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여러 종목의 운동선수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Q. 한국은 첫 방문인데, 거리에 나가면 알아보지 않나?

처음엔 못 알아보더라. 하지만 내가 한국에 있다는 기사가 나가고 나서부턴 길거리에서 많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Q. 한 때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에네스 칸터와 서지 이바카도 한국을 다녀갔다.

칸터가 한국을 굉장히 좋아했다. 나에게 한국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려줬다. 이바카와는 한국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

▲ 아이유와 SNS상에서 친구가 되고 싶다는 스티븐 아담스의 바람은 이루어질까.

▲ 스티븐 아담스와 1993년생 동갑내기인 가수 아이유 ⓒ 곽혜미 기자
Q. 별명이 ‘아이유 친구’다. 아이유를 알고 있나?

잘 알고 있다(웃음). ‘아이유 친구’라는 뜻도 100% 이해하고 있다. 아이유 사진도 봤고 노래도 들었다. 정말 인기가 많고 예뻤다. 한 마디로 핫한 스타였다. 노래는 ‘좋은날’을 들었는데 좋았다. 기회가 되면 진짜 친구가 되고 싶다. 아이유에게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할 것이다.

Q. 리바운드에 큰 강점을 보이고 있다. 리바운드를 잘 잡는 비결이 있을까?

우선 난 키가 크고 덩치도 있다. 큰 사이즈에서 오는 이점을 누리고 있다. 빅맨 중에도 수비 리바운드를 잘 잡는 사람이 있고 공격 리바운드를 잘 잡는 선수가 있는데, 난 공격 리바운드에 특화된 선수다. 그 이유는 우리 팀 선수들의 슛이 많이 안 들어가기 때문이다(웃음). 내가 공격 리바운드에 강점을 보이는 배경이다.

Q. NBA에서 수많은 빅맨들과 상대해봤다. 그 중 최고의 리바운더를 꼽자면?

먼저 눈에 띄는 건 디안드레 조던과 안드레 드러먼드다. 이 둘은 점프와 순발력이 정말 좋아서 볼 경합 중에 리바운드를 잘 걷어낸다. 또 둘 다 몸집은 큰데 빠르다. 개인적으로는 마이애미 히트의 하산 화이트사이드가 아니고 다른 빅맨. 아, 뱀 아데바요가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아데바요는 박스아웃을 굉장히 잘한다. 힘으로 하는 플레이도 돋보인다. 아데바요를 상대로는 리바운드를 따내기 힘들었다. 매치업하기도 까다롭다. 기록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좋은 리바운더였다(아데바요는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전체 14순위로 마이애미 히트에 뽑힌 선수다. 신인이던 지난 시즌 평균 6.9득점 5.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208cm로 키는 그리 크지 않지만 아담스의 말대로 힘을 바탕으로 한 박스아웃 실력이 일품이었다).

Q. 운동선수들은 저마다의 루틴이 있다. 경기 전 특별히 하는 게 있는가?

그냥 똑같이 한다. 특별히 의식하거나 준비하는 건 없다. 신인 때부터 만든 습관을 그대로 할 뿐이다. 경기 3시간 전에 도착해서 쉬다가 운동을 하는 것 말이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게 싫다. 농구는 그냥 똑같다. 최대한 간단하게 생각하고 싶다.

▲ 2013년 NBA 신인 드래프트 당시만 해도 스티븐 아담스(오른쪽)의 머리는 짧았다.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Q. NBA 데뷔 후 머리를 길렀다. 이제는 덥수룩한 수염과 긴 머리는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외모에 변화를 준 이유가 있을까?

편하고 돈도 안 들어서(웃음). 매번 머리 깎는데 돈을 쓰기 싫었다. 무엇보다 관리를 안 해도 되고 편하다.

Q. 18남매 중 막내다. 형, 누나가 많다는 것이 농구 인생에 영향을 줬을까?

당연하다. 내가 농구 선수로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농구뿐 아니라 인생 여러 면에서 영향을 끼쳤다. 예의범절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투쟁심 등을 배웠다.

Q. 누나가 투포환 선수다. 누가 더 힘이 센가?

하하, 당연히 내가 더 강하다. 하지만 누나도 굉장히 힘이 세다. 실제로 벤치 프레스를 나보다 더 많이 든다.

Q. 한 때 팀 동료였던 케빈 듀란트 얘길 해보자. 그가 있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상대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듀란트에게 특별한 감정은 없다. 단 우리와 골든스테이트의 경기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할 뿐이다. 골든스테이트와 경기할 때면 기자들과 카메라가 정말 많이 온다. 경기장 분위기도 마치 플레이오프를 연상시킨다. 관중들의 환호성도 장난 아니다. 굉장히 재밌다. 경기 중 듀란트와 따로 대화를 하지는 않았다. 난 경기 중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러셀(웨스트브룩)은 듀란트와 얘기하더라(웃음). 그는 워낙 경기 중 토크를 많이 한다.

▲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에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러셀 웨스트브룩과 스티븐 아담스(왼쪽부터).
Q.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웨스트브룩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콤비다. 시즌이 지날수록 두 선수의 투맨 게임 완성도도 높아지고 있다. 경기장 밖에서 보는 웨스트브룩은 어떤 사람인가?

러셀말인가? 그는 굉장히 충성심이 많다. 팀이나 가족, 친구 등에게 말이다. 또 주위 사람들을 정말 잘 챙긴다.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자신의 모든 걸 주는 친구다.

Q. 연습 중 웨스트브룩과 종종 1대1을 한다고 들었다.

하하, 맞다. 작년에 했었는데 내가 이겼다. 3-2로. 아, 포스트업을 하면서 골밑 득점으로 이긴 게 아니다. 3점슛을 2개 연속으로 넣으면서 이겼다(웃음).

Q. 최근 NBA에선 공간 활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때문에 빅맨이 3점슛을 던지는 빈도가 예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5명이 다 슛을 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좋은 일이다. 옛날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골밑에 무조건 볼을 넣어 공격을 시작하는 옛 방식을 고수하고 싶진 않다. 현대 농구는 패스의 질이 중요하다. 외곽에서만 볼을 돌리는 게 아니라 골밑에 들어갔다 밖에서 나오는 패스의 가치가 더 특별해졌다.

Q. 혹시 실전 경기에서 3점슛을 던질 생각은 없나?(아담스가 NBA 커리어 내내 시도한 3점슛은 총 5개다)

나까지 3점을 던졌다간 감독님에게 혼날 거다. 평상시에도 소리를 얼마나 지르는데.

Q. 드래프트 동기인 야니스 아테토쿤보나 CJ 맥컬럼이 맹활약 중이다. 이들을 보며 자극을 받기도 하는가?

둘 다 정말 좋은 선수다. 올스타전에서 만났고 대표 팀에서도 부딪힌 적이 있다. 그렇다고 그들을 보며 동기부여로 삼진 않는다. 난 내 할 일을 잘 하고 그들은 자기 일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Q. 마지막으로 한국에 있는 오클라호마시티 팬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

안녕하세요(한국말로). 한국 팬들 모두 반갑다. 오클라호마시티와 나를 응원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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