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사노(왼쪽) 득점에 선수들도 환호했다.
▲ 골!! 환호하는 멕시코 선수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멕시코가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꺾었다. 다소 거칠다고 느낄 정도로 적극적으로 독일을 압박한 것이 승리 요인이었다.

멕시코는 18일(한국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1차전 독일과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전반 35분 이르빙 로사노의 득점이 승패를 갈랐다.

우연한 승리가 아니다. 멕시코는 승리할 자격이 충분했다. 독일을 어떻게 공략하면 되는지 잘 준비된 시나리오를 들고 온 것처럼 경기를 완벽히 운영했다.

▲ 고개 떨군 독일 선수들.

◆ 반칙이 아닌 선에서…독일을 거칠게 다룬 멕시코

FIFA의 공식 경기 통계 가운데 의외의 수치가 있다. 바로 두 팀이 뛴 거리다. 독일이 110km를 뛴 반면, 멕시코는 106km를 뛰었다. 일반적으로 수비로 강팀을 잡는 경우 더 많은 거리를 뛰곤 한다. 하지만 멕시코는 더 적은 거리를 뛰고도 독일을 잡았다. 어떤 전략을 준비해온 것일까.

멕시코가 북중미의 패자라지만 'FIFA 랭킹 1위' 독일에 비해선 열세가 분명했다. 평소 전방 압박을 적극적으로 시도하지만, 멕시코는 수비 라인을 내려놓고 역습을 노렸다. 

라인은 내렸지만 수비 방식은 적극적이었다. 미드필드 이상부터는 독일 선수들은 거칠게 다뤘다.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수비와 반칙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잡으면서 독일을 괴롭혔다. 독일은 멕시코의 거센 수비에 반칙을 어필했지만 이란 국적의 알리레자 파가니 주심은 몸싸움을 비교적 관대하게 봤다. 전반 14분 토니 크로스가 압박에 밀려 넘어지면서 공을 손으로 잡았다가 프리킥이 선언된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독일은 흐름을 잃었다. 

공격을 펼칠 땐 조금 다른 전략을 폈다. 공격 지역에서 공을 빼앗기면 빠르게 전방 압박했다. 그냥 물러나면 수비 조직을 갖추기 어렵고, 또한 긴 거리를 빠르게 내려와야 한다. 대신 전방 압박을 하면 짧은 거리를 뛰면서 독일 공격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었다.

멕시코는 평시엔 두 줄 수비, 공격을 주도할 땐 전방 압박을 펼치면서 '투트랙 전략'을 썼다. 수비를 견고하게 하면서도 적은 거리를 뛸 수 있었던 이유다.

▲ 외질(왼쪽)을 안다시피 해 수비 하는 에레라.

◆ 전진한 풀백 뒤를 노렸다…멕시코 역습

독일은 강팀이다. 어떤 팀이든 독일을 상대로 물러서는 것이 익숙하다. 밀집 수비를 해결하기 위해 풀백의 공격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 풀백들이 공격을 전개할 때 크로스-케디라 미드필더 라인보다도 위로 전진해 공격에 힘을 실었다. 특히 오른쪽 풀백 조슈아 킴미히는 독일에서도 주된 공격 루트로 공격 가담 빈도가 높았다.

멕시코는 적극적인 수비로 여러 차례 독일의 공격을 중도 차단하면서 역습 기회를 만들었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의 통계에 따르면 멕시코는 무려 16번이나 독일의 공을 빼앗았다. 메수트 외질과 티모 베르너의 공을 각각 4번, 사미 케디라의 공을 3번으로 가로챘다. 그리고 공을 빼앗은 것은 곧 역습의 시작을 의미했다.

공을 빼앗은 뒤 멕시코는 풀백이 전진한 공간을 적절히 활용했다. 특히 킴미히가 빠져 나간 독일의 오른쪽 측면, 바꿔 말하면 이르빙 로사노가 배치된 왼쪽 측면을 적극 공략했다. 로사노가 워낙에 발이 빨라 여러 차례 슈팅 찬스를 잡았다. 전반 35분 여러 차례 역습 기회를 놓쳤던 로시노가 드디어 득점에 성공했다.

사실 득점 장면 외에도 수많은 역습 찬스를 잡았다. 승리하긴 했지만 역습 마무리는 오히려 부족했다고 평가해야 할 정도. 조금만 더 마무리가 세밀했다면 점수 차이는 더 벌어질 수도 있었다.

연이은 역습은 독일이 더 많은 거리를 뛰도록 만들었다. 역습에서 1명 공격수가 달리기 시작하면 이것을 막기 위해 2명, 3명의 수비수가 뒤를 쫓아야 하기 때문이다. 멕시코가 많은 선수가 가담하진 않지만, 독일은 수비를 위해 긴 거리를 돌아오면서 체력이 빠르게 떨어졌다.

▲ 환호하는 마르케스(왼쪽). 무려 5번째 월드컵 출전이다.

◆ 페이스 낮춘 후반 운영, 교체와 전술 변화로 잠그기 성공

두 줄 수비와 전방 압박으로 괴롭히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다른 팀들이 보여준 바 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체력 부담. 많은 거리를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멕시코 역시 90분 내내 강도 높은 수비 전술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후반전 페이스를 조금 늦추고, 적절한 선수 교체로 1골의 리드를 지켰다.

멕시코는 후반전 조금 더 노골적으로 '선 수비 후 역습'을 노렸다. 어차피 급한 쪽은 독일. 멕시코는 독일의 무리한 공격을 차단해 승리에 쐐기를 박으려고 했다. 후반에도 수비는 견고했고 공격은 날카로웠다. 역습으로 좋은 기회를 계속 잡았다. 치차리토, 카를로스 벨라, 미겔 라윤 등 몇몇 공격수들이 기회를 놓쳤을 뿐이다.

교체 카드도 이런 흐름에 어울리게 활용했다.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은 후반 13분 공격형 미드필더 벨라를 빼고 수비력이 좋은 에드손 알바레스를 투입했다. 후반 21분 역습의 첨병 로사노를 빼고 신체 조건이 좋은 라울 히메네스를 투입했다. 공격적인 의미도 있지만 장신 선수를 투입해 세트피스에서 수비력을 더할 수도 있었다. 후반 29분엔 안드레스 과르다도를 빼고 라파엘 마르케스까지 투입했다. 전술도 사실상 파이브백으로 변환했다. 여기에 최후의 보루 기예르모 오초아가 든든하게 선방을 펼쳤다.

수비에 무게를 둔 멕시코는 끝내 독일에 한 점도 실점하지 않았고,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잡는 이변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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