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호지치 감독, 로페테기 감독, 판 마르바이크 감독.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축구 감독의 거취는 파리 목숨과 같다고들 한다. 성적에 가장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헌데 월드컵 본선 진출이란 성과를 거두고도 '잘린' 감독들이 있다.

불과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두고 경질된 이가 있다. 바로 스페인의 '전' 사령탑 훌렌 로페테기다. 로페테기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 이후 레알마드리드의 지휘봉을 잡기로 합의하고 이를 발표했는데 결국 이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로페테기 감독이 스페인왕립축구협회와 사전에 전혀 의논을 나눈 바가 없고, 공식 발표를 5분 정도 앞둔 상태에서 '통보'했다. 스페인왕립축구협회는 스페인 전체의 팀에서 어떤 이도 규칙을 어겨선 안된다면서 경질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스페인은 페르난도 이에로를 임시 사령탑으로 해 월드컵에 나선다.

이외에도 4명의 감독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루고도 경질됐다. 아시아에서 3명의 감독이 본선 진출에 성공하고도 팀을 떠났다. 세르비아 역시 지옥같다는 유럽 지역 예선을 통과하고도 감독을 바꿨다.

개막전에 나설 사우디아라비아는 본선 진출에 성공하고도 2번이나 감독을 바꿨다.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사우디를 빠르게 안정시켜 공격적인 축구로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B조 2위에 올려놨다. 하지만 계약 기간이 최종 예선까지였고,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축구협회가 코칭스태프의 교체를 요구하는 등 잡음이 생겼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계약 연장을 포기했고 사우디는 에두가르도 바우사 전 아르헨티나 감독을 선임했다. 하지만 바우사 감독의 성적인 좋지 않자 후안 안토니오 피치 감독을 선임해 본선에 도전한다.

사우디를 떠난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의외로 호주를 이끌고 월드컵에 나선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월드컵 본선에 성공한 뒤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놨기 때문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013년 브라질 월드컵 예선부터 팀을 이끌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지만, 본선 진출에 직행하지 못하자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일본은 불과 본선을 2달 남긴 상태에서 감독을 교체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을 경질하고 니시노 아키라 감독을 선임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수비와 직선적 공격을 강조하면서 전통적인 축구와 다른 축구를 구사했다. 여기에 혼다 게이스케, 가가와 신지, 오카자키 신지 등 주축 선수들을 대표 팀에서 제외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일본은 결국 본선행에 성공하고도 니시노 감독을 선임해 일본다운 축구로 회귀를 선언했다. 시간이 부족해 실험을 이어 가면서 조직력 다지기에 여념 없다.

세르비아는 그래도 준비할 시간이 조금 더 있었다. 슬라볼류브 무슬린 감독이 본선 진출에 성공한 뒤 한국과 지난해 11월 A매치 경기를 앞두고 경질됐다. 본선행에 성공했지만 경기력 비판이 있었고, 일각에서 핵심 선수 밀린코비치-사비치와 불화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선수들의 지지를 잃은 상황에서 결국 본선에 진출시키고도 직접 출전하지 못하는 불운을 맞았다.

선장을 바꿨다. 가려는 목표는 같겠지만 방법론은 다를 수 있다. 과연 감독 경질이라는 초강수를 둔 팀 가운데 목표를 이룰 팀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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