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대표 팀이 훈련할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스타디움 훈련장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한준 기자]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 팀이 베이스캠프로 삼고 있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는 ‘물 인심’이 박하다. 오후 4시에 열릴 팬 공개 훈련을 위해 모인 취재진은 일교차가 심하다는 러시아 여름의 뙤약볕을 맞으면 “물 없나요?”를 반복했다. 러시아 현지 취재 첫날 일정의 키워드는 ‘목마름’이었다.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들어온 기자들은 물을 사서 들고 들어올 수도 없었다. 한 기자는 로션도 압수 당한 뒤 나중에 돌려받았다. 문제는 훈련장 안에도 따로 물이 비치되어 있거나, 자판기가 없다는 사실이다. 대한축구협회 언론담당관에게 물을 요청했지만 ‘알아보겠다’는 대답 외에 당장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만들어진 코리아 하우스와는 상황이 딴판이다. 당시 코리아 하우스는 대한축구협회가 기업 후원을 받아 한국 대표 팀의 전용 공간을 직접 설계하고 구성했다. 디자인부터 편의시설, 인터넷 환경과 업무 시설이 모두 잘 갖춰져 있었다. 이번 대회는 개최국인 러시아가 준비한 곳에 입주했다. 

취재진 대다수가 목마른 상황 속에 마주친 대한축구협회 마케팅 담당자는 4년 전과 상황이 다른 이유를 FIFA의 규정 변화로 꼽았다. 베이스캠프 훈련장을 기본적으로 개최국에서 준비하고 제공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직접 베이스캠프를 만든 독일의 경우 수개월 전 협의가 끝나 가능했다. 폴란드도 마찬가지. 독일과 폴란드의 경우 육로 이동이 가능해 직접 베이스캠프 훈련장을 지어 쓸 수 있었다. 관계자는 “한국은 아예 그런 설비와 장비를 가져오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시설이 안 좋아진 것은 그렇다 쳐도 물 한 모금 먹기 어려운 상황은 어떻게 된 것일까? 마케팅 담당자는 “대표 선수들이 마실 물도 수량과 개수까지 다 체크한 뒤 들어온다. 만약 대표 선수들의 물도 준비한 게 다 떨어지면 더 들여올 수 없다. 그만큼 보안이 철저하다”고 했다. 철저한 보안과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는 러시아 월드컵. 미리 준비하고 승인 받지 않으면 당일 임기응변은 통하지 않는다. 

▲ 스마일을 강조한 러시아 경찰
▲ 친절하지만 엄격한 러시아 취재 현장


러시아 경찰도, 자원봉사자도 모두 웃는 얼굴로 친절했지만 안 되는 것은 안 된다. 확실하게 자른다. 보안 앞에 융통성 발휘는 없다. 

오후 4시에 시작한 훈련이 오후 5시께 끝나 믹스트존 취재를 마치고 기사 정리를 위해 오후 5시 30분쯤 노트북을 열고 작업하려는 데 10분 정도 지나자 “훈련장 문을 닫을 테니 정리하고 나가 달라”는 자원봉사자들의 외침이 시작됐다. 이제 막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할 참에 난감한 상황이 됐다. 숙소로 이동하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대회와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취재 현장에서 원활한 인터넷 환경 속에 기사를 마감할 수 있던 브라질과 달리, 5메가바이트 파일도 전송이 원활하지 않고, 업무 시간 마저 극소로 주어진 베이스캠프 상황이다. 

물 한 모금 못 마신 갈증이 있어 이른 시간 훈련장에서 나와 숙소로 행해야 하는 상황이 반가운 측면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숙소까지 한 시간 가량 차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저녁 시간이 맞물렸다. 러시아는 ‘백야’ 중이라 밝고 맑은 하늘을 보며 ‘야근’했기에 망정이다. 

새벽까지 이어진 잔업. 아직 시차적응이 덜 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고, 적응이 되어갈수록 어려움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생각은, 취재 1일 차이니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현지 시간 6월 13일이 저물고, 이제 정말 월드컵이 개막하는 6월 14일을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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