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태용호 러시아 베이스캠프 훈련장 스파르타크 스타디움 ⓒ한준 기자
▲ 선수들을 지켜보는 신태용 감독과 그란데 수석코치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한준 기자] 월드컵이 러시아에서 열리기 때문에 드는 ‘기분 탓’인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유독 정보전이 강조되는 느낌이다. 신태용 감독은 평가전에 스웨덴과 F조 1차전에 가동할 베스트 멤버를 한 차례도 보여주지 않았고, 직접 트릭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스웨덴을 교란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 신태용호의 자세에 스웨덴은 관심이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스웨덴이 우리 분석을 안 했다는 것은 100% 거짓말이다. 그러면 우리도 스웨덴 신경 안 쓴다, 준비 안한다고 말은 할 수 있다. 스웨덴 감독 의도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생각이 있을 것이다.” 13일 오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스타디움 기자회견장. 러시아에서 100여명이나 몰린 한국 취재진과 처음 마주한 신 감독은 내내 느긋하고 여유롭게 인터뷰하다가 스웨덴을 향해 날카롭게 반응했다. “안했으면 안한대로 경기 잘하시라고 얘기하고 싶다.”

전략을 꽁꽁 숨기는 데 집중하는 신태용호에게, 평가전 졸전의 배경으로 ‘트릭’이라는 발언이 나온 뒤 대표 팀을 향한 비난의 수위는 높아졌다. 관심 없다는 투의 스웨덴 반응은 이를 부추기고 있다. 신 감독이 불쾌감을 느낄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주장 기성용도 스웨덴의 발언을 전하다 “그러면 자기들만 손해”라고 했다.

사실 신태용호만 정보전에 민감한 것은 아니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훈련은 통상적으로, 그리고 일반적으로 초반 15분 뒤에는 비공개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베이스캠프에서 진행하는 훈련 중 한 차례를 팬 공개 행사로 열 것을 강제한 것은, 나머지 훈련을 모두 비공개로 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FIFA의 미디어 채널은 본선 참가 32개국의 훈련 스케줄을 매일 업데이트하는 데, 한 차례 팬 공개 행사가 언제인지 확인하는 용도 정도다. 거의 대부분 ‘closed’로 공지되고 있다. 스웨덴 언론은 스웨덴 대표 팀 훈련장이 훤히 보이는 주상복합 건물과 언덕이 있다는 것을 크게 우려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스웨덴 대표 팀 분석관 라세 제이콥슨이 오스트리아에서 한국이 진행한 비공개 훈련을 시야가 확보한 건물을 빌려 상주하며 체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야네 안데르손 스웨덴 감독이 한국에 대한 정보 파악이 큰 관심이 없다고 한 이야기가 ‘거짓말’이라는 게 밝혀졌다. 신태용 감독은 트릭을 쓰고, 안데르손 감독도 거짓말을 하며 서로 치열한 연막술과 정보전쟁을 벌이고 있다.

▲ 신태용 감독은 트릭을 썼고, 스웨덴의 발언이 100% 거짓말이라고 했다. ⓒ한준 기자


신태용 감독은 스웨덴의 베이스캠프에 분석관을 따로 급파할 예정은 없다며 가능하다면 언론이 탐사보도를 해달라고 농담을 반 정도 섞어 말했다. 조준헌 대한축구협회 언론담당관은 “진짜 보낻라도 보낸다고 말 못한다”고 거들었다. 

보낼지, 안 보낼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조준헌 미디어팀장은 “역대 월드컵을 봐도 베이스캠프에 분석관을 파견한 경우는 없다. 우리도, 상대국도. 아무래도 환영받지 못하고…”라며 안 보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발언도 어디까지 믿는 것이 확실할지 미지수인 것이, ‘트릭’이 키워드로 떠오른 이번 월드컵이다.

신 감독은 “상트페레트부르크의 훈련장 인근에 군사 시설이 많이 일반인 출입이 쉽지 않다. 그런 점도 베이스캠프 장소 선정에 영향이 있었다”며 보안에 신경쓰고 있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했다.

회견장 밖에서 조 팀장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방송사를 위해 마련된 믹스트존 건물 위로 사람 한 명이 보였다. “지붕 위에 눈이 있는데?” 지붕 위에 있던 사람은 훈련장 시설 마무리작업을 하던 인부로 보였는데 이내 무게중심을 낮추자 보이지 않았다. 위로 올라가 숨는다면 놓칠 가능성이 커 보였다.

회견장이자 기자실의 울타리를 천막으로 가려 훈련 내용을 철저히 숨기고 있는 대표 팀. 드론은 반입 자체가 안되는 러시아지만 낮은 건물이 많고, 훈련장 주변에 건물이 없지 않아 마음 먹고 보겠다고 준비하면 100% 막을 제간은 없다. 

한국과 스웨덴의 첫 경기는 신 감독의 트릭과 스웨덴의 거짓말이 충돌한다. 누가 얼만큼 잘 준비했을까가 경기력과 결과로 드러난다. 아직 월드컵까지 4일의 시간이 더 있다. 장외 전쟁이 지속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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