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스캠프 스타프타크 스타디움에서 첫 훈련을 사진 대표 팀 ⓒ한준 기자
▲ 팬 공개 훈련 후 인사하는 대표 팀 ⓒ한준 기자


월드컵을 준비하기에는 24시간이 모자라다. 신태용호는 하루를 쪼개고 쪼갠 25시간으로 치열하게 준비 중이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그리고 러시아 현장까지. '스포티비뉴스'가 밀착취재로 '신태용호 25시'를 전한다. <편집자 주>

[스포티비뉴스=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한준 기자] 신태용호는 의심과 싸우고 있다. 체력 훈련도 시점과 방법의 적절성에 의문이 붙고, 실험은 이르다고 하며, 플랜A는 부족하다고 한다. 평가전의 상대도, 내용도 도마 위에 오른다. 볼리비아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트릭’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후, 세네갈전은 비공개로 진행한 것 자체로 조롱의 대상이 됐다.

12일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뉴페터호프호텔에 짐을 푼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 팀은 푹 쉬고 13일 오후 4시에 숙소에서 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첫 훈련을 가졌다. 팬 공개 훈련이고, 언론에 100% 공개 되는 훈련이었는데, 40분가량 가볍게 몸을 푸는 수준의 회복 훈련이었다.

준비 과정을 노출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신태용호는 전략을 꽁꽁 숨기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일석이조의 선택을 했다. 12일과 13일 일정은, 5월 21일 파주NFC 소집 이후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거친 과정 동안 대표 팀이 누적된 피로에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해방된 시간이었다.

▲ 환한 얼굴로 팬과 취재진을 만난 김신욱 ⓒ한준 기자


◆ 백야 딛고 숙면: 가습기 틀고, 마사지 받고, 푹 쉬었다

12일 오전에 이동해, 12일 오후와 13일 오전을 통째로 쉬고, 13일 오후 훈련도 회복으로 간단하게 마친 대표 선수들은 취재진 앞에 ‘월드컵으로 인한 긴장’은 조금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몸이 가벼워진 모습이었다. 우려 대상으로 꼽힌 백야 현상도 “어려울 것 없던데요?”라며 암막 커튼을 치고 일찍부터 자려고 노력한 결과 숙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잘 자야죠. 상관할 것 없이 커튼 잘 치고. 잠이 항상 선수들에게 중요하니 일찍 자려고 노력 중이에요.” (손흥민)
“커튼을 치니까 캄캄하고, 어려움은 아니고요. 크게 어려운 건 없어요. 아직.” (기성용)
“잠은 잘 자고 있어요. 아무리 설레도 저는 잘 자는 편이에요. 푹자고 있어요.” (이승우)

대표 선수들의 숙면을 도운 것은 암막 커튼 만이 아니다. 건조한 러시아 날씨, 백야 현상 속 러시아 여름 특유의 일교차를 우려해 대표 팀은 선수 한 명 당 하나씩 가습기를 방에 넣어줬다. 조준헌 대한축구협회 언론담당관은 “선수들이 대부분 잘 잤다”면서 그것 보다 감기가 걱정이라고 했다.

“기온이 약간 낮고 일교차 있어서 감기에 대해 의무팀이 신경 쓰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보다 건조한 느낌이라 한국에서 각 방에 설치할 가습기도 다 가져와서 넣어놨어요. 선수들 몸 관리를 각별히 유의하고 있습니다.”

잘 먹고 잘 자고. 몸이 건강한 상태라야 가진 실력을 100%, 120% 쏟아낼 수 있다. F조에서 분명히 최약체로 꼽히는 한국인만큼 사소한 것 하나 하나 잘 챙겨가겠다는 대한축구협회와 대표 팀 지원팀의 의지가 보인다.

대표 팀은 뉴페터호프호텔에 대표 팀 조리사도 대동해 부페로 진행되는 식사에 선수들이 즐겨 먹는, 영양에 좋은 한식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선수들의 숙면을 도운 것은 가습기 말고도 있다. 대표 선수들은 소집 이후 있었던 이동과 비행의 피로를 풀기 위해 12일 내내 대표 팀 트레이너들로부터 마사지를 받았다.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부상을 방지 하기 위한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통해 최고의 상태로 훈련하고자 한다. 이제 떨어진 몸을 가볍고 높게 만들기 위한 컨디셔닝 프로그램의 마지막 단계다.

가습기와 마사지 이후 숙면으로 가벼워진 대표 팀에게 시간의 여유도 선물됐다. 대표 팀은 스웨덴과 18일 오후 3시에 경기한다. 모든 훈련 시간을 이에 맞추지 않고 14일과 16일에는 오전 훈련으로 선수들에게 오후에 여유 있게 휴식하며 스웨덴전을 분석할 시간도 줬다.

▲ 러시아 꼬마 팬과 사진찍는 김승규 ⓒ한준 기자
▲ 팬 공개 훈련서 응원 연습하는 붉은 악마와 교민들 ⓒ한준 기자


◆ 팬 공개 훈련서 받은 관심과 성원, "마음 껏 보여줘라"

대표 팀이 여러모로 ‘사기 진작’에 신경쓰는 가운데 대미를 장식한 것은 팬이다. 250여명의 팬이 한국 대표 팀의 공개 훈련에 표를 얻어 들어왔다. 러시아 교민 150여명과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인 100여명이 일찍부터 줄을 서서 들어왔다.

스웨덴의 팬 공개 훈련에는 2,0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10배 가량 적은 수치지만, 스웨덴은 러시아와 인접한 국가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스웨덴과 러시아가 영토 전쟁을 벌인 곳이다. 그만큼 북유럽과 러시아는 가깝다. 

조준헌 미디어팀장은 “훈련은 회복 훈련 개념으로 50분 정도 할 것”이라면서 “어제(12일) 교민 환영 행사에 선수들이 사인을 못 해줘서, 10여분 정도 팬들에게 사인해주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알렸다. 실제로 대표 선수들은 40여분 간 몸 풀기에 가까운 훈련만 한 뒤 교민과 러시아 현지 팬들에게 다가와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다. 

응원과 관심은 선수들에게 힘을 주고, 열심히 뛰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 이날 한국에서 붉은 악마의 거리 응원에 다수 참가했고, 지금은 러시아에 이민을 온 붉은 악마 축구 팬이 현장을 찾아 대표 팀 응원가와 율동, 구호, 선수들의 이름 등을 알려주며 연습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대표 팀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과 자조적인 반응이 적지 않지만 격전지에 있는 것은 오직 응원뿐이다. “강한 팀은 준비 과정에 겸손이 필요하겠지만, 우리는 약팀이니까 더 많이 보여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표 팀은 팬 공개 훈련을 통해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게 비판만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며, ‘완충(완벽한 충전)’을 위한 마지막 단계까지 밟았다.

▲ 대표 팀이 묵고 있는 뉴페터호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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