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질' 로페테기 감독.
▲ 전임 로페테기 감독(왼쪽)과 이에로 신임 감독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훌렌 로페테기 감독이 경질된 이유는 팀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스페인왕립축구협회(RFEF)가 13일(이하 한국 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로페테기 감독의 경질을 알렸다. 경질을 알린 뒤 약 2시간 만에 후임으로 스페인 대표 팀에서 스포츠 디렉터를 맡고 있던 페르난도 이에로를 임명했다. 이에로는 레알마드리드에서 오랫동안 활약했고 스페인 유니폼을 입고 A매치에 88경기 출전한 선수다. 그는 스페인을 월드컵 기간 동안 이끌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월드컵 개막을 단 하루 남겨두고 충격적인 결정이다. 스페인은 유럽 지역 예선에서 이탈리아와 한 조에 속해 험난한 러시아행이 예상됐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실패를 겪었고, 유로 2016에서도 이탈리아에 16강에서 패하면서 자존심을 구긴 상태였다.

여기서 구세주로 나타난 것이 바로 로페테기 감독이었다. 로페테기 감독은 점유율을 높이는 기존의 스페인 축구에 직선적인 침투와 공격까지 더하면서 스페인 대표 팀을 조금 더 세련되게 바꿔놨다. 로페테기 감독은 지난달 2020년까지 스페인 대표 팀 지휘봉을 잡기로 재계약도 맺은 상태였다. 모두 로페테기 감독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행복했던 동거는 결국 파국을 맞았다. 로페테기 감독이 월드컵 이후 거취를 성급하게 알린 것이 문제가 됐다. 레알마드리드는 13일 지네딘 지단 감독 뒤를 이이 로페테기 감독을 선임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지단 감독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연속 우승을 달성한 뒤 사임을 결정했다. 로페테기 감독은 레알과 3년 계약을 맺었고, 러시아 월드컵을 마친 뒤 합류할 예정이었다.

기자회견에 나선 루이스 루비알레스 회장은 팀에 대한 존중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스페인 스포츠 신문 '마르카'의 보도에 따르면 루비알레스 회장은 "문제는 RFEF가 알지 못한 채 사안이 결정됐다는 것"이라며 "로페테기는 완벽한 프로지만 (일을 처리하는) 형태는 매우 중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로페테기 감독은 일들을 다르게 해결할 수도 있었다. 기자회견을 보고나서야 반응해야 했다. 5분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그렇게 일을 처리할 순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스페인 스포츠 신문 '아스'의 보도에 따르면 루비알레스 회장은 "공식 발표를 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했지만 로페테기 감독은 이미 선수들에게 말한 상태였고, 레알 쪽에서도 공식 발표가 나왔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어떤 이도 규칙 밖에 있을 수 없다"면서 로페테기 감독을 경질한 이유를 밝혔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이 팀은 '스페인의 팀'이다.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면서 로페테기 감독의 경질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로페테기 감독은 스페인을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고도 단 한 경기도 지휘하지 못한 채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포르투갈, 이란, 모로코와 한 조에 속한 스페인은 오는 15일 포르투갈과 경기로 러시아 월드컵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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