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서울, 유현태 기자]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던 챔피언스리그 결승의 열기는 운집한 한국 팬들 사이에서도 실감할 수 있었다.

27일(한국 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 NSC올림피아스키 스타디움에서 리버풀과 레알마드리드가 격돌하는 2017-18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을 열렸다. 이 경기를 앞두고 '지구 반대편' 한국의 리버풀 팬들 700명이 서울 용산에 모였다. 한국 리버풀 팬들의 성지로 꼽히는 스포츠 펍 '봉황당'의 주최로 열린 행사였다.

열기는 뜨거웠다. 행사 시작은 26일 밤 아홉시 반부터. 많은 리버풀 팬들이 유니폼, 머플러, 모자 심지어 경기용 스타킹까지 신고 모였다. 리버풀의 경기를 제대로 즐기겠다는 자세가 엿보였다.

OX 퀴즈를 비롯한 이벤트로 경기 전까지 시간을 달랠 수 있었다. 팬들은 각종 이벤트에 직접 참여하면서 잠을 쫓았다. 절정에 이른 것은 경기 직전. 선발 명단이 발표된 뒤 환호를 쏟아냈던 팬들은 함께 응원을 연습했다. 리버풀의 대표 응원가인 'You Will Never Walk Alone'을 함께 부르고, 득점 시 선수 이름을 연호하는 법을 배웠다. 700명 이상 모인 행사장은 실제 경기장 못지않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리버풀을 응원하는 팬들만 모인 행사장은 뜨거웠다. 가장 안타까운 탄성은 모하메드 살라가 전반 30분 만에 교체될 때 나왔다. 살라의 눈물을 보며 팬들도 함께 안타까워했다. 살라와 함께 엉켜넘어졌던 세르히오 라모스가 공을 잡으면 마치 경기장인듯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반대로 가장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나온 것은 후반 10분이다. 0-1로 끌려가던 리버풀이 코너킥에서 한 골을 터뜨려 경기의 균형을 맞춘 것. 득점자는 바로 사디오 마네였다. 행사장은 사회자의 "사디오!" 선창에 700명 팬이 "마네!"라고 화답하는 응원으로 가득찼다.

같은 팀을 응원하는 이들이 모일 때 나오는 열기가 느껴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응원 문화가 된 '거리 응원'도 이와 같은 이치일 터. 경기에선 1-3으로 리버풀이 패했지만 팬들은 경기를 마칠 때까지 목소리를 함께 높였다. 경기 뒤에도 대표 응원곡 'You Will Never Walk Alone'을 부르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결승전 장소는 우크라이나 키예프. 6시간 시차가 있지만 한국도 뜨거웠다. 보통 새벽에 열리는 경기는 팬들이 집에서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역시 축구는 함께 호흡하면서 볼 때 뜨거워지는 법이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봉황당'의 목표도 축구를 함께 즐기는 것이다. 김성민 봉황당 대표는 "오프라인으로 나오면 다들 비슷하게 축구를 보고 비슷한 방식으로 축구를 소비한다.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한국식 펍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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