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경 ⓒ 대한배구협회 제공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이 '알파'이자 '오메가'인 김연경(30, 터키 엑자시바시) 없이 세계 강호들을 만난다.

한국은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수원체육관에서 진행된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 인터내셔널리그(이하 VNL) 수원 시리즈 3연전을 마쳤다. 애초 한국의 목표는 2승 1패였다. 마지막 경기인 이탈리아전에서 0-3으로 완패한 점은 아쉬웠다. 그러나 '장신 군단' 러시아를 3-0으로 완파하는 성과를 거두며 목표를 달성했다.

6경기를 치른 현재 한국은 4승 2패 승점 11점으로 7위를 달리고 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중국 3승 3패 승점 10점 - 8위, 일본 2승 4패 승점 6점 - 11위)이다. 한국은 지난주 중국 닝보에서 열린 1주차 경기와 수원 시리즈에서 주전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정예 멤버들이 나선 한국은 세계 랭킹 1위 중국과 5위 러시아를 꺾었다.

문제는 다음 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3주차 경기다. 네덜란드 3연전에는 김연경을 비롯해 김수지(31, IBK기업은행) 양효진(29, 현대건설)이 빠진다. 차해원 여자 배구 대표 팀 감독은 "VNL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 경기에서는 관리가 필요한 선수에게 휴식을 줄 생각이다"며 "김연경과 김수지 그리고 양효진은 관리가 필요하다. 이들은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 원정에 동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인 김연경 없이 세계 강호들을 만난다. 김연경의 부재로 공격력은 물론 수비와 리시브 블로킹 등에서 전력 감소는 불가피하다. 또 주전 미들 블로커인 양효진과 김수지가 빠져서 높이에도 문제가 생겼다.

▲ VNL 수원시리즈를 마친 뒤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 대한배구협회 제공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은 승수 쌓기보다 젊은 선수들의 경험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29일 세계 랭킹 4위 브라질을 만난다. 이번 대회에서 브라질은 5승 1패 승점 15점으로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다. 30일에는 홈 팀 네덜란드(세계 랭킹 8위)를 만나고 31일은 폴란드(세계 랭킹 22위)와 3주차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한국의 전력과 만나는 상대들을 봤을 때 1승을 거두는 점도 쉽지 않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높이와 공격력이 좋은 팀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쳤다. 반면 베일에 가려졌고 빠른 배구를 시도하는 팀에게 고전했다.

24일 만난 이탈리아는 4연패 중이었다. 그러나 한국을 철저하게 분석한 이탈리아는 한 템포 빠른 공격으로 한국 블로킹과 수비를 흔들었다. 국내 선수들에게 이런 배구는 생소하다. 국내 리그에서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배구 전문가는 "국내 리그에서는 수비를 바탕으로 외국인 선수의 공격에 비중을 두는 배구에 익숙했기에 스피드 배구는 생소했다"며 "체격 조건이 좋은 유럽과 남미 선수들은 원 스텝으로 움직이는 데 익숙하기에 빠른 배구를 능숙하게 할 수 있다. 반면 김연경을 제외한 우리 선수들은 스텝부터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차해원 감독은 스피드 배구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의도는 좋지만 워낙 국내 선수들이 많이 해보지 않았기에 쉽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빠른 배구를 경험해보는 점이다. 한국은 비록 이탈리아에게 완패했지만 국내 리그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빠른 배구를 체험했다.

네덜란드 원정 첫 상대인 브라질도 빠른 배구를 추구하는 팀이다. 승패를 떠나 이런 팀을 상대로 젊은 선수들이 직접 맞부딪혀보는 점도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특히 의존할 수 있는 김연경이 없이 코트에 서야 한다. 김연경에 대한 의존도를 떠나 선수들이 직접 세계 강호와 대면해보는 점은 성장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 대한배구협회 제공

김연경의 빈 자리는 강소휘(GS칼텍스)와 박정아(한국도로공사)가 대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희진(IBK기업은행)이 미들 블로커로 자리를 옮기면 박정아가 라이트로 들어갈 가능성도 크다.

올해 대표 팀의 장점은 18명의 선수가 충북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훈련했다는 점이다. 김연경은 "18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훈련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많은 선수가 모였다"며 희망을 드러냈다. 그동안 코트에 서지 못했던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

김수지와 양효진이 빠진 미들 블로커 한 자리는 2017~2018 시즌 여자부 신인왕을 거머쥔 김채연(19, 흥국생명)과 고교생 유망주 박은진(19, 선명여고)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 박은진과 나현수(19, 대전용산고)는 진천선수촌에서 선배들보다 더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며 국제 대회를 준비했다.

이재영(22, 흥국생명)은 네덜란드 시리즈에서도 공격은 물론 리시브와 수비를 책임진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김연경의 의존도를 벗어나 다양한 볼 배분이 이뤄질 때 좋은 경기를 펼쳤다. 중국 리그를 치르고 뒤늦게 대표 팀에 합류한 김연경은 피로를 이겨내고 1, 2주차 경기를 해냈다. 젊은 선수들은 자신의 성장을 위한 시험대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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