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NL 독일과 경기를 앞두고 국민의례를 하는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가운데가 이효희 ⓒ FIVB 제공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불혹을 눈앞에 둔 백전노장 세터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의 몇몇 포지션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세대교체에 들어갔다. 가장 큰 고민은 세터였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을 이끈 주전 세터는 이효희(38, 한국도로공사)였다. 그러나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에 이효희는 마흔이 된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부터 이효희의 뒤를 이을 젊은 세터들이 차례로 시험대에 올랐다. 염혜선(27)과 이고은(23, 이상 IBK기업은행) 이재은(31, KGC인삼공사) 조송화(25, 흥국생명) 등이 대표 팀을 이끌었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국가 대표 세터로 이다영(22, 현대건설)과 이나연(26, GS칼텍스)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여기에 이효희가 코치 겸 선수로 국가 대표에 합류했다.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은 이다영과 이나연 위주로 훈련했다. 그러나 지난주 중국 닝보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이하 VNL) 1주차 첫 경기 벨기에와 경기에서 세터와 공격수의 호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두 번째 경기인 도미니카공화국전부터 백업 세터로 이효희가 나섰다. 차해원 여자 배구 대표 팀 감독은 다음 경기인 중국과 경기에서는 이효희를 선발 세터로 내보냈다.

풍부한 국제 대회 경험이 있는 이효희는 허를 찌르는 토스로 중국의 높은 블로킹을 흔들었다. 예상하지 못한 한국의 다양한 공격에 중국은 고전했고 한국은 3-0으로 완승했다.

23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VNL 2주 차 수원 시리즈 러시아와 경기에서 이효희의 경기 운영은 빛을 발휘했다.

이날 경기에서 김연경(30, 터키 엑자시바시)은 두 팀 최다인 21점을 올렸다. 이재영(22, 흥국생명)과 김수지(31, IBK기업은행)은 각가 10점을 기록했고 김희진(27, IBK기업은행)은 9점을 올렸다.

▲ VNL 러시아와 경기에서 토스하는 이효희(아래) ⓒ FIVB 제공

이효희는 김연경의 공격을 최대한 살리는 것은 물론 허를 찌르는 중앙 속공도 시도했다. 여기에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로 나선 김희진도 이효희의 정교한 토스에 힘입어 자기 소임을 톡톡히 해냈다.

결국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한국 대표 팀의 전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세터는 38살의 이효희였다. 문제는 그가 마흔 살이 되는 2020년까지 대표 팀 주전 세터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의 여부다.

불혹의 나이를 눈앞에 둔 현재까지 이효희는 한국 최고 세터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2017~2018 시즌 소속 팀인 한국도로공사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또한 코치 겸 선수로 합류한 국가 대표 경기에서는 강호인 중국과 러시아를 잡는 데 수훈갑이 됐다.

이효희의 선전과 더불어 이다영과 이나연 등 세터들의 성장도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은 24일 이탈리아와 수원 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치른 뒤 다음 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3주차 경기를 위해 출국한다. 네덜란드 시리즈에는 김연경과 김수지 양효진이 동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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