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우
[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2017-18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가 막을 내렸다. 한국인 유일의 세리에 A 리거가 된 이승우(엘라스 베로나)가 바르셀로나를 떠나 이탈리아에서 새 도전에 나선 시즌이었다.

이승우는 이번 시즌 큰 결단을 내렸다. 유소년 때부터 줄곧 뛰어 온 바르셀로나를 떠나 이탈리아에 정착했다. 바르셀로나 유소년 동기인 백승호(지로나)가 스페인에 남은 반면 이승우는 세리에 A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안정환(전 페루자) 이후 15년 만에 세리에 A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가 됐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모았다.

꿈에 그리던 프로 데뷔는 이른 시점에 나왔다. 지난해 9월 24일 리그 6라운드 라치오와 경기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20분간 뛰었다. 베로나가 0-3으로 뒤지고 있어 승패는 어느 정도 결정된 상황이었다. 베로나 선수들은 딱히 경기를 뒤집으려는 의욕이 없었지만 이승우는 주어진 시간 최선을 다하며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장기인 빠른 주력과 번뜩이는 플레이를 펼치며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이후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1군 엔트리 모두 교체 출전이 가능한 세리에 A의 특성상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경기에 나서지 못하다가 10월 22일 리그 9라운드 키에보(2-3 패)전에 교체 출전해 오랜만에 경기장을 밟았다.

26일 아탈란타와 경기에도 후반에 교체 투입됐다. 이승우 특유의 번뜩이는 플레이가 나왔다. 라치오전과 마찬가지로 0-3으로 패배가 확실시된 상황에서 투입돼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 줬다. 수비수 2명을 제치고 공격을 전개하는 장면을 만들었다.

2017년은 리그 경기를 비롯해 코파 이탈리아에서 간간히 기회를 잡았지만 2018년 들어 좀처럼 출전하지 못했다. 강등권에 처한 베로나가 겨울에 이승우와 포지션이 겹치는 히데르 마투스, 브로노 페트코비치, 롤란도 아론스 등을 임대로 영입하면서 이승우는 조금씩 자리를 잃었다. 약점으로 지적 받아 온 체력 문제가 노출되면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이승우의 2018년 첫 출전은 2월 4일 로마전(0-1 패)으로 후반에 교체 투입돼 약 20분을 뛰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 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영입한 필리포 푸스코 단장이 사임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이승우는 출전하지 못하는 기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약점으로 지적 받은 체력 보완을 위해 노력했다. 거친 세리에 A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대와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힘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길고 긴 기다림 끝에 출전 기회를 잡았다. 지난달 15일 볼로냐전(0-2 패)에 교체 출전하며 2개월 만에 경기를 뛰었다. 몸싸움에서 나아진 경기력을 보였다. 상대를 힘으로 밀어붙여 넘어뜨려 경고를 받긴 했지만 그동안 지적 받은 몸싸움에서 나아진 내용을 보여 준 것이 고무적이었다.

이후 이승우는 5경기 연속 출전하며 달라진 위상을 보여 줬다. 35라운드인 AC 밀란전에서 이탈리아 무대 데뷔 골을 터뜨리는 기염을 토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공이 흐르자 벼락 같은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0-4로 뒤지고 있어 승패를 바꾸진 못했지만 세리에 A 데뷔골이라는 의미를 남긴 경기였다.

강등이 확정된 상태에서 치른 리그 37라운드 우디네세전에서 이승우는 처음으로 선발 출전했다. 더불어 첫 풀타임을 뛰었다. 공격수로 슈팅도 여러 차례 시도하며 위협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팀은 0-1로 패했고 강등도 확정된 상태였지만 첫 선발에, 첫 풀타임이라는 선수 개인에게 의미가 깊은 경기였다.

이번 시즌 기록은 16경기 출전 1골이다.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가능성도 남긴 시즌이다. 베로나가 강등돼 다음 시즌 거취가 오리무중이다. 스페인 매체 '스포르트'는 "이승우가 베로나에 잔류할지, 아니면 다른 팀으로 이적을 할지 검토 중이다"고 보도했다.

▲ FIFA U-20 월드컵에서 호흡을 맞춘 신태용 감독(왼쪽)과 이승우 ⓒ 곽혜미 기자
이승우는 리그 마지막 경기는 팀의 배려로 출전하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국가 대표 팀의 부름을 받아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출전을 준비한다. 아직 경쟁이 남았다. 이번에 뽑힌 명단은 예비 엔트리로 28명이다. 월드컵에 갈 수 있는 선수는 23명, 5명은 경쟁을 거쳐 탈락한다.

이승우에게 이번 시즌은 '처음'이라는 단어로 정리된다. 프로 무대 데뷔, 세리에 A, 첫 골, 첫 풀타임, 그리고 첫 국가 대표 팀 발탁으로 정리된다. 프로 데뷔에서 국가 대표 팀 발탁이 1년 안에 이뤄졌다. 그만큼 가능성을 충분히 보인 시즌이다. 베로나에 잔류하거나, 잔류하지 않고 타 팀 이적을 모색하더라도 러시아 월드컵 최종 명단 합류, 또 월드컵에서 활약을 보여 준다면 다음 시즌의 이승우를 더욱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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