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FIVB VNL 사전 기자회견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연경 ⓒ 대한배구협회 제공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배구 여제' 김연경(30, 터키 엑자시바시)이 1년 만에 빅 리그에 복귀했다.

김연경의 에이전트사인 인스포코리아는 지난 20일 김연경이 터키 엑자시바시와 2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연봉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다. 인스포코리아는 "배구 선수 가운데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연경은 역대 최고 대우를 받으며 엑자시바시에 입단했다. 그는 여전히 세계 여자 배구 최고의 선수임을 증명했다. 2011년 터키 페네르바체에 입단한 김연경은 6년간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여자 배구 최고 무대인 터키 리그에서 활약한 그는 페네르바체를 터키 리그 2회(2014~2015 2016~2017) 터키 컵 2회(2014~2015 2016~2017) 유럽챔피언스리그(2013~2014) 정상에 올려놓았다.

2016~2017 시즌을 마친 김연경은 터키 리그를 떠나 중국 무대에 도전했다. 상하이와 1년 계약을 맺은 그는 하위권에 맴돌던 팀을 챔피언 결정전으로 이끌었다. 상하이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톈진에 3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비록 팀을 정상에 올려놓지 못했지만 '우승 청부사'란 명칭이 아깝지 않게 활약했다.

터키 리그를 1년간 떠나 있었던 김연경은 다시 빅 리그를 선택했다. 김연경은 20일 수원 노보텔 앰버서더 호텔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 내셔널스리그(이하 VNL)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아직도 몸이 괜찮아서 큰 리그에서 뛰고 싶었다. 한국 배구를 알리고 좋은 기량을 보여주기 위해 큰 리그에서 뛰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김연경이 터키 리그로 복귀하면서 세계 여자 배구의 판도는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재 여자 배구 클럽 최고의 팀으로 평가받는 터키 바키프방크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 김연경(오른쪽)과 주팅 ⓒ 배정호 기자

다시 시작된 김연경 VS 주팅의 경쟁

김연경은 지난 8년간 세계 여자 배구 최고의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로 평가받았다. 그가 페네르바체에 입단한 2011~2012 시즌 팀에는 쟁쟁한 선수들이 버티고 있었다. 당시 페네르바체에는 세계적인 선수인 류우브 소콜로바(러시아) 파비아나 클라우디노(브라질) 로건 톰(미국) 등이 있었다. 쟁쟁한 선수들과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은 김연경은 유럽챔피언스리그 MVP를 거머쥐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MVP까지 거머쥔 김연경은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MVP인 주팅(중국)이 터키 리그에 진출하며 두 선수의 경쟁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7cm의 장신 공격수인 주팅은 압도적인 타점과 공격력으로 중국이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데 힘을 보탰다.

주팅은 현 중국 여자 배구 대표 팀 감독인 랑핑 이후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받는다. 2016년 바키프방크에 입단한 주팅은 2016~2017 시즌 팀의 주 공격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김연경이 버틴 페네르바체의 벽을 넘지 못하며 터키 컵과 리그 우승을 모두 놓쳤다.

당시 김연경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주팅과 경쟁은 특별하게 신경 쓰지 않는다. 주팅과는 평소에도 친하게 지내고 있고 식사까지 했다"며 상대를 격려했다. 주팅은 공격력에서는 위협적인 기량을 발휘했지만 수비와 리시브 등에서는 김연경의 경쟁자가 되지 못했다.

김연경이 중국 리그로 떠난 지난 시즌, 바키프방크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엑자시바시를 3승 2패로 꺾고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터키 컵에서도 정상에 올랐고 유럽챔피언스리그도 정복했다.

김연경이 잠시 터키 리그를 떠난 사이 바키프방크는 세계 최강의 팀이 됐다. 바키프방크가 세계 정상 팀으로 발돋움하는 데 원동력이 된 것은 주팅-로네케 슬뢰체스(네덜란드)-고즈데 키르다르(터키)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였다. 무엇보다 이 팀의 장점은 터키 국가 대표 주전 세터인 나즈 아이데미르가 오랫동안 팀을 지휘했다는 점이다.

▲ 김연경의 새로운 동료가 되는 티아나 보스코비치 ⓒ Gettyimages

엑자시바시도 바키프방크 못지않은 공격수들이 버티고 있다. 현역 왼손 최고 거포로 평가받는 티아나 보스코비치(세르비아)와 미국의 올라운드 플레이어 조던 라르손이 있었다. 그러나 챔피언 결정전에서 '초호화 군단' 바키프방크의 벽을 넘지 못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연경은 엑자시바시의 유니폼을 입었다. 엑자시바시는 김연경-라르손-보스코비치로 이어지는 세계 최강의 삼각편대를 형성했다. 공격력이 뛰어난 한데 발라딘(터키)은 라르손과 번갈아 뛸 것으로 전망된다.

엑자시바시에는 과거 김연경의 동료였던 선수들도 있다. 세터 에즈기 디리크(터키)는 페네르바체 시절에 이어 다시 한번 김연경과 호흡을 맞춘다. 페네르바체에서 엑자시바시로 이적한 밀리하 이스메일루글루(터키)도 김연경과 한솥밥을 먹는다.

다음 시즌 터키 리그는 엑자시바시와 바키프방크가 치열하게 우승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터키 리그 최다인 17회 우승 경험이 있는 엑자시바시는 2011~2012 시즌 우승 이후 7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린다.

▲ 엑자시바시와 2년 계약을 체결한 김연경 ⓒ 엑자시바시 트위터 캡쳐

세계 최고 선수로 기억되기 위한 커리어 쌓기

중국 리그는 터키 리그와 더불어 선수들에게 가장 높은 몸값을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리그다. 중국 여자 배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을 땄고 국가 대표 팀은 FIVB 세계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리그 수준을 따지면 여전히 여자 배구 최고의 무대는 터키 리그다. 터키 무대에서 뛰면 리그와 컵 대회 우승은 물론 유럽챔피언스리그까지 도전할 수 있다. 이러한 경력은 선수의 명예가 되고 최고 선수를 평가할 지표로 남는다.

상하이 구단은 김연경에게 엑자시바시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 한국과 가깝고 리그 일정도 터키보다 짧은 중국을 생각할 때 상하이에 잔류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김연경은 돈보다 명예를 선택했다. 김연경이 다시 한번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고 팀을 리그와 컵 대회 정상으로 이끌 경우 김연경의 위상은 한층 커진다.

2년 계약을 체결한 점도 마음의 짐을 덜었다. 내년 김연경은 팀 선택의 고민 없이 소속 팀은 물론 국가 대표에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터키 리그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일정은 빡빡하지만 공격수가 풍부한 엑자시바시의 특징을 생각할 때 김연경은 부담 없이 체력 관리를 할 수 있다.

▲ VNL 수원 시리즈에 참가하는 한국, 러시아, 독일, 이탈리아의 감독과 주장 ⓒ 대한배구협회 제공

상하이에서 뛸 때 김연경의 비중은 매우 높았다. 팀의 해결사는 물론 리시브와 수비까지 책임졌다. 또한 세터와 불완전한 호흡은 시즌 내내 그를 괴롭혔다. 터키 리그는 일정이 길지만 과거 익숙했던 세터가 있고 자신의 짐을 덜어줄 공격수들도 버티고 있다.

김연경이 빅 리그에 복귀하며 바키프방크의 독주체제는 비상이 걸렸다. 또한 한국 여자 배구의 위상도 한결 살아날 가능성이 커졌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