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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의 작전판] ‘2전 3기’ 서정원의 전략이 울산 빌드업을 묶었다

기사승인 2018.05.17 10:51
▲ 수원 vs 울산 포진도 ⓒ김종래 디자이너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수원삼성과 울산현대는 5월에만 세 번 만났다. 가장 중요한 경기는 AFC 챔피언스리그 8강 팀을 결정할 수 있는 16강 2차전 대결. 울산은 앞선 두 번의 경기에서 1승 1무를 기록하며 12연속 무패를 달렸는데, 서정원 수원 감독의 2전 3기에 당했다. 서 감독은 울산을 상대로 이어진 열세에 벼랑 끝에 몰렸지만, 5연속 무승을 딛고 지난 주말 대구FC전 승리 후 이어진 2연승으로 반전했다. 경기를 마치고 “오늘 정말 기분이 좋다”고 했다.

반면 패장 김도훈 울산 감독은 경기 중 중계화면에 잡힌 모습이나, 경기 후 기자회견에 등장했을 때 모습으로 절망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2연속 무패의 금자탑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울산은 2012년 이룬 우승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나선 ACL 일정을 마감했다. 

조별리그에서 떨어진 2017시즌보다 나아진 결과라고 자평했지만, 1차전 1-0 승리로 잡은 우위를 살리지 못해 위안을 삼기 어려웠다. 먼저 2골을 내준 울산은 2-1로 져도 8강에 갈 수 있었지만 오르샤의 페널티킥이 신화용의 선방에 막혔고, 후반 종료 직전 추가 골을 내줘 완벽한 패배를 당했다. 

김 감독은 “내가 준비를 덜 한 것 같다. 지면 많은 (패착이) 있는데, 나부터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5월에만 연달아 세 번 경기했으나 상대를 잘 분석하고 대응한 팀이 이긴다. 감독의 능력이 발휘된다. 서 감독은 “두 경기를 통해 분명한 것은, 서로의 장단점을 다 파악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서 감독은 전술, 전략이든 정신이든 준비를 잘 해서 이긴 것이라고 자평했다.

▲ 조원희 ⓒ연합뉴스


◆ 울산 묶은 수원, 조원희의 반전

실제로 그랬다. 수원은 이날 매튜와 곽광선, 구자룡을 스리백으로 두고 김은선과 조원희를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이기제와 장호익이 윙백으로 나섰고, 김건희, 데얀, 바그닝요가 스리톱. 최근 지친 공격형 미드필더 김종우가 벤치에서 대기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 명 둔 것 같은 조합은 서 감독이 원정골에 대한 부담으로 안정적으로 1-0 추격을 원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서 감독은 경기를 “멤버를 볼 때는 그렇게 생각이 들 수 있지만, 1차전에서 우리가 1-0으로 졌는데 수비적으로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어제까지 정말 고민고민해서 11명을 짰다”고 했다. “콤팩트를 되게 강조했다. 무조건 끌어올리고 세컨드볼은 우리가 다 따야한다고 했다. 세컨드볼 싸움은 우리가 다 이겼다”고 설명했다. 이 중원 싸움의 중심은 베테랑 미드필더 조원희였다.

실제로 수원 수비는 어느 때보다 단단하고 안정적이었지만, 꽁무니를 뺀 경기는 아니었다. 전방과 중원 지역 압박이 강했고, 라인 사이가 콤팩트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여긴 조원희가 중원 지역에서 볼 소유와 배급, 전방 침투와 슈팅으로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며 라인을 넘나든 것이다. 이날 두 골을 넣은 김건희, 1골 1도움을 기록한 바그닝요를 승리의 수훈갑으로 꼽히지만, 수원이 공수 양면에 걸쳐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은 조원희가 준 안정감이었다. 

세컨드볼 싸움이 중요하고, 라인 사이가 촘촘해야 한다는 것은 축구 전술의 상식이다. 서 감독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쏟아야 한다”고 하며 상식적인 전술을 제대로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한 정신과 체력이 필요하다. 울산은 주말 경남전에 뛴 포백이 그대로 뛴 채 수원 원정에 왔고, 비까지 내린 뒤라 습한 날씨 속에 다리가 무거워 보였다. 수원은 이기제와 구자룡, 김건희, 데얀, 김은선 등이 대구전 선발 명단에서 빠져 체력을 비축했다.

수원이 자기 플레이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울산을 분석하고, 울산이 잘하는 것을 못하게 했다. 지난 두 번의 경기를 분석한 서 감독의 지시와 선수들의 이행이 맞아 떨어졌다. 

“울산 같은 경우, 빠른 선수들이 많이 배치됐다. 양쪽 측면 선수들이 울산이 빌드업할 때 안쪽으로 많이 들어와서 디펜스와 미드필드 사이에서 볼을 많이 받는 게 특징이다. 그것만 봉쇄하면 분명히 우리를 허를 찌르지 못한다.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안쪽으로 들어오면 꼭 묶고 나가라고 얘기를 많이 했다. 울산의 양쪽 풀백이 많이 올라오는 상황에서, 풀백이 부딪히게 얘기했다. 움직이는 동선을 파악하고 대처시켰다. 솔직히 1차전도 잘됐는데 한 순간에 우리 수비 조직이 무너지는 바람에 골을 먹었다. 오늘 같은 경우 전혀 우리가 실수를 안 했기 때문에, 생각대로 상대를 빠른 선수들을 제어할 수 있었다.”



◆ 울산의 빠른 공격수 막은 수원 스리백의 구조

울산에서 수원으로 이적한 왼쪽 윙백 이기제는 이날 경기의 또 다른 주역이었다. 황일수가 전반전을 마치고 교체되어 나갈 정도로 측면 수비를 잘했고, 예리한 프리킥 크로스로 김건희의 선제골을 도왔다. 오버래핑과 수비 전환이 매끄러웠다. 이기제는 “그 전 경기에서는 너무 벌려서 있었다. 한 발짝만 안으로 좁혀도 다르다. 이번 경기는 좀 더 안쪽에서 경기했다”며 전술 디테일에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기제가 올라오면 매튜가 레프트백 영역을 채우고, 이기제가 내려오면 매튜가 좀 더 좁혀서 울산 2선 공격의 맥을 끊은 대목도 안정적이었다. 이기제는 “나도 호주를 다녀와서 영어를 쓸 줄 알고, 매튜와 잘 맞는 게 있다. 매튜와 함께 하면서 호흡이 좋다”고 했다. 이기제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호주 대표 팀 예비 명단에 든 매튜에 대해 “월드컵에 갈 수 있는 선수다. 러시아로 가기를 응원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수원의 스리톱과 스리백은 이날 유기적으로 잘 작동했다. 원톱 데얀이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고, 왼쪽 공격수로 나선 김건희가 가운데로 들어오면서 두 번째 골이 나왔다. 데얀의 크로스를 바그닝요가 문전 우측에서 헤더로 떨군 뒤 김건희가 마무리했다. 베테랑 데얀과 젊은 김건희의 조화가 좋았다. 데얀은 빠르게 많이 뛰지 않아도 적재적소에 필요한 플레이를 했고, 김건희는 군 입대를 앞둔 마지막 경기에서 놀라운 집중력과 투지를 보였다.



◆ 간절함, 집중력, 체력, 그것도 전술이다

후반 추가 시간에 아슬아슬한 리드를 확실한 승리로 바꾼 골은 조원희가 울산의 패스를 커트하고 김건희가 받은 뒤 경합 끝에 바그닝요가 잡아 마무리 슈팅을 꽂아 넣었다. 경기 내내 잘하던 선수들이 또 한 골을 합작했다. 흘러나오는 공에 대한 집중력에서 수원이 확실히 앞섰다.

서 감독은 “교체를 시켜야 하는데 교체를 시킬 선수가 안 보였다. 이렇게 힘든데 열심히 뛰는 데, 이렇게 많이 뛰면서도 3명의 카드를 교체해야 하는데, 너무 여러 명의 선수들이 끝까지 하는, 나쁜 선수들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내가 지도자 하면서 처음인 것 같다. 그 정도로 선수들의 간절한 모습이 운동장에서 나왔다”고 했다. 

수원은 후반 38분에 이르러서야 데얀을 전세진으로 교체하고 후반 43분 이기제 대신 박형진, 후반 추가 시간 김건희 대신 조성진을 투입해 세 장의 교체 카드를 썼다. 체력 비축과 시간 지연, 수비 안정 효과를 모두 챙겼다. 

하프타임에 윙어 황일수를 빼고 공격형 미드필더 한승규를 투입해 변화를 꾀한 울산은 후반 16분 토요다 대신 김인성, 후반 29분 김승준 대신 김수안을 투입하며 공격진에 계속 변화를 줬지만 수원의 그물을 뚫지 못했다. 

후반 15분 페널티킥을 놓치면서 선수들의 심리가 더 흔들렸다. 반대로 수원 선수들의 사기는 더 높아졌다. 이날 수원에 3,176명이 총 입장했는데, 신화용의 선방이 나왔을 때는 만명 이상이 운집한 듯한 함성이 빅버드에 울렸다. 서 감독 부임 이후 최고의 경기 중 하나로 꼽힐 만한 승부로, 수원이 7년 만에 ACL 8강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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