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아공 월드컵 나이지리아전에 출전한 '영원한 캡틴' 박지성.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대한민국 축구의 영원한 전설 박지성은 러시아에서 한국이 험난한 여정을 걸을 것이라 예상했다. 스웨덴, 멕시코, 독일까지 쉬운 상대는 없지만, 한국이 반란을 기다리고 있다.

박지성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은 16일 서울 목동 SBS 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 해설위원으로 나선 소감을 밝힌 자리에서 솔직한 한국 축구 대표 팀의 성적을 예상했다.

"1승 1무 1패로 16강에 오르면 좋겠다. 그게 현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냉철한 현실 인식이다. 개인적으로 바람을 담아도 50%에 미치지 못한다고. 박 본부장은 월드컵 해설을 준비하면서 상대국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결과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현실적인 예상이 상당히 담긴 수치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스웨덴과 첫 경기에서 승리가 중요하고, 멕시코와 무승부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압도적 전력을 갖춘 독일전은 어려울 것으로 봤다. 1승 1무 1패로 16강에 진출하는, 사실상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대한민국 축구의 전설 박지성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 시작이 반, 1승 상대는 스웨덴

한국의 조별 리그 첫 상대는 스웨덴이다. 박 본부장은 "스웨덴전에선 승점 3점을 따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스웨덴전을 승리한다면 확률이 50%가 되지 않는다고 평가한 16강행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스웨덴은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한다. 약팀과 경기는 아직 잘 못 봤지만, 수비 라인을 많이 높이지 않고 간격을 좁혀서 플레이한다."

스웨덴은 눈에 띄는 스타일의 팀은 아니지만 단단한 경기력이 장점이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대표 팀에서 은퇴를 선택한 이후 확실한 스타플레이어도 없다. 하지만 유럽 지역 예선 A조에서 네덜란드를 누르고 프랑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저력은 무시할 수 없다. 뛰어난 신체 조건이 특색으로 꼽히고, 조직력을 바탕으로 경기를 운영한다. 수비가 단단하고 선이 굵은 공격을 펼치는 것이 특징이다.

"역습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 얼마나 뚫을 수 있을지, 수비 뒤 공간을 어떻게 노릴지가 중요하다. 센터백이 크지만, 우리는 상대적으로 작고 빠르기 때문에 침투패스를 어떻게 넣는지에 따라 공격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큰 선수들을 상대로 수비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피지컬이 앞서는 상대로 이기는 것은 쉽지 않다. 협력 수비를 펼치면서 끈질기고 촘촘하게 수비를 해야 한다. 스웨덴은 킥오프부터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것을 흔들어야 한다. 세트피스에서 강하기 때문에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신체적으로 크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 공중전과 힘싸움에선 강하지만, 기동력과 민첩성은 떨어진다. 한국이 수비적으로 견디려면 협력 수비가 중요하다. 억세고 큰 공격수들과 1차적으로 싸우면서 정확도를 떨어뜨리고 공격을 차단하는 것이 필수다. 수비 조직력이 약점으로 꼽히는 한국이 어느 정도 조직력을 갖추는지가 중요하다.

주의해야 할 선수는 에밀 포르스베리다. 독일 분데스리가 돌풍의 팀 RB라이프치히에서 활약하는 포르스베리는 크고 단단하다는 스웨덴에 창의성을 더해주는 선수다. 기술이 뛰어난 데다가 동료들을 살리는 패스 능력을 갖췄다. 측면에 배치되고도 중앙으로 자주 이동해 공격을 전개한다. 공간을 주면 드리블로도 패스로도 위협을 줄 수 있다. 박 본부장 역시 "A매치에서 보니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다. 그 선수에서 시작되는 공격 전개를 어떻게 막는지가 중요하다. 왼쪽 사이드에서 플레이를 하지만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안쪽으로 들어온다. 오른쪽 수비수 뿐 아니라 중앙과 소통으로 서로 알려주고 협력 수비를 해야할 것 같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 쉽지 않다는 현실적 의견을 내놓은 박지성 '해설위원'. ⓒ곽혜미 기자

◆ 무승부로 기세를 이어 가야 할 멕시코

"지난 3월 평가전을 봤는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리백을 쓰지만, 스리톱을 세운다. 스리백에서 공격적으로 경기하는 팀은 세계적으로 찾기 어렵다. 압박의 강도나 속도가 우리나라 선수들이 어떻게 이겨낼지를 주의해야 한다. 바람을 좀 담는다면 결과로 무승부를 선택하고 싶다."

멕시코는 북중미의 패자다. 1994년 미국 월드컵부터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6번의 대회에서 모두 조별 리그를 통과해 16강에 올랐다. 모두 8강 진출에 실패했다는 것이 고민으로 남지만, 조별 리그 통과가 1차 목표인 한국이 보자면 멕시코는 분명 버거운 상대다.

일단 개개인 기술이 한국에 비해 뚜렷하게 앞선다. 스웨덴에 비하면 신체 조건이 뛰어나지 않지만, 1대1에서 한국을 압도한다는 점은 또한 협력 수비를 펼쳐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빠른 커버 플레이는 필수다. 멕시코 선수들에게 1대1에서 밀리면서 분위기를 타게 한다면 그 역시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전술적으로도 특징이 뚜렷하다. 스리백을 쓰지만 매우 공격적인 팀이다. 파이브백 형태가 아니라 수비에 3명만 배치해 오히려 공격적이다. 측면 수비수들을 적극 활용하고 최전방부터 강력하게 압박하는 것이 특징.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알제리의 전방 압박에 고전했던 한국이 빠르고 기술적인 멕시코의 전방 압박을 견딜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A매치 100경기에서 49골을 기록하면서 경기당 0.5골에 육박하는 엄청난 득점력을 갖춘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를 주의해야 한다. 박 본부장 역시 "위치 선정과 골 결정력이다. 문전에서 어떻게 막는지가 핵심"이라면서 경계심을 표현했다. 이외에도 카를로스 벨라와 오리베 페랄타, 네덜란드에서 무서운 득점력을 뽐낸 이르빙 로사노 등 공격진엔 위협적인 선수가 많다. 중원과 최후방을 오가며 스리백의 핵심으로 꼽히는 디에고 레예스 역시 핵심 선수다.

▲ 이 멤버에 빈틈이 있을까? 독일은 강하다.

◆ 우승 후보 독일전은 반란을 기대한다

"23명 중에 누가 나와도 우리보다 전력이 좋다. 개인 기량, 팀적으로도 우리보다 좋다. 스웨덴과도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그 전에 2승을 해서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게 중요하다. 전력을 다해 경기할 이유는 없어진다. 부상 예방이 중요해질 것이다. 물론 새로운 선수들은 자기 기량을 입증하려고 노력할 것이라 쉽진 않을 것이다."

독일전은 사실상 약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15개 도움을 올린 르로이 사네(맨체스터시티)가 벤치에 앉는 팀. 독일 선수들 23명 가운데 어떤 조합을 내더라도 한국보다 강하다는 것은 결코 과언이 아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박 본부장 로드맵에 따르면 패배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팀. 한국은 앞선 스웨덴, 멕시코전에서 16강 진출을 확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최전방 공격수가 무게감이 떨어진다지만 다른 포지션과 비교했기 때문이다. 티모 베르너(RB라이프치히)는 떠오르는 공격수고 마리오 고메즈(VfB슈투트가르트), 닐스 페테르센(SC프라이부르크)까지 모두 분데스리가 등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 여기에 공격 2선이 워낙 강하니 스트라이커들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조별 리그 수준에선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장점은 많고 단점은 적다. 약점을 묻자 박 본부장이 "심판이 가장 약하지 않을까"라고 말한 것이 단순한 농담은 아닌 이유다.

한국이 파고들 점은 심리적인 문제다. 한국은 독일과 조별 리그 3번째 경기에서 만난다. 독일이 한국과 경기 전에 조별 리그 통과, 또 조 1위를 확정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결과가 결정됐다면 심리적으로 느슨해질 수 있다. 한국과 독일전은 독일 처지에서 보면 단기전인 월드컵에서 쉬어갈 수 있는 유일한 경기가 될 수 있다. 백업 멤버들이 대거 출전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쉽지 않지만 예상하지 못한 승점을 따내면서 16강행 희망을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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