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은 최근 영화 '옥자'에 이어 이창동 감독의 신작 '버닝'에 출연하면서 국내에서도 익숙한 배우가 됐다. 사건은 SNS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면서 시작됐다. 이것만 본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지만, 사진 속 조 린치 감독이 어린 시절 욱일기로 만든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 문제가 됐다.
해당 행동이 문제가 되자 스티븐 연은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40분 만에 삭제했다. 한국어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영어로 된 사과문은 전혀 다른 내용이 적힌 것이 또다시 문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영어를 못 읽을 줄 알았냐"는 비난을 서슴치 않았고, 결국 사과문마저 삭제했다.
이에 대해 서경덕 교수 역시 스티븐 연 행동에 일침을 가했다. 욱일기에 좋아요를 누른 것보다 이후 대처가 문제가 된다는 의견이다. 서 교수는 "조 린치 감독이 어린 시절 욱일기로 만든 옷을 입고 있던 사진이기 때문에 현재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라면서도 "하지만 한국어 사과와 영어로 된 사과가 확연히 다른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라고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꼬집었다.
이어 "한국어로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지만, 영어로 된 사과문에서는 '이번 일은 문화의 단면을 보여 준다. (스마트폰에서) 넘기기 한 번, 실수로 '좋아요'를 누른 것, 생각 없이 스크롤을 움직인 것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인터넷 상의 세상은 굉장히 취약하다. 우리를 표출하는 데 이런 플랫폼을 쓰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고 했는데 이 같은 글은 자칫 '인터넷 상에서 실수 한 번으로 사람을 재단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상황을 종합한 서 교수는 "아직 제대로 된 반성을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라며 "지난 10여년간 '전 세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펼쳐온 저로서는 이번 영어 사과문은 그야말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서 교수의 마지막 말은 많은 네티즌들의 생각을 대변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욱일기에 대한 뜻을 정확히 알게 됐고,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한국어로 올린 글과 영문으로 올린 글이 같은 의미였다면 더 큰 논란이 일지 않았을 것을 스티븐 연이 정확하게 알아야 할 문제다.
한편 스티븐 연이 출연한 영화 '버닝'은 제71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오는 17일 국내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