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K리그를 마친 뒤 울산에서 소집 훈련을 진행한 신태용호.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김진수, 김민재, 염기훈까지 부상으로 고생한다. 부상이 없더라도 신태용호의 주축 K리그 선수들은 컨디션 저하에 시달리고 있다. 제대로 쉬지 못했기 때문이다.

12일 K리그1(클래식) 선두 전북 현대가 포항 스틸러스에 0-3으로 완패했다. 안방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거둔 결과라 더욱 충격이 컸겠지만, 최강희 감독은 담담했다. 선수단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전북은 줄부상과 체력 저하에 허덕인다. 김진수는 3월 A매치에서, 김민재는 지난 2일 대구FC전에서 부상해 현재 재활 중이다. 8일 태국 원정을 다녀온 뒤 체력 소모가 큰 이재성, 이용 등은 포항전에서 쉬어야 했다. 15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 부리람유나이티드전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이 빡빡한 것은 모든 팀이 마찬가지다. 하지만 유난히 전북이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은 주축 선수들 상당수가 대표 팀에서도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북의 문제는 곧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한국 축구 대표 팀의 고민이기도 하다.

▲ 부상 회복에 힘을 쏟고 있는 김진수. 그의 최종 엔트리 합류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희재 기자

◆ 김진수, 김민재, 염기훈까지 부상 이탈…몸도 마음도 쉬지 못했다

부상으로 이탈한 김진수와 김민재는 신태용호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하던 선수들이다. 9일엔 베테랑 공격수 염기훈마저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사실상 엔트리 진입이 어려워졌다. 날카로운 왼발은 분명히 신태용호에 무기 하나를 더할 수 있었다. 본선을 앞두고 신 감독이 매만지던 카드들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부상엔 여러 이유가 있다. 때론 지독한 불운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부상은 체력 상태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포항전을 앞두고 만난 전북 최강희 감독은 "부상은 몸 상태가 너무 좋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발생할 때가 많다"면서 "체력이 떨어지면 몸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몸이 제대로 따라가지 않으니 무리한 동작을 하다가 다친다"고 말했다. 포항 최순호 감독 역시 "체력이 떨어지면 당연히 부상 위험도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부상을 피했더라도 컨디션 저하를 겪고 있는 선수가 많다. 최 감독은 이재성과 김신욱의 경기력을 걱정했다. 최철순과 이용 역시 최 감독이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는 선수다. 최 감독은 "이번 시즌 이재성의 경기력은 100%였던 적이 없다. 잘해야 80%정도 밖에 못 보여줬다. 김신욱도 힘들긴 마찬가지"라고 밝혔고, 전북 관계자는 "최철순은 쓰러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라면서 걱정을 표했다.

최 감독은 "ACL 있는 해는 (빡빡한 일정을) 감수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올해는 심했다. 1월 오키나와 터키 전지훈련 3월 A매치까지 쉴틈이 없었다. 대표 팀에 가지 않으면 휴식이지만, 우리는 7명이나 대표 팀에 다녀왔다. 역시차로 후유증도 컸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휴식은 단순한 체력의 문제가 아니다. 정신적 측면에서도 휴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승패를 오가면서 시즌을 치르는 것은 신경을 팽팽하게 당기는 일이다. 휴식으로 그 끈을 느슨하게 해야 다시 필요할 때 또 당길 수 있다. 대표 팀에 와서도 경쟁을 이어 간 선수들은 정신적으로도 피로한 상태다. 최 감독은 "쉴 땐 축구 생각을 아예 안해야 한다. 동아시안컵을 치르면서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키치전에서 처음 봤다. 이재성이 약팀 상대로 그렇게 패스미스 많이 하는 거. 시즌을 마치면 완전히 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강희 감독은 이번 시즌 이재성은 80%정도 상태라고 본다. ⓒ한희재 기자

◆ 지난해부터 쉬지 못한 강행군…본선까지도 쉴 시간 없다

과밀한 일정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A매치에서 반전의 희망을 본 신태용호는 K리그가 막을 내리고 얼마 되지 않아 K리그 선수들을 중심으로 다시 울산에 모였다. 일본에서 벌어질 동아시안컵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동아시안컵을 12월 16일 마치고 채 짧은 휴식을 한 뒤, 각 구단들은 겨울 전지훈련을 떠났다. 1월 말엔 한국, 일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터키 전지훈련을 했다. 그리고 월드컵 관계로 ACL이 예년보다 이른 2월 초에 시작했다. 3월엔 K리그가 개막했고 또 월드컵 때문에 빡빡하게 일정이 짜였다. 여기에 3월 A매치를 유럽으로 다녀오면서 시차 적응 문제까지 겪었다.

K리그에서 활약하고 ACL을 병행하면서 신태용호에 승선한 선수들은 더 힘들었다. 지난 3월 A매치 명단에 포함된 선수들 가운데 K리그 소속으로 ACL을 병행한 선수는 10명이다. 이재성, 김신욱, 김민재, 김진수, 이용, 최철순, 홍정호까지 전북 선수 7명과 이창민(제주유나이티드), 염기훈(수원삼성), 박주호(울산현대)다. 이 가운데 3명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동아시안컵까지 참가한 이재성, 김신욱, 최철순, 이창민의 피로도는 극에 달했을 것이다. 경기 출전까지 많았다면 말할 것도 없다.

문제는 계속된다. K리그는 19,20일 이틀에 거쳐 14라운드까지 치른 뒤에 휴식기에 돌입한다. 신태용호 소집은 21일. K리그 선수들은 또 쉴 시간이 없다.

현재 컨디션이 고스란히 본선 경쟁력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고민이다. 지쳐있는 전북 선수들 상당수가 '실전'인 월드컵 본선에서 중요 임무를 맡아야 한다. 이재성은 주전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고, 오른쪽 수비는 최철순과 이용의 경쟁 구도다. 김신욱 역시 상대를 부담스럽게 할 수 있는 장신 공격수로 쓰임새가 있다. 다만 지친 선수들은 100% 힘을 낼 수가 없다.

기계도 쉬지 않고 돌리면 망가진다. 선수들 역시 기계가 아니다. 월드컵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욕이 오히려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컨디션 저하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되는 시점이 됐다. 본선 첫 경기까진 이제 1달이 남은 상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