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원을 격려하고 있는 한용덕 한화 감독(왼쪽)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대전, 김건일 기자]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1회부터 9회까지 쉴 새없이 선택의 순간에 놓이는 야구가 특히 그렇다. 그래서 야구가 인생에 비유된다.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NC와 경기. 한용덕 한화 감독은 경기 후반 연속해서 갈림길에 놓였다.

연장 11회 바뀐 투수 박주홍이 나성범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했다. 땅볼 타구였는데 2루수 정은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나성범을 살려 줬다. 이상호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위기를 맞았다.

박주홍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인. 1군에서 팽팽한 순간을 막은 경험이 거의 없다. 한화 불펜은 평균자책점이 리그에서 1위. 송은범 등 경험 많은 투수들과 교체를 생각할 법했다.

한 감독의 선택은 강행이었다. 결과는 나빴다. 노진혁에게 2점 홈런을 맞았다. 이 홈런이 결승점으로 이어졌다.

한 감독은 “예전이었으면 바꿨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상황도 경험이다. 그래서 던지게 했다. 맞는 건 어쩔 수 없다. 홈런은 타자가 잘 치는 것이다. 주홍이는 충분히 잘했다. 투수는 그러면서 자란다”고 감쌌다.

이날 한 감독은 경기 전 말했던 대로 안영명과 정우람을 쓰지 않았다. 만약 승리에 욕심을 냈다면 두 투수를 기용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안영명과 정우람은 아예 불펜에 있지도 않았다. 둘은 푹 쉬었다.

▲ 지성준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는 한용덕 한화 감독(오른쪽) ⓒ한희재 기자

10회에도 한 감독에겐 선택의 시간이 있었다. 2-2로 맞선 10회 무사 1루에서 이용규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할법했지만 한 감독은 강공으로 밀어붙였다. 그러나 이용규가 헛스윙 삼진, 양성우가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뒤이어 송광민의 안타가 나왔으나 후속타 불발로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한 감독은 “사실 초구에 번트 사인을 냈다가 아니다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규가 타격감이 좋은 반면 광민이와 성우는 좋지 않다. 또 용규가 더블 플레이를 당하는 선수도 아니지 않나”라며 “야구는 결과론이다. 김인식 감독님 밑에 있을 때 ‘왜 1점을 쥐어짜지 않을까’ 여러 번 생각했다. 하지만 감독이 돼 보니 알겠다”고 했다.

한화는 희생번트가 5개로 리그에서 가장 적다. “당장 1점에 집중한다면 1점에 매달리는 야구를 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는 한 감독의 말이 깔려 있다.

한 감독은 “캠프 때 번트나 번트 앤드 슬래시 연습을 많이 했다. 하지만 성공률이 떨어진다. 지금까지 우리 선수들이 잘할 수 있었던 건 번트로 아웃카운트를 버리지 않고 공격적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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