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영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한화 배영수는 11일 대전 NC전에서 대기록을 세웠다.

6회 첫 번째 타자 재비어 스크럭스를 삼진으로 잡아 통산 2,100번째 이닝을 매조졌다. 송진우 정민철 이강철 김원형에 이어 KBO 리그 역대 5번째 대업. 통산 4위 김원형의 2,171이닝, 이강철의 2,204.2이닝도 가시권이다.

이날 배영수는 최고의 호투를 펼쳤다. 7회까지 공 107개를 던지며 NC타선을 2점으로 묶었다. 시속 142km의 패스트볼을 앞세워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섞은 다양한 볼 배합으로 NC 타자들을 눌렀다. 

이번 시즌 최다 이닝 투구였다. 탈삼진 7개 또한 이번 시즌 최다 개수다. 한화는 연장 11회 2-4로 졌지만 배영수의 투구가 있었기에 접전을 이어 갈 수 있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배영수는 스폿 스타터를 맡을 가능성이 높았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6선발 이상의 선발 로테이션을 꿈꾸며 배영수는 열흘에 한 번 정도 마운드에 오를 기회를 준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보기엔 베테랑에 대한 예우 같지만 속내로는 후배들과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는 계산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그러나 배영수는 보란 듯 살아남았다. 후배 투수들이 하나둘씩 부진으로 강등될 때 꿋꿋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살아남았다. 기복이 있는 날도 있었지만 지난 3일 LG전 5이닝 1실점에 이어 이날도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대기록과 함께 의미 있는 호투를 한 뒤에 연락이 닿은 배영수. 하지만 그에게서 설렘이나 기쁨은 찾아볼 수 없었다.

▲ 배영수. ⓒ한화 이글스

배영수는 "오늘(11일) 승리투수가 되지 못해 정말 아쉽다. 더 중요한 건 팀이 패배했다는 점이다. 내가 나온 경기에선 팀이 늘 이겼으면 좋겠다. 내 승리가 아니더라도 팀이 이기길 바란다. 대기록을 세운 건 의미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올 수 있게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 하지만 난 그것보다 더 강하게 이기고 싶다. 미친 듯이 승리가 고프다. 다음 등판에선 반드시 이기는 흐름을 만들고야 말겠다"고 말했다.

대기록을 세운 투수의 소감이라고 믿겨지지 않는 수준의 대답이었다. 그만큼 승리에 목말라 있는 배영수였다. 최근 팀이 좋은 흐름 속에 있었기에 더욱 연승을 이어 가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즌 초, 입지가 불안하던 시절 배영수는 "어떻게든 버텨 살아남는 것에는 자신이 있다"고 했다.

처음엔 그것이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이룰 수 있는 목표라는 뜻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를 살아남게 만드는 건 승리에 대한 강렬한 욕구였다. 마운드에 올라 팀의 승리를 이끄는 책임을 다하고픈 절실한 마음이 지금의 그를 살아남게 만든 것이었다.

이젠 등판에 대한 불안이 사라진 상황. 배영수는 또 다른 목표인 승리를 위해 전진하고 있다. 그의 표현처럼 '미친 듯이' 앞만 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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