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취재 고유라 김민경 기자, 영상 김태홍 기자] 늘상 하던 배트 정기 점검. 그런데 8일 5개 구장에서 심판진이 일제히 실시한 배트 검사가 '별일'로 다뤄졌다.

KBO는 8일 조사에 앞서 각 구단에 배트 점검을 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타고투저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배트를 확인하기로 했다. 점검 포인트는 나뭇결이 보이는지 여부였다. 최근 일부 타자들이 사용하는 배트의 도료가 진해 나뭇결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기도 했다.

공인 배트여도 나뭇결이 보이지 않는 배트는 부적합한 배트에 해당한다. 야구 규약 '배트 공인 규정' 4조 2항에는 '표면에 도포하는 도료는 자연색, 담황색, 다갈색, 검은색에 한하며, 반드시 나무의 결이 보여야 한다'고 명시됐다.

도료가 두껍게 칠해져 있으면 반발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수원 KT-삼성전을 앞두고 배트 점검에 나선 박종철 심판은 "나뭇결이 안 보일 정도로 도료나 니스 칠이 두껍게 돼 있으면 비거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구장에서는 심판진이 더그아웃을 방문해 배트를 조사하자 한 코치가 "자세히 봐달라. 우리 (현역) 때보다 확실히 타구가 멀리 날아간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렇듯 심판진은 규정에 따라 매년 하던 배트 점검을 했지만, 부적합 배트가 부정 배트인 것처럼 비친 게 문제였다. 타고투저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던 시점에서, 점검 포인트가 반발력과 연관이 있다 보니 평소보다 예민한 반응이 나왔다. 이날 배트가 적발된 것으로 밝혀져 언론에 실명이 공개된 선수들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비난의 대상이 됐다.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8일 스포티비뉴스에 "(이번 조사는) 아무 일도 아니다. 해마다 해온 일이고, 큰 의미를 둘 문제가 아니다. 부정 배트를 적발한 거라면 몰라도 공인 배트를 검사한 거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다. 나뭇결이 안 보이면 공인 배트긴 하지만 못 쓰는 부적합한 배트인 거다. 부정 배트와 다른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배트 점검이 이뤄진 8일 수원 KT위즈파크. 우효동 심판이 삼성 선수의 배트를 들어 확인하고 있다. ⓒ 김민경 기자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배트를 소지한 선수들의 실명이 공개되면서 일이 커졌다. KBO는 이날 "선수들의 실명을 공개하거나 결과를 공식 발표할 계획은 없다. 배트가 적발된 선수가 누구인지는 알려줄 수 없다"며 비공개 조사를 원칙으로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 몇 시간 전부터 이날 조사 계획 자체가 언론에 공개됐고 비공개 불시 조사는 불가능했다.


게다가 배트 점검을 하던 심판진은 더그아웃에 있던 취재진이 보는 앞에서 방망이를 수거해 갔다. 심판진의 공개 조사가 본의 아니게 힌트가 된 것. 심판진은 방망이를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할 목적으로 배트를 가져갔다가 선수들에게 되돌려줬는데,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실명이 공개됐다. 배트 가방이나 배트에 선수 등번호나 이름이 적혀 있어 취재진은 배트 주인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심판들도 할 말은 있다. 김 위원장은 실명 공개 과정과 관련해서는 "방망이 검사가 경기 전에 이뤄져야 하는데, (취재진이 보지 않는 곳에서 조사할) 방법이 없지 않나"라며 난감해 했다. 심판진은 이날 문제가 있는 배트는 사진 촬영을 해 김 위원장에게 보고를 했다. 부적합한 배트를 소지한 선수에게는 해당 배트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만 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료를 취합해 KBO에 보고하고, KBO는 문제가 되는 배트를 기술적으로 조금 더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다.

조사는 문제가 될 일이 아니었고 조사를 받은 선수들 역시 큰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니었다. KBO 관계자는 "부적합 배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당사자들에게 적발 배트 사용을 금지했을 뿐 추가 제재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선수들의 이름이 부주의하게 노출된 것이 큰 파장으로 이어졌다. 조사 그 자체보다 절차에 있어 아쉬움이 남은 배트 정기 점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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