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막판 무너진 한국 축구 대표 팀.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경기를 주도하고도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신태용호는 수비에서 보완할 점을 찾았다.

한국 축구 대표 팀은 24일(한국 시간) 영국 벨파스트 윈저파크에서 열린 북아일랜드와 평가전에서 1-2로 패했다. 공격에서 추가 골을 터뜨리지 못한 것도 있지만 수비가 흔들린 탓이 컸다. 

한국은 북아일랜드를 상대로 수비적 약점을 나타냈다. 스웨덴 역시 이번 경기를 분석할 것이고 본선 무대에서 같은 약점을 노출할 수 있다. 부족한 점을 빨리 메우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한국은 어떤 문제점을 보였을까.

◆ 과제1: 몸싸움과 높이의 열세

북아일랜드는 스웨덴과 비슷한 점이 있는 팀이다. 신체 조건이 좋은 팀이고 선이 굵은 공격을 펼친다. 수비수들과 몸싸움을 즐기는 공격수들이 있고 단번에 넘겨주는 패스나 크로스를 주로 활용한다. 단순한 형태지만 확실히 제압하지 못한다면 위협적일 수도 있는 형태다. 점유율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경기를 운영하는 점도 비슷하다.

높이와 힘에서 밀린 것이 문제였다. 장현수 쪽이 다소 불안했다. 김민재는 애초에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면서 수비하는 것이 장점인 선수. 움직이면서 힘을 실을 수 있기에 북아일랜드 공격수들을 힘에서 제압하기도 했다. 반면 장현수는 기다리면서 수비를 펼치는 유형이라, 북아일랜드 공격수들이 먼저 적극적인 몸싸움을 벌이자 자리를 잡는 데 애를 먹었다.

후반 41분 결승 골을 실점하는 장면도 몸싸움에서 지면서 나왔다. 장현수가 코너 워싱턴과 몸싸움에서 지면서 공간을 줬고, 김민재가 커버 플레이를 하려고 움직이다가 공간을 줬다. 폴 스미스가 김민재가 움직이는 반대 방향으로 공을 쳐 놓고 강력한 땅볼 슛으로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내내 노출한 몸싸움과 높이 열세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축구는 11명끼리 다투는 경기지만, 경기장 일부에선 1대1 대결이 자주 벌어진다. 선수 개인끼리 대결에서 진다면 경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수비는 공격을 완벽하게 제압할 필요는 없다. 방해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애초에 공중볼을 다툴 때 몸싸움을 적극적으로 벌이면서 머리에 정확히 맞추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등 영리한 수비가 필요하다. 또한 조직력이 중요한 수비는 '협력'으로 가능하다. 이번 경기에서 발견한 약점을 메울 수 있는 호흡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 또 세트피스 실점이 발목을 잡았다.

◆ 과제2: 또 나온 세트피스 실점

세트피스 수비에서 다시 한번 문제가 나타났다. 전반 20분엔 상대 세트피스에 실점했다. 북아일랜드가 한국 수비벽이 옆으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막아 둔 뒤 측면으로 짧은 패스로 공격을 전개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가 올라왔고 공을 걷어내려던 김민재가 자책골을 기록하고 말았다.

실점 장면에서 김민재의 잘못은 크지 않다. 일단 세트피스에서 위협적인 기회를 준 것 자체가 빌미였다. 김민재는 크로스에 재빠르게 반응했지만 크로스가 워낙 강력하고 위협적이었다. 김민재가 공을 흘리더라도, 뒤엔 북아일랜드 공격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북아일랜드의 창의적인 세트피스에 실점하긴 했지만, 위기는 훨씬 더 많았다. 앞서 언급한 몸싸움과 높이 열세가 그대로 반영된 문제였다. 대표적 장면은 전반 13분이다. 한국의 골망이 흔들렸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위기를 넘겼다. 프리킥에서 직접 올라온 크로스 상황서 헤딩을 따내지 못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김승규가 문전 혼전 중에 날아온 슛을 선방했고, 가레스 맥컬리는 수비수보다 앞선 위치에서 기다렸다가 골을 넣어 부심의 깃발이 올라갔다. 이후 코너킥에서도 불안한 확실하게 공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위기를 줬다.

세트피스는 신태용호의 약점이다.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와 치른 A매치에서도 세트피스에서 실점이 나왔다. 세트피스는 상대적 약체인 한국이 노릴 수 있는 좋은 공격 찬스인 동시에, 단단하게 수비를 펼치고 반격해야 할 한국이 실점할 수 있는 결정적 위기기도 하다. 세트피스 수비는 반드시 보완해야 할 과제다.

▲ 패배 뒤 고개를 떨군 태극전사들. 다행인 것은 이것이 평가전이라는 것. 보완할 점은 빨리 채우면 된다. ⓒ연합뉴스

◆ 과제3: 떨어지는 체력, 그리고 집중력 저하

신태용 감독은 수비 전술상 전방부터 함께 수비하길 즐긴다. 미드필더는 물론 공격수들에게까지 수비적 임무를 요구한다. 간격 유지를 위해 라인 컨트롤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수비수들도 앞뒤로 자주 움직인다. 체력적 부담은 그 그림자와 같다. 따라올 수밖에 없는 문제다.

후반 41분 실점 장면은 경기 흐름을 주도하던 가운데 나온 뼈아픈 실점이다. 공격적으로 마무리를 짓지 못한 탓도 있지만, 집중력이 떨어져 내준 감을 지울 수 없다. 수비는 한순간의 실수가 실점으로 연결될 수 있는 포지션이다. 공격수는 한 번 빛나서 자신의 진가를 입증해야 하는 반면, 수비수는 90분 내내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해야 제 몫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혹한 일이지만 수비의 운명이다. 후반 막판 실점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적극적인 수비는 '언더독' 한국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다만 조금 더 영리하게 완급을 조절할 필요는 있다. 80분을 잘해도 10분 만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과제4: 기성용-박주호의 빈 자리, 주전 교체 뒤 문제

많은 지도자들이 수비 문제에 대한 지적을 받을 때 내놓는 대답은 "수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반전 기성용과 박주호는 중원에서 견고했다. 1차 저지선 임무와 함께 북아일랜드가 걷어내는 공들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역습으로 연결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였다.

특히 기성용과 박주호와 후반 17분 동시에 빠지고 정우영과 이창민이 들어온 이후 중원의 힘이 떨어졌다. 중원에서 경기를 통제한다는 느낌이 떨어졌다. 공격적으로 활기를 잃진 않았지만 측면에 배치된 이재성과 최전방 황희찬이 활발하게 움직인 덕이 컸다. 원정의 피로와 활발하게 상대를 압박한 여파로 체력 저하가 따라왔다. 자연스레 최종 수비 라인도 흔들렸다. 

기성용은 일단 붙박이 주전이다. 오랜만에 복귀한 박주호도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빛났다. 새로운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3경기 모두 절박하게 치러야 할 한국은 체력 저하가 클 수밖에 없다. 대안으로 꼽히는 정우영과 이창민이 힘을 내줘야 한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